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어 님 나눔) <1917> 리뷰 - 참혹하고도 아름다운 로드 무비, 비틀거리면서도 용감한 발걸음
샘 맨데스 감독의 작품들 중에서는 <007> 시리즈 이외에는 제목만 들어본 정도로 잘 모르고 있었고, '전쟁 영화가 다 쏘고 때리고 부수고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기대감이 거의 없었습니다. (<1917>과 함께 언급되는 <덩케르크>라는 영화도 극장에서 보지 않아서 그런지 큰 감흥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콜린 퍼스, 베네딕트 컴버배치, 마크 스트롱 등 좋아하는 명배우들의 출연 소식이 영화에 관심을 갖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를 비롯한 많은 시상식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하고,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으며, 국내 시사회에서도 호평 일색이기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롱테이크 방식으로 촬영되었다는 이야기는 사전에 알고 있었고, 하이라이트 전쟁 장면에서만 적용된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영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설마 끝까지 롱테이크?'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감탄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단지 촬영 방식이 신기해서일 뿐만 아니라,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몰입감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스크린을 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가 그들의 바로 옆에서 함께 걷고 뛰고 헤엄치고 쓰러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물들이 느끼는 긴박감과 회한, 불안, 절망감 등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를 본지 며칠이나 지난 지금도 직접 참전했던 전쟁을 회상하듯이 곱씹어보고 있을 정도입니다. 모든 장면들이 생생하게 기억나고, 느껴집니다. 몰입에 도움을 주는 요소로 배경음악 역시 빼놓을 수가 없습니다. 웅장하고 고요함을 극의 분위기에 따라 적절하게 조절해주는 음악들이 무의식적으로 감상에 깊이 파고들게 해주었습니다. 특히, <I am a poor Wayfaring Stranger>는 노래 자체의 독특하고 오묘한 분위기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기도 하고, 그 노래를 들으면 짧은 시간에 수많은 고난들을 겪어 온 스코필드의 마음에 완전히 동화되는 기분이 들어서 계속 찾아 듣게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큰 흐름은 '24시간 이내에 최전방 부대에 공격 중지 명령을 직접 전달한다'는 주 목표와 '최전방 부대에 있는 자신의 형을 만나러 간다'는 부수적인 목표, 두 가지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아주 단순한 구조인데, 그 단순함이 가진 큰 힘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대다수의 관객이 이해하기에 복잡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전형적일 수 있는 이야기 진행에 약간의 변곡점을 주어서 감동까지 주었습니다. 이야기는 단순하더라도 그 튼튼한 이야기 줄기를 중심으로, 연기, 촬영, 음향, 배경, 특수효과 등 촘촘한 곁가지들이 영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또한,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담담하면서도 진솔하고 흡인력이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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