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달밤에 빛나고] 츠키카와 쇼 감독의 잇따른 위로의 메시지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君の膵臓をたべたい, Let Me Eat Your Pancreas, 2017)>를 잇는 첫사랑 로맨스 영화라 회자되고 있는 <너는 달밤에 빛나고 (君は月夜に光り輝く, You Shine In The Moonlight, 2019)>를 얼마전 극장에서 보았다.
처음에는 아무런 정보 없이 영화를 보았기 때문에 이 작품의 감독과 주인공이 누구인지 몰랐는데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있었으니, 바로 키타무라 타쿠미였다. 위의 두 작품에서 모두 남자 주인공 역을 맡아 아린 첫사랑의 로맨스를 덤덤하지만 진솔한 연기로 잘 보여주었다.
조금씩 생이 끝나갈수록 몸에서 빛이 나는 일명 ‘발광병’이라는 희귀병에 걸려 병원에서 생활하는 마미즈(나가노 메이)에게 졸업 기념 롤링페이퍼를 가져다주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타쿠야(키타무라 타쿠미)는 누나를 잃은 슬픔을 간직한 고등학생이다. 마미즈의 부탁으로 병원을 다시 찾은 타쿠야는 실수로 스노볼을 깨뜨려 마미즈의 버킷리스트를 하나씩 수행해야 하는 임무를 띠게 된다.
그런 마미즈의 부탁이 귀찮으면서도 타쿠야는 조금씩 그런 상황을 즐기게 되고 점점 마미즈에게 마음을 주게 된다. 하지만 마미즈의 몸 상태가 점점 나빠져 마미즈의 어머니는 타쿠야에게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고 한다.
마미즈는 타쿠야를 통해 놀이공원도 가고, 쇼핑도 하고, 거대한 파르페를 먹는 등의 간접 체험을 한다. 마치 영화 <그녀 (Her, 2013)>에서 테오도르(와킨 피닉스)가 핸드폰을 셔츠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사만다(스칼렛 조핸슨)와 데이트하는 것처럼 말이다. 타쿠야는 심지어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마미즈의 아버지를 만나 가족을 이어주려는 노력까지 한다.
얼마 후면 맞닥뜨릴 자신의 죽음으로 타쿠야의 상심이 클 것으로 생각한 마미즈는 일기장에 자신의 몫까지 행복하게 살아달라는 당부의 말을 타쿠야에게 남긴다.
영화 첫 장면에서 타쿠야가 누나가 읽던 책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으면 따라죽어야 한다는 글귀를 보게 되는데, 누나가 교통사고로 죽었다고 믿는 엄마와는 다르게 누나는 아마 발광병에 걸린 남자친구의 죽음으로 자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최근 재개봉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를 다시 보니 두 영화가 너무나도 많이 닮아 있어 만약 다른 감독이 연출했다면 어떤 영화가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었다. 이번 영화도 츠키카와 쇼 감독이 연출했고, 두 작품 모두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여주와 남주는 우연히 마주치거나 만나게 되고 서로 마음을 나누게 된다는 점이 주된 공통점이다. 둘의 만남의 시작이 각각 롤링 페이퍼와 공병문고(共病文庫)라는 점이 다를 뿐, 남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는 남자 주인공과 그런 이에게 관심을 보이고 힘이 되어주는 여자 주인공이 있다는 것이 같은 점이다.
삶의 이유를 모른 채 그냥 살아가는 인물들과 그들에게 살아갈 이유를 깨닫게 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기에 충분하다. 이런 영화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아마 여러 가지 이유로 생기를 잃은 청소년들이 많은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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