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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젠틀맨-물 만난 물고기처럼

가이 리치의 영화를 보면서 대단하다가도 참으로 이상하다고 느낀 적이 한 두번은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특정 장르에서 기대하는 것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음에도 순간적인 재미는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데,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서스펜스나 카타르시스는 없어서, 재밌게 봤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내용을 떠올려 보면, 구체적으로 뭐가 인상적이었는지 기억하는데 애를 먹게 되더군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나 <<스내치>>같은 초기작들에선 그런 느낌을 못받았는데, 그만큼의 퀄리티를 보여주지 못한 이후의 작품들에서 자주 느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킹아서>>나 <<셜록 홈즈>>는 물론이고, <<알라딘>>역시, 그렇게 재밌게 보지 못했네요. <<알라딘>>의 대성공 이후, 정말 오랜만에 범죄영화를 내놓았는데, 과연 그 결과는 어땠을까요?

사실 1시간 반 동안 플레처(휴 그랜트)가 레이몬드(찰리 허냄)에게 자신이 수집한 정보에 상상력을 더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이고, 그 이야기 속에서도 범죄 오락 영화에서 볼 법한 현란하고 화려한 액션 장면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찰지면서 시니컬한 유머와 리드미컬한 편집들로 이를 대체하고 있는 형식인데, 가이 리치의 초기작들이 많이 연상되더군요. 확실히 가이 리치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들은 다른 장르 보다는 범죄 영화에 더욱 어울리더군요. 초반부터, 액자식 구성을 적극 끌어들이는 데, 초반에만 쓰이고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잊을만 하면 사용되어서, 보는 내내 색다른 재미를 더하기도 했고요. 그렇기에, 인물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 초반에 집중하지 못할 경우, 인물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는 데 애를 먹을 수도 있다는 점은 단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그의 초기작들이 많이 생각이 나는 이 영화는, 리듬감도 정박과 변박을 줄 정도로 경쾌하며, 무엇보다 활력이 넘치기에 청불이라는 등급을 받았다는게 의아할 정도로, 보는 데 불편한 장면이 거의 없더군요. 반대로 말하면, 긴장감이나 서스펜스가 다른 범죄영화들에 비하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지만, 인물들의 동선을 파악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범죄영화가 아닌, 추리영화에서 기대할만한 요소들이 많이 배치 되어있습니다. (휴 그랜트가 맡은 플레처가 탐정이라는 것은 아마 이를 의도하기 위한 게 아니었나 싶네요.) 물론 어떤 사건이 터질것 같은 긴장을 줄 때의 서스펜스를 직조하는 방법은 양산형 범죄영화들과 비교해 보면 급이 다르긴 하지만요.

물론 가이 리치의 단점 역시 여실히 드러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막판에 여러 변곡점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결국, 우리가 아는 결말로 귀결이 되는 모습은 제가 가이 리치의 영화를 마냥 좋아하지 않았는지를 확인시키게 합니다. <<인비저블맨>>처럼 관객의 기대를 배신하고 영화 전체에 대하여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관철시키려는 반전이라기 보다는 그저 순간적으로 관객들에게 재미를 주려는 반전 선에서 그친다고 할까요. 물론, 그 순간적인 재미가 일품인지라, 보는 내내 즐겁긴 했습니다. 워낙 배우들의 연기가 좋았던 것도 있고, 아이러니함이 넘치는 장르 안에서, 그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꽤나 큰 재미를 보장하기 때문에, 가이 리치의 고질적인 단점들을 이번 만큼은 눈감아 줄 수 있을 것 같네요.

★★★. 쿠키 영상은 없습니다. 청불 영화지만, 남녀노소 모두 즐기기에 좋은 범죄오락영화로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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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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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리얼리스트 2020.03.29. 13:52
단점이 없는 거너 아닌데 확실히 가이 리치 감독의 초기작 매력이 생각나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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