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착한 자가 이긴다 [나이브스 아웃]
라이언 존슨의 첫 번째 작품인 [브릭]은 기묘한 컬트적 작품이었다. 분명히 플롯은 정통 누아르인데, 내용은 학교 내부의 암투를 다루고 있다. [블룸 형제 사기단]은 그런 면에서 평범한 케이퍼 무비였다. [브릭]이 의외로 비정한 학교의 이면을 보여주는 반면에 [블룸 형제 사기단]은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거짓말의 따뜻함을 다루고 있지 않은가.
[스타워즈 : 라스트 제다이]라는 커다란 사건을 터뜨리고 나서, 라이언 존슨은 [나이브스 아웃] 제목 그대로 칼을 빼들고 다시 자신의 장르로 돌아왔다. [나이브스 아웃]은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정통 알리바이 추리극이다. 살벌한 제목 덕에 [나이브스 아웃]은 숨이 죄여 오는 스릴러를 연상케 하지만, 그 반대다. 작품은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 소설의 따뜻한 동심(?)으로 우리를 끌어 들인다.
저명한 추리소설 작가인 할런의 의문스런 사망과 그 유언장을 두고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 소동을 다루고 있다. 그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정체불명의 의뢰인에게 고용되어 사립탐정 브누아 블랑이 고용된다.
수백개의 칼날이 꽂힌 구조물을 뒤에 두고, 의자에 앉은 할런의 가족들은 모두 경찰의 조사에 따라 증언을 시작한다. 경찰들의 질문에 그들은 태연히 대답하지만, 건반을 두드리던 브누아 블랑이 그림자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은 거짓말을 시작한다. 서로를 헐뜯기 시작한다. 선천적으로 거짓말을 못하는 마르타조차 진실을 숨긴다.
[나이브스 아웃]의 줄거리는 반전과 줄타기의 연속이기 때문에 이 이상 언급할 수 없는 점을 양해해주길 바란다. 나는 이 작품을 여러분들이 보기를 바라기 때문에,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다.
그러나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나이브스 아웃]은 첨예한 고발 영화라는 것이다. 이 점은 올트먼의 위대한 [고스포드 파크]를 연상시킨다. [고스포드 파크]는 공간의 아름다운 분리를 통해서 하인들과 귀족들의 자리를 나누고, 그들 각자의 허례허식을 비판했다. 물론 [나이브스 아웃]이 [고스포드 파크] 만큼의 철저한 공간 분리와 멋진 쇼트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그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간다면 르누아르의 [게임의 법칙]과 애거서 크리스티의 각종 소설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작품을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페어플레이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대저택과 수많은 인물이 등장하는 작품들은 어느 작품이나 [게임의 법칙], 혹은 [시민 케인]에 빚지고 있지 않은가?
[나이브스 아웃]은 이런 아름다운 구도를 가진 쇼트를 만들어내는 대신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를 모방한다. 트위터와 같은 SNS와 넷플릭스에 대한 언급, 이런 사소한 대사가 [나이브스 아웃]의 개봉 시점과 우리가 살아가는 개봉 시점을 일치 시킨다. 스마트폰과 같은 사소한 도구가 [나이브스 아웃]에 생동감을 불러 일으키는 미장센이 된다. 이 생동감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과 [나이브스 아웃]의 현실을 일치시킨다.
중간에 등장하는 정치 이야기 장면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할런의 가족들은 미국의 이민자 문제를 두고, 한쪽에서는 좌파적인 시각에서, 반대편에는 우파적인 시각에서 논쟁한다. 그러나 그들 모두 유언장을 눈앞에 두었을 때에는 똑같은 속물임이 결과적으로 드러난다. 미국의 정치 상황을 반영한 이 짧은 장면에서 우리는 또다시 생동감을 느낀다.
[나이브스 아웃]은 진실과 거짓의 대결이다. 진실과 거짓의 개념은 확장되어 표리부동까지 닿는다. 모두가 겉과 속이 다른 속물임을 숨기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가식을 떤다. 그것은 정치적 성향과 상관없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우리가 받아야 할 것을 당연히 받으며, 그것을 우리 스스로 일구어냈다고 믿는다.
[나이브스 아웃]은 그런 믿음에 철퇴를 끼얹는다. 우리에게 당연히 돌아오는 몫은 없다. 결국 이야기가 선함과 악함의 대결로 소급되면서, [나이브스 아웃]은 따뜻한 한 마디를 남긴다.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우리의 업보이다. 선함은 배신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동심의 세계로 다시 한 번 [나이브스 아웃]은 우리를 끌어들이며 결론짓는다.
이런 나이브스 아웃의 온도는 라이언 존슨이 처음 만들었던 [브릭]과 그 다음 작품인 [블룸 형제 사기단]의 중간에 서 있는 듯 하다. [브릭]에서 그는 누구보다도 서늘한 모습을 보여주었고, [블룸 형제 사기단]에서는 누구보다도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나이브스 아웃]이 개봉했다. 나는 그가 좀 더 동심어리고 따뜻한 작품을 많이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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