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의 시작인 월요일 저녁 잔잔한 영화 추천, 네버 렛 미 고
** 약간의 스포가 있습니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OTT를 통해 보실 수 있는 작품이라 남깁니다.
작성 기준으로 이 영화를 왓챠플레이에서 보실 수 있고, 그외 유튜브, 네이버 영화에서 결제 후 관람 가능합니다.
찾아보니 넷플릭스에는 없었습니다. ㅜㅜ 다음에는 넷플에서도 보실 수 있는 영화로 리뷰할게요. :)
2010년 개봉한 영화입니다.
저는 가즈오 이시구로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원제는 같으나 우리나라에선 한글로 번역되어 <나를 보내지 마>라는 제목입니다)을 먼저 읽고나서,
이후에 리메이크된 영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보게 되었는데, 영화에 크게 관심이 없으신 분들도 아실 만한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더군요.
캐리 멀리건이 화자이자 주인공인 캐시 역을, 그녀의 단짝 친구 루스 역은 키이라 나이틀리, 이들의 친구이자 연인인 순수미(?)를 장착한 토미 역은 앤드류 가필드가 맡았습니다. 그 외에도 샬롯 램플링, 샐리 호킨스가 이들이 자란 기숙 학교의 선생으로 잠깐씩 모습을 드러내며, 졸업 이후 머무는 코티지에서 함께 지내는 이들인 도널 글리슨과 영화 <위>의 안드레아 라이즈보로라는 반가운 얼굴들도 보입니다.
원작과 영화가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물론 원작에 나오는 에피소드가 영화에 다 담기지는 않았으며, 원작에서 특히 중요하게 부각되는 '사건'이 영화에서는 그저 언급만 하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내용에 큰 변동은 없고 일단 잔잔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닮아 있습니다.
시놉시스를 보면 아시겠지만, 영화는 '복제인간'이라는 SF적 소재를 담고 있습니다.
이런 SF적 소재임에도 잔잔한 영화라고 일컬은 이유는요, 일단 첫 번째로 이 영화의 시점은 여타 SF영화가 상정하고 있는 먼 미래가 아닌, 과거의 시점인 1970년대부터 시작한다는 겁니다. 특히 복제인간으로서 주인공들의 운명이 정해진 것은 1950년대라고 서두에 자막으로 보여지죠. 그렇기 때문에 화려한 CG나 가공물들은 영화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헤일셤이라 불리는 기숙 학교에서 보여지는 그들의 성장담은 오히려 클래식 명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고전적인 느낌이 묻어납니다.
이 영화가 잔잔한 문체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두 번째로 단일한 운명에 처한 주인공들의 태도에 있습니다. 이 영화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큰 갈등 상황이 없다는 겁니다. 이들은 복제인간이라는 과학적 발견과 그로 인해 인간의 수명 연장이라는 의학적 귀결에서 비롯되는 필수적인 논쟁에서 이미 많이 지나와있는 시점을 살아갑니다. 물론 이들이 장기 기증이 될 만큼 적절히 자라기 전까지 어떻게 교육시켜야 하는가에 대해서 여러 의견이 오가고 있다는 점은 주인공들이 다닌 헤일셤의 기숙학교 외에도 여러 학교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문제 역시도 복제인간인 주인공들에게 애초에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전반을 이루는 감정은 체제 변화에 대한 갈망이나 변혁 의지가 아닌, '순응'과 '체념', 하지만 이따금 차오르는 조용한 '질문'으로 이루어집니다. 바로 시놉시스에도 나오는 문장인 '이토록 아픈데, 이토록 사랑하는데, 그래도 우리는 인간이 될 수 없는 건가요?'이 그것입니다.
따라서 SF영화에 흔히 수반되는 장르적 쾌감이나 액션을 기대하시는 분들께 이 영화는 실망스럽게 비춰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던지는 질문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여운을 즐기고픈 분들께는 충분히 만족스러울 영화입니다. 오히려 제 개인적으로는 원작인 소설에서보다 영화에서 이 질문이 좀더 명징하게 제시되었던 것 같습니다.
인간은 무엇으로 이루지는지, 똑같이 인간의 몸에서 태어나 인간의 외양을 갖고 있으며 인간성과 상상력을 가지고 있음으로써 인간이 된다고 한다면 왜 이들의 삶은 인간과 달라야 하는지 던지는 질문은, 인간과 다를 바 없이 성장한 이들이 던지기에 그만큼 다가오는 울림이 있습니다.
참고로 에바 그린이 주연한 영화 '움'의 분위기와도 비슷해서(소재도 비슷하네요) 이 영화를 좋게 보셨다면 소개드린 '네버 렛 미 고' 역시도 괜찮게 보실 겁니다.
월요일입니다. 일주일의 시작이라 부담스럽기도 하고 주말은 멀게만 느껴지는 오늘, 잔잔한 밤을 보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덧) 이 영화의 고전적인 매력을 살리는 데에는 사운드트랙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소설에도 등장하고 제목이기도 한 주디 브릿지워터의 'Never let me go'라는 곡도 좋지만, 영화를 보고나면 이 의미가 다소 씁쓸해질 'We all complete'라는 제목의 OST를 링크로 올려둡니다.
쏠라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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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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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를 먼저 접하고 원작이 소설인 것을 알게 된 케이스입니다. 그런데 원작이 있다고만 알고 영화를 볼 때에는 당연히 예전에 읽었던 시미즈 레이코의 만화 '월광천녀'가 원작일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래전이라 스토리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서 그랬던것 같아요. 다시 찾아보니 소재는 같지만 장르나 결론이 많이 다르네요. 장기보존을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에 관한 이야기에 관심이 더 있으시고 만화를 좋아하시는 분이시라면 한번 찾아보셔도 좋을것 같아요. 저는 재미있게 읽었던 만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