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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들어 약스포) '작가 미상' 후기

Saskia Rosendahl and Cai Cohrs in Werk ohne Autor (2018)

 

 

 

 

 

 세 시간만에 담아낸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고루 녹아있다.

 

 

 

'아이리시맨'은 긴 러닝타임을 '어떻게 버티는지'보다 209분을 '어떻게 즐기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영화다. '작가 미상' 또한 '아이리시맨'처럼 관람 전부터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다. 그러나 '작가 미상'은 '아이리시맨'보다 대중적이면서도 다채롭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리시맨'이 더 좋으나 '작가 미상' 또한 그에 준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영화를 잘 보지 않는 친구와 함께 관람을 했는데 성공적이었다. 영화는 예상과 다르게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머 코드가 곳곳에 숨겨져있어 코메디 영화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극장 안의 관객들이 한꺼번에 웃는 장면들도 많이 존재할만큼 대중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주된 분위기는 나치와 독일의 분열을 배경으로 한 작품답게 어둡고 때로는 눈쌀을 찌푸리는 장면도 있다. 그러나 그 시대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갔는지를 화면으로 옮겨놓은 느낌이라 지금으로써도 그들의 희노애락을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는 점에서 대중적이다. 마냥 무겁고 루즈하지 않다는 뜻이다. 러닝타임이 길지 않았더라면 가족 영화로도 손색 없을 정도다.

 

나치의 몰락 - 동독 - 서독으로 이어지는 이야기의 흐름은 주인공 '쿠르트'의 유년시절(나치)과 성인시절(동서독)로 시간의 흐름에 따른 공간의 이동으로 전개된다. 영화는 크게 세 부분, 쿠르트가 나치 시절에 겪었던 유년 이야기, 동독에서 예술학교를 다니며 연인 엘리자베스를 만난 이야기, 서독에서 자신의 예술관을 정립하는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극장에서 서독이야기가 시작될 때 손목 시계를 보았는데 러닝타임에서 2시간이 흐른 직후였다. 동독이야기가 언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세 이야기들이 영화 전체를 정확하게 삼분할했다고 느껴질 정도로 각자의 이야기는 그만의 가치와 매력이 있고 오래 기억될 법하다.

 

예술가인 쿠르트 중심으로 흘러가는 '작가 미상'은 예술로 시작하여 예술로 끝이 난다. 나치가 '퇴폐 미술'이라고 칭하는 작품들의 전시회를 유년 시절의 쿠르트가 관람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되고, 성인이 된 쿠르트가 서독에서 자신의 전시회를 여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수미상관적 연출이 들어가있으나 이 연출은 그것으로 어떤 만족을 가져온다기보다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도구로 작용했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크다. 결말은 굉장히 좋지만 세 시간을 달려온 관객이 만족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장면마다 잘 짜여졌다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그러나 이 잘 짜여짐은 감탄을 자아낸다기보다는 앞서 말한 결말과 마찬가지로 영화적 완성도가 높음을 인지하게 해주는 잘 짜여짐이라 할 수 있겠다. 나치와 독일의 분열이라는 역사를 배경으로 훌륭한 이야기를 만들어냈으나 이야기가 역사를 압도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이끌려가는 느낌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야 이렇게 느끼지만, 보는 도중에는 지루함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꽤나 흥미진진하게 몰입이 된다. 나쁜 의미와 좋은 의미가 공존하는 교과서적인 영화라고 해야될까. 그래도 세 시간을 알차게 사용했다는 생각이 든다.

 

상징적인 소재들이 꽤나 등장한다. 보통 이런 영화들은 보고 난 직후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영화 해설'을 치고 싶게 만들지만, '작가 미상'은 그 소재들을 '생각하고 싶게 끔' 만드는 영화다. 그 만큼 영화가 세 시간 동안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다양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함께 본 사람과 몇 시간이고 떠들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작가 미상'은 예술을 이야기하는 영화이다. 그러나 예술을 이야기로 다루는 것과 영화를 예술적으로 다루는 것은 분명 다른 일이다. '작가 미상'은 영화 또한 예술적으로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그 시대를 다룸으로써 느낄 수 있는 미적 아름다움이 굉장히 훌륭하다고 느낀다. 오스카 촬영상에 괜히 노미네이트된 것이 아님을 영화는 세 시간 동안 증명한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대단하다. 훌륭한 배우는 관객들로 하여금 배우의 실명보다 캐릭터의 이름을 기억하도록 한다는 말이 있는데, '작가 미상'의 배우진은 주조연 할 것 없이 엄청난 열연을 펼친다.

이 두 이유 만으로도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시간적 여유가 많아 영화를 자주 볼 수 있는 기회를 잘 이용하고 있는데, 요즘들어 막바지에도 힘이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좋은 영화'의 기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폭스캐쳐', '어라이벌', '언컷젬스'와 같은 영화들이 나에게는 그러했다. 그러나 '작가 미상'은 긴 러닝타임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를 이겨내지 못한다. 후반부의 연출은 이야기의 흐름상, 예술가와 그의 예술을 다루기에 그 간 주인공 쿠르트가 겪어왔던 과거와 지금의 현실을 섞을 수 밖에 없는데, 이는 몰입을 해왔던 관객들이 이전에 봤던 내용과 유사한 장치를 보게 함으로써 어쩔 수 없이 긴장이 풀어지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몰입력 또한 줄어들게 되고, 영화를 이끌어왔던 원동력의 힘이 막바지에 빠지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좋은 점은 여운이 짙게 남게 된다.

 

세 시간이 다채롭다. 대하 드라마를 몰아서 본 기분이다. 피곤함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영화가 지루하다는 평에는 부정하고 싶다. 아까도 말했듯이 이 영화는 대중적인 요소도 가득 담았으며 예술적인 측면 또한 훌륭하게 포함되어 있는 웰메이드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4.5점을 주고 싶으나 영화의 장점들이 내가 아쉽게 느꼈던 점들을 누를 정도는 아니다. 러닝타임이 워낙 길어 누구에게 추천하기는 어렵겠으나,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4.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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