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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 할리우드에서 이런 일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루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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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란티노가 메가폰을 붙잡는 영화는 복층적으로 얽힌 서사와, 서사의 흐름에 씨실과 날실처럼 얽힌 분노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나는 좀처럼 이 영화를 보는 동안 답답했다. 왜일까. 이 영화가 어떻게 결말이 날지 알고 있어서 그럴까.

 

개봉 전부터 ‘찰스 맨슨의 로만스키 가 살인사건’을 소재로 삼는다고 유명세를 떨쳤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이하 OUTIH)는 한물간 가상의 배우 ‘릭 달튼’과 모종의 사고로 은퇴한 그의 스턴트맨 ‘클리프 부스’, 그리고 옆집에 이사 온 로만스키 부부 (로만스키는 런던에 있었기 때문에, 작품에서 내내 얼굴을 비추는 것은 마고 로비가 연기한 샤론 테이트 뿐이다.)의 일상을 다룬다.

 

릭은 운 좋게 서부극 악당 역할을 맡아 하루 종일 연기를 하게 된다. 그가 연기하는 서부극은 작품 내에 극중극으로 연출된다. 극중극의 카메라와 [OUTIH]의 카메라는 같은 자리에 놓여 사실상 극중극을 직접 보는 느낌을 주는데, ‘릭’의 일상은 폭력적인 스파게티 웨스턴을 떠올리며 작중의 분노 게이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샤론 테이트는 자신이 연기한 작품을 보러 극장에 간다. 그녀는 여유롭게 자신이 연기한 작품을, 그녀가 등장하는 장면에서의 관객들의 반응을 즐긴다. 실제 비극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생각해 보면 이 또한 긴장감을 높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장면이다.

 

클리프는 길거리에서 히피 여자를 만나게 되고, 히피들의 소굴로 가게 된다. 그 자리에서 그는 히피들과 싸우게 되고, 또다시 분노 게이지를 쌓으며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이 작품은 이렇게 비극이 일어나기 전의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여러 시점을 오가며 복층적으로 다루고 있다. 황토색 B급 서부극 질감으로 다뤄지는 할리우드의 정경은 확실히 60년대 할리우드의 추억을 재치있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답답하다. 관객들은 이 영화가 어떻게 끝날 것인지 이미 알고 온 상태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복층적으로 긴장감과 분노를 쌓아올린다 하더라도, 그것의 해소가 시원하게 될까?

 

쿠엔틴 타란티노는 여기에 색다른 아이디어를 내놓아 분노를 해소한다. 좋아 그렇지. 입이 근질거리지만, 쿠엔틴 타란티노가 어떤 식으로 이 오갈 데 없는 분노와 서글픔을 해소했는지 알게 된다면 입이 떡 벌어질 것이다. 영화는 지금까지의 서스펜스를 분노의 폭발로 마무리 짓는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답답하다. 그는 꼭 이런 식으로 결말을 내야만 했을까? 나는 좀처럼 이 영화가 이해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작품 외부에서 텍스트를 끌어왔다. 소위 ‘내수용 영화’인 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미국의 헐리우드에서 나왔다는 이유로 세계에서 관심을 받고 칸에 초청된다. 실제 사건이나 60년대의 할리우드를 모르는 관객은 영화의 반도 이해할 수 없다. 아시아의 현실이나 과거를 다룬 영화는 등한시되면서 왜 미국의 과거를 추억하는 영화는 모두가 신경써야 하는 중요한 작품이 되는가?

 

좋다. 이건 억지라고 치자. 할리우드는 유럽에서든 아시아에서든 영향력이 막대한 곳이니까. 애초에 이 영화를 찾는 사람이 어느 정도 씨네필이라고 가정하고 만들었다고 치자. 그러나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실제 사건을 두고 타란티노가 취한 태도이다. 그는 60년대 할리우드와 폴란스키 가의 비극이라는 두 마리 꿩을 동시에 잡으려다 한 마리는 꿩이 아닌 닭을 잡아왔다.

 

실제 사건을 다루는 작품은 조심해야 한다는 점을 대부분의 영화학도는 홀로코스트를 다룬 작품이나 체르노빌을 다룬 작품들을 통해 배운다. 그러나 타란티노는 할리우드 키드의 꿈에 빠진 채, 한 쪽에서는 헐리우드의 정경을 묘사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사실을 고발하기를 저버렸다. 타란티노에게 남은 것은 히피를 향한 분노뿐이라고 해도 모자랄 게 없다.

 

히피 문화는 찰스 맨슨과 함께 종말을 맞았다. 나는 타란티노가 히피 문화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고 화를 내는 것이 아니다. 히피 문화는 반전 운동과 사이키델릭 아트에 큰 영향을 끼쳤지만, 과도한 마약과 섹스로 인해 자멸한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타란티노는 히피의 악한 면에 대해서 진지하지 않다. 작품에서 찰스 맨슨이 등장하는 장면은 오직 한 장면뿐이다. 작품 내의 살인범들은 얼간이들로 희화화된다. 그렇게 타란티노는 희대의 참극을 오직 관객을 위한 오락거리 악당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를 두고 ‘엄숙주의’라고 비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 사건을 다루는 작품을 만들 때에는 창작 윤리를 따지지 않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이 작품은 개봉 후에 잠깐 화제가 되었던 이소룡의 취급과 함께, 사망한 폴란스키 가족에 대한 예우도 지키지 않은 영화인 셈이다.

 

결국 우리에게 남는 교훈은 ‘60년대 할리우드는 이러했다.’라는 사실과 ‘히피는 나쁘다.’라는 사실 뿐이다. 1969년의 할리우드에 작품과 같은 사건은 없었다. 우리에게 남는 것은 사이다뿐이다. 하긴, 타란티노는 원래 그런 감독이었다.

 

 

https://blog.naver.com/leedasaem/221731890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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