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크모드
  • 목록
  • 아래로
  • 위로
  • 댓글 2
  • 쓰기
  • 검색

영화 <남산의 부장들> 후기

16Carol 16Carol
1116 1 2

23.jpg

1960~70년대 한국 영화계는 시네마스코프 비율로 제작된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남산의 부장들>의 소재가 된 10.26 사태가 있던 1979년 이후 시네마스코프는 사라졌다. 그 뒤 복귀를 알린 영화가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이다. 이런 사실을 알고 보니 이병헌 배우가 두 영화에 얽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런 얘기를 한 이유는 <남산의 부장들>이 시네마스코프 이후 각광을 받았던 `비스타 비율`로 제작된 영화이기 때문이다. , 시네마스코프와 함께 역사 속에 사라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영화는 하고 있으며, 그런 인물들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라고, 감독은 화면 비율로 관객에게 전하고 있다.

 

영화는 19791026일 중앙정보부장 김규평(이병헌)의 총성을 시작으로 40일 전()으로 돌아가며 시작된다. 누구를 쏘았는지 이미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 앞에 영화는 왜? 김규평이 이런 행동을 하게 되었는지 찬찬히 살피며 다시 그날로 향해간다. 1인자 박통(이성민) 곁에서 충성 경쟁을 하는 2인자 김규평(이병헌)과 곽상천(이희준) 그리고 박통에게 버려진 박용각(곽도원). 영화는 이렇게 4명의 관계 속에서 쌓아가는 갈등과 감정의 생채기를 김규평의 심리적 변화에 집중하며 왜? 란 질문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감정은 `모멸``배신`이다. 이 두 감정은 서로 인과관계가 성립되는 감정들이다. 상대방에게 받은 모멸감이 배신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모멸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점을 상기시킨다면 영화 속 곽상천과 충성 경쟁을 벌였던 김규평의 고뇌와 딜레마 속에서 보이는 심리 상태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않을까. 더욱이 그들의 충성 경쟁의 기저엔 박통에게 버려진 박용각의 배신이 촉매제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생존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해야 했을 테니. 그렇게 영화는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의 대비를 1인자 박통의 선택에 따라 변화한다.

 

영화 속에 박통의 선택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저 그 선택이 원인이 되어 어떤 결과가 벌어졌는지를 보여 줄 뿐이다. 유머도 거의 없다. 영화의 건조한 분위기는 시시때때로 펼쳐지는 상황에 목숨 줄이 좌지우지된다. 명확한 적은 있지만 명확한 아군은 없다. 그렇기에 심리적 스릴러가 완성될 수 있었다. 선악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각자는 자신의 신념 그대로 살아갔을 테니깐. 구두 한 짝도 없다. 위급했던 상황을 보여주는 도구이며, 동시에 나락을 암시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영화는 이렇게 없는 것을 통해 영화를 완성한다. 없었기에 되려 빈 공백에서 비정함이 느껴지고, 담고자 한 것에 집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없는 것 때문에 10.26 사태가 생소한 분들에겐 오롯이 인물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사건이 갖는 역사적 무게감을 체감하기엔 역부족해 보인다. 더욱이 알면 피식 될 포인트도 있기도 했다. 또한 익숙한 분들에겐 같은 소재의 <그때 그 사람들>과 관점의 차이를 두긴 했지만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 실존 인물의 자료 화면을 사용한 그 장면은 선입견을 배제하려 했던 감독의 노력을 약화 시키는 사족 같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을 차치하더라도 배우들의 호연은 인상적이다. 1인자 2인자 관계없이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물들의 모습 속에 죽음의 불안이 인물들의 표정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특히, 이병헌 배우가 연기한 김규평은 감정을 폭발시키고 싶어 안달 난 사람처럼 보였지만 클라이맥스까지 절제하며 극을 이끌어 가고 있다. 어쩜 이런 `절제` 속엔 박통에 대한 추억과 의리 그리고 연민과 불안 등 다양한 생각과 감정이 내면에 담겨 있었을 테다. 그렇기에 그 고뇌 속에서 처연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실화 사건을 모티브로 선택과 선택 사이에 흔들리는 개인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신고공유스크랩

추천인 1

  • 아이언보어
    아이언보어

댓글 2

댓글 쓰기
추천+댓글을 달면 포인트가 더 올라갑니다
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profile image 1등

진짜 속에서는 끓고 있는데 마지막에 터뜨리기까지 절제되어 있는 부분이 정말 좋았어요. 연기 진짜 미친 거 같아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리뷰 잘 읽었습니다!

