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미상 (Never Look Away) 스포일러 후기.
1932년에 독일에서 태어난 유명한 미술가 게르하르트 리히터, 그의 이야기를 실화를 바탕으로 삼아 상상을 더해 흥미롭게 재구성했다.
이 영화는 그가 태어나 성장한 시대들을 짧지 않게 보여준다. 자신의 동료를 쉽게 만드는 말, '하일 히틀러'의 나치즘 시대부터 분단 후 DDR의 공산주의까지. 그러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예술은 언제나 억압받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르트의 예술혼은 결코 잠재워지지 않고 꽃피어나는 사랑 속에 그는 동독을 탈주한다.
그렇게 서독의 대학교에 입학하는 쿠르트는 온갖 신기한 예술의 표현방법을 보고 또 직접 시도해본다. 그런 그의 모습은 마치 신나게 장난감을 갖고 노는 어린아이처럼 보였다. 나치부터 동독까지 30년의 생활은 그에게 상상력의 고갈이 아니라 창작에 대한 갈증과 열망을 선사해준 것일까.
그럼에도 그는 단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교수이자 동료라 할 수 있는 페르텐의 도움을 얻어 한발자국 더 나아가려 한다. 자기 자신의 본질을 그려낸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먼저 그는 그저 누군가를 따라하거나 과거의 행적(간판 페인팅 등)만을 옮겨오기나 하던 작품들을 다 불태워버린다. 그리고는 자신의 시작점이자 동독에서 세월을 바쳐오던 회화로 다시 돌아가 빈 캔버스 앞에서 그저 시간을 흘려보내며 하루를 보낸다. 이를 두고 스스로 생산적이라 하니 상당히 인상깊은 말이다.
그렇게 한 사람의 인생을 알게 되고 그가 고민끝에 그의 본질을 담아 만든 작품을 보니 너무나도 새롭다. 그저 그 작품만을 본다면 마지막의 기자들처럼 기계적으로 사진을 따라 그리거나 한 그의 작품은 사실상 작가가 없는 것 아니냐, 당신이 한 게 무엇인가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쿠르트는 어린시절 경험부터 예술이 예술로서 무의식적이거나 본능적으로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그렇게 봐도 상관없다 여겼고, 영화를 봐온 관객들은 그 사진의 대상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며 그의 어린시절의 기억과 트라우마가 담겨 있다는 게 보이기에 그 그림에서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좀 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고 인상적인 장면을 꼽자면 다섯 대 서로 다른 버스 차량의 경적 소리의 합주 씬. 흔히 소음이라 불릴 법한 것을 예술이라 하며, 쿠르트와 관객 모두에게 예술에 대한 시선을 넓히며 이 영화의 시작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는 그가 그의 길을 찾았음을 축하하는 팡파레로서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기도 한다.
한 인물을 유년기부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그와 얽히는 인연들, 그리고 그에 따른 예술에 대한 변화까지 담으려 하다 보니 이야기가 참 방대하다. 189분의 긴 러닝타임 속에서도 잘라낸 부분이 눈에 들어올 정도. 만약에 감독판을 만든다면 몇시간이 넘게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3시간을 넘는 관람 끝에 힘들기도 했지만, 그만큼 영화 속 인물에 녹아들어가 그가 겪는 고난과 얻은 깨달음을 일부나마 공유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최근에 개봉한 조조래빗과 저번달에 개봉한 벌룬과 같은 배경의 이야기를 다루니 이 영화들을 재밌게 봤다면 특히 추천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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