[테스와 보낸 여름] 자국의 깊이차, 유년의 튀김
산다는 건
자국을 남기는 일이다
누군가 무심코 남긴 자국에
혹자는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쉽게 시야에 걸리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것 같아도
손안에 잡히지 않는다
그저 잠깐, 망막에 맺혔다 만다
사진처럼 옮기다 보니
진짜는 언제나 인용구 같았다
그랬다는 건 어렴풋 알겠는데
추측일 뿐이라 인정하기 어렵다
매 순간이 눈앞에서 사라질 뿐이다
소멸하는 것에 대한 자각에
막연한 불안함도 느낄 줄 알아간다
알게 모르게 누구나 겪는 훈련이다
그걸 기록해 가면서
혹은, 추적해 가면서
친구가 될 수 있는 시절이
귀여워 보이는 건, 아니까 그렇다
좀 컸다고, 무섭지는 않은 거다
당시의 우리도 오싹하리만큼
절체절명이었는지 모르는데
이제는 웃는 거다, 알면서도
물론, 웃지 못할 순간도 닥친다.
때로는 그렇게 웃어넘기기 힘든
의외의 자국을 마주할 때도 있는 법이다.
그렇다고 도망가면, 크다 만 거다.
커가면서 이따금씩 마주하는
뭔지 알 것도 같고
몰라도 될 것 같은데
더듬어 봐야 하는 것들이 있다.
막상 스스로 찾을 때에만
찾아지는 짝 같은 게 있다.
의도했든 아니든
자신부터 리드할 줄 알게 된다.
아무리 연습해도 감당이 안 될 것 같던
종의 멸종 같은 막연한 공허함도
알게 모르게 메워져 가면서
밀물과 썰물처럼 숙련되어간다.
그런 식으로 감지되는 순간이 많아지면서
어설펐던 위기 대처도 점차 능숙해진다
여행처럼 낯설 때만 종잡을 수 없다
알고 보면 다 속고 속이는 거다
생선도 분명 산(生) 건 아닌데
현실도 튀길수록 맛있어지나 보다
바삭하게 주워 먹을 수 있는
모두의 유년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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