17:20
20.01.26.
profile image
16Carol 작성자
아이언보어
저도 언제 터지는지 알면서도 기다려지더라고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14:36
20.01.27.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
에디터 모드

신고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댓글 삭제

"님의 댓글"

이 댓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공유

퍼머링크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모르는 이야기] GV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1 익무노예 익무노예 4일 전10:54 1606
HOT '오멘: 저주의 시작' 해외 호평 반응들 2 golgo golgo 24분 전13:57 223
HOT [불금호러] 만우절을 대표하는 피의 영화 - 죽음의 만우절 5 다크맨 다크맨 2시간 전11:29 642
HOT 4월 넷플릭스 공개 작품들 리스트 4 NeoSun NeoSun 1시간 전13:05 447
HOT 야마자키 타카시 감독, 할리우드 대형 에이전시와 계약 ー ... 1 카란 카란 1시간 전13:04 227
HOT 오마이뉴스 - 나는 이 천만영화가 부끄럽다(파묘) 9 꿈꾸는하늘 꿈꾸는하늘 2시간 전12:04 1489
HOT 시애틀에서 난생 처음 한 영화 상영회 6 시애틀아빠 시애틀아빠 4시간 전10:15 864
HOT 오늘의 쿠폰소식은 5개 불금 화이팅!!! 3 평점기계(eico) 평점기계(eico) 5시간 전09:03 1110
HOT '고질라 X 콩' 로튼토마토 리뷰 번역 4 golgo golgo 1시간 전12:53 548
HOT 아무 생각없이 머리비우고 보는 팝콘무비 "비키퍼" 4 방랑야인 방랑야인 1시간 전12:47 379
HOT <범죄도시4> 영화전산망 IMAX, 4D 포맷 등록 1 오래구워 1시간 전12:34 403
HOT (약스포) 로봇드림을 보고 2 스콜세지 스콜세지 3시간 전11:06 269
HOT (약스포) 대결 애니메이션을 보고 2 스콜세지 스콜세지 3시간 전10:55 281
HOT (약스포)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 2 스콜세지 스콜세지 3시간 전10:40 347
HOT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메갈로폴리스' L.A 시사회... 2 NeoSun NeoSun 4시간 전09:30 814
HOT 박찬욱 [동조자]에 나오는 로다주 스틸 모음 2 시작 시작 5시간 전09:18 1079
HOT 넷플릭스 '종말의 바보' 첫 포스터 14 NeoSun NeoSun 5시간 전09:08 2436
HOT <고질라 X 콩: 뉴 엠파이어> 제작비, ‘몬스터버스’ 사... 8 카란 카란 5시간 전09:04 886
HOT 커스틴 던스트, '스파이더맨' 상징적 키스 당시 ... 7 NeoSun NeoSun 5시간 전08:53 1377
HOT 크리스토퍼 놀란 부부, 영국에서 기사 작위 수여 예정 3 NeoSun NeoSun 5시간 전08:33 698
HOT '소닉 3' 촬영 완료, 12월 개봉 3 NeoSun NeoSun 5시간 전08:30 735
1130461
image
중복걸리려나 7분 전14:14 65
1130460
image
golgo golgo 9분 전14:12 115
1130459
image
넷플마니아 넷플마니아 16분 전14:05 96
1130458
normal
동네청년 동네청년 20분 전14:01 83
1130457
image
golgo golgo 24분 전13:57 223
1130456
image
NeoSun NeoSun 33분 전13:48 87
1130455
image
오래구워 55분 전13:26 184
1130454
image
NeoSun NeoSun 57분 전13:24 605
1130453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10 161
1130452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09 282
1130451
image
오래구워 1시간 전13:07 229
1130450
image
오래구워 1시간 전13:05 251
1130449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3:05 447
1130448
image
카란 카란 1시간 전13:04 227
1130447
image
golgo golgo 1시간 전12:53 548
1130446
image
NeoSun NeoSun 1시간 전12:49 286
1130445
image
방랑야인 방랑야인 1시간 전12:47 379
1130444
image
오래구워 1시간 전12:34 403
1130443
image
호러블맨 호러블맨 2시간 전12:21 279
1130442
normal
꿈꾸는하늘 꿈꾸는하늘 2시간 전12:04 1489
1130441
normal
미래영화감독 2시간 전12:02 245
1130440
image
처니리 처니리 2시간 전11:58 151
1130439
image
다크맨 다크맨 2시간 전11:29 642
1130438
image
NeoSun NeoSun 2시간 전11:25 434
1130437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1:13 298
1130436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3시간 전11:06 269
1130435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3시간 전10:55 281
1130434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0:53 414
1130433
image
NeoSun NeoSun 3시간 전10:42 642
1130432
image
스콜세지 스콜세지 3시간 전10:40 347
1130431
normal
김갤러 김갤러 3시간 전10:36 399
1130430
normal
Pissx 3시간 전10:35 480
1130429
image
시작 시작 4시간 전10:20 997
1130428
image
시애틀아빠 시애틀아빠 4시간 전10:15 864
1130427
image
중복걸리려나 4시간 전10:06 2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