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 폰 타임 인 할리우드] 영화의 이름으로 너희를 용서하지 않겠다!
이렇게 말해보면 어떨까요. [헤이트풀8]가 법에 종사하는 자와 무력에 종사하는 자들이 힘을 합쳐 무법자들을 소탕하는 이야기라면, [원스 어 폰 타임 인 할리우드](이하 할리우드)는 영화에 종사하는 자들이 힘을 합쳐 영화를 모욕하는 이들을 소탕하는 이야기라고.([할리우드]의 잔혹하지만 시종일관 유쾌한 마지막 액션 시퀀스는 이야기의 배경이 된 실제 역사를 알고 본다면 다르게 다가옵니다.)
또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겁니다. [바스타즈: 거친 녀석들]이 역사상 최악의 범죄를 저지르고도 죽음으로 도망친 인물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여 정당한 대가를 치루게 하는 이야기라면, [할리우드]는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 인물을 스크린으로 불러들여 애정과 존중의 좌석에 앉히는 이야기라고.(마고 로비의 분량은 적지만 이 영화가 가장 사랑하는 인물은 그녀가 연기하는 샤론 테이트입니다.) [할리우드]는 마지막에 이르러 타이틀을 등장시킵니다. 현실적인 폭력이 난무한 뒤에도 마치 이 모든 이야기들을 한 편의 우화처럼 받아들이게 만드는 '옛날 옛적에..'라는 문구는, 영화사에 새겨진 비극적인 역사를 고쳐 쓴 영화광 타란티노가 고전 할리우드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의 첫 줄입니다.
영화는 플래시백을 통해 고전 할리우드 영화와 제작 방식을 불러옵니다. CG가 없는 시대에서 배우는 직접 화염방사기를 쏘고 스턴트맨은 위험을 감수하는 육체의 연기를 펼칩니다. 전성기가 지난 배우 릭 달튼(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과 그의 매니저이자 스턴트맨 클리프(브래드 피트)가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만, 타란티노는 주변부에도 많은 영화인들을 배치하고 그들의 삶을 조명합니다. 클리프가 모는 낡은 차의 화려한 주행씬은 타란티노가 영화 속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방식입니다. 영화는 릭과 비교하면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클리프의 삶을 함부로 과소평가하지 않습니다. 클리프는 릭을 시샘하지 않고 릭도 그를 동정하거나 하대하지 않습니다. 그저 각자가 맡은 일에 충실할 뿐입니다. 릭은 대사를 틀리는 자신의 연기에 미친 듯이 분노할 정도로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가지고 있고, 프로듀서 마빈(알 파치노)은 릭을 만나기 전 그의 전작들을 감상한 후 진지한 평가를 내립니다. 샤론은 극장에 앉아 자신이 나오는 영화를 바라보며 극중 가장 아름다운 미소를 짓습니다. [할리우드]는 영화를 만드는 이들 하나하나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클리프가 하피들의 거주지를 방문하는 시퀀스는 고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장르인 서부극의 기본 서사를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들어간 듯한 이 시퀀스는 타란티노의 작품에서 언제나 등장하는 서스펜스를 극대화하는 장치이지만, [펄프픽션]이나 [저수지의 개들]에서처럼 단순한 서브플롯으로 머물지만은 않습니다. 사건의 발화점까지는 아니지만 작은 불씨의 흔적을 남긴 이 만남은 영화의 후반에서 연쇄작용을 일으키듯이 큰 폭발을 일으킵니다. “저놈들이 티브이에서 우리에게 살인을 가르쳤으니 대가를 치르게 하자.”라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살인을 저지르려는 맨슨 추종자들을 릭과 클리프(심지어 이탈리아 신인 배우까지 합세해서)가 물리치는 장면은 실로 영화의 이름 아래에서 이루어지는 응징입니다. 영화를 변명거리로 삼는 자들, 영화를 모욕하는 자들을 타란티노는 결코 용서치 않습니다.
*http://magazine2.movie.daum.net/movie/36625 첫 번째와 두 번째 문단은 동진님의 [옥자] 리뷰를 인용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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