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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에들어 윤희에게-님은 먼 곳에

눈덮인 설산에서 잊고있던 첫사랑을 찾으러 가는 이야기. 여러모로 <<러브레터>>가 많이 떠오르더군요. 눈발이 흩날리는 일본의 설산이 배경이면 저도 모르게 끌리게 되는데, 이 영화 역시 그런 이유로 끌리게 되어 시사회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김희애 주연의 퀴어영화라는 것 역시 이목을 끄는 데 충분했고, 김소혜 배우 역시, 첫 영화 데뷔작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위화감이 없는 모습을 보여줬고요. 무엇보다 이런 섬세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나간 임대형 감독의 역량이 돋보인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열렬히 사랑했으나 지금은 결국 헤어진 윤희(김희애)와 쥰(나카무라 유코)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묘사합니다. 그들의 사회적인 위치나 주변인들의 평가, 심지어는 그들이 속한 공간에 이르기까지, 거의 집착에 가까울 정도의 대칭성을 보여주죠. 보통 같으면, 이런 대칭적인 묘사 후엔, 그들이 과거에 어떠했는지를 묘사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바로 그런 과거 회상과 같이 플롯을 꼬거나 하지 않고 계속 선형적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킵니다. 그렇기에 퀴어영화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직접적으료 묘사하는 방식이 전무합니다. 아예, 그 어떠한 로맨틱한 묘사나 성적인 코드도 없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오히려 그런 담담하면서도, 담백한 묘사가 더욱 여운이 깊고, 그러면서 애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 영화는 그 둘의 사랑이 어떠했는지를 자세히 묘사하지 않습니다. 대신, "대리자"모티브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유추를 하게하죠. 그런 대리자들의 관계와 묘사를 통해서, 윤희와 쥰의 관계가 과거에 어떠했는지를 연상케 하는 데, 그 대리자들의 모습이 굉장히 풋풋하면서도 잔망스럽더군요. 서툴면서도, 어려보이는 듯한 그들의 모습은 이 영화의 흥미를 돋구기엔 충분한 것 같습니다. 거기에, 의외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도 많아서, 이야기가 지루하게 다가오는 부분들도 없었고요. 김희애 배우의 먹먹한 연기는 확실히 저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고, 끝내 그 먹먹함을 제대로 해소하지 않아서, 미어진 가슴이 서서히 풀리게 되더군요. 그 외에도 여러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는 앞으로 그들의 행보를 더욱 기대케 하기엔 충분했습니다.

햇빛에 비치는 설산의 풍경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이야기 역시 단조롭지만, 매력적이어서, 그 여운이 굉장히 길게 가는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퀴어영화라는 주제답게 마지막에 보여주는 강렬한 사회적인 메시지의 여운 역시 존재하기도 하고요. 어찌보면, 단조로우면서, 민감할 법한 이야기를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통해서, 아련하고 청초하게 만든 임대형 감독의 역량에 새삼 감탄을 하게 됩니다. 마치 옛날의 허진호 감독을 보는 것 같다고 할까나요? 총평을 내리자면, 겹겹이 겹쳐놓은 캐릭터들을 통해서, 과거의 가슴 아픈 이별을, 플롯을 꼬지 않고 선형적으로 청초하며 담담하게 묘사한 애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 정말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주는 여운은 그 힘이 강력해서,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마 그 여운이 굉장히 오래가실 것 같네요.ㅎㅎ진짜 연말에 볼 영화 목록이 이렇게 하나 늘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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