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v 페라리] 진짜 벌어진 일과 다른 장면들 몇 가지 (스포일러) (내용 추가)
쿠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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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V 페라리"를 보면서 놀랐던 것은 얼마나 현실 고증을 충실히 했냐였습니다.
포드 GT40이 태어나게 된 계기(포드가 페라리 인수에 실패했고, 이 때 페라리가 퍼부은 악담에 포드가 빡쳐 르망에 참가)도 매우 정확하며, 문제의 66년 르망 경기의 전개도 꽤 실제로 일어난 일에 충실합니다.
다만, 영화다보니 당연히 부분부분 각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 나열드리는 부분은 제가 직접 찾은 것과 몇몇 외신 기사를 참조한 것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 포드가 캐롤 셸비를 찾아왔을 때: 영화에서는 확언은 힘들지만 아이아코카가 셸비를 찾아온 것은 포드가 르망에 참전하기로 한 직후에 찾아온 것으로 묘사됩니다. 다만, 현실에서 포드는 이미 1964년 르망에서 실패를 맛봤고, 그러고나서야 셸비를 찾아왔습니다. 영화의 장면 전개를 생각하면 64년의 이야기를 그냥 배제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켄 마일스의 65년 르망 미출전?: 영화에서는 1965년에 마일스의 성격을 이유로 포드가 마일스를 출전자 목록에서 배제했고, 마일스는 LA 국제공항에 있는 연구 시설에 혼자 남아 경기를 라디오로 듣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마일스도 1965년 레이스에 출전했습니다. 아마 이후에 더 심화되는 셸비-마일스 듀오와 레오 비비의 갈등의 전초전을 깔기 위한 각색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틀린 것도 아닌 것이, 마일스는 초반부터 너무 밀고 나가면 기어박스가 터질 것이라 주장했고, 실제로 그걸 정확히 맞췄는데요. 실제 레이스에서는 마일스 자신이 기어박스 트러블로 리타이어합니다.
- 포드 경영진(특히 비비)과 셸비/마일스 듀오의 갈등: 이 부분은 대부분 픽션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포드와 셸비/마일스 듀오의 관계는 마일스가 실제로 까다로운 사람이긴 했음에도 불구하고 꽤 좋았습니다. 셸비가 마일스를 르망에 출전시키기 위해 헨리 포드 2세와 데이토나 내기를 하는 것 또한 픽션입니다. (상술했지만 마일스는 이미 65년에도 레이스에 나갔기 때문에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죠) GT40 테스트 초반에 실로 공기저항을 실험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테스트를 위한 계측 장비를 뜯어내거나 그러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 페라리 팀의 스톱워치 훔치기: 르망 레이스에서 스톱워치는 페이스 조절 뿐만 아니라, 타이어나 연료가 고갈되게 될 타이밍 등을 재는데 중요한 도구인데, 셸비가 이를 훔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일종의 심리전인 셈입니다. 다만 실제로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기록은 없습니다. (일단, 실제 레이스에서는 페라리 피트가 포드 피트 옆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 포토 피니시를 지시했을 때의 셸비와 마일스의 반응: 66년 레이스에서 비비가 포토 피니시를 지시했을 때, 셸비와 마일스 둘 다 노발대발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덤덤하게 지시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마일스도 레이스 직후 인터뷰에서 "포드는 나에게 많은 걸 해줬다"라며 격한 반응은 자제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셸비는 이후 인터뷰에서 이를 후회했다고 밝히기도 했는데, 영화에서 묘사됐듯이 66년 레이스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일스가 테스트 중 사고로 사망해서 다음이라는 게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엔초 페라리: 66년 레이스에서 엔초 페라리가 계속해서 존재감을 비추며, 마지막에 마일스를 인정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장면은 나름 명장면이라 생각했는데요, 실제로 66년 레이스에서 엔초는 코빼기도 안 보였다고 합니다. 제임스 맨골드 감독은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출연을 결정했다고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옳은 결정이었던 거 같습니다.
추천인 10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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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달빵이
관리자가 삭제한 댓글입니다.
12:07
19.12.07.
달빵이
12:17
19.12.07.
2등
포드가 페라리를 인수하려고 찾아갔을때도 영화에서는 페라리 측이 몸값을 올리려고 ~ 하게 (얍삽하게) 나왔는데 실제로는 포드와 페라리 간 이견으로 결렬되었다고 하더라구요.
영화는 참 좋았지만 포드 이미지가 안 좋아질 듯 한데요 ..
12:12
19.12.07.
3등
흥미로운 정보 감사합니다.👍
12:22
19.12.07.
스톱워치와 나사 굴리기는 일종의 심리전과 개그 장면 및 셸비의 활약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넣은 장면같아요. 레이싱에서는 켄에게만 포커스가 맞춰질 우려가 있어서 넣은 것 같은데 좀 과했다고 봐요.
12:33
19.12.07.
조커보다 나은 영화인데 각색상 수상 가능성까지는 모르겠습니다.
12:38
19.12.07.
오 새로운 사실 알고갑니다 ㅎㅎ
12:58
19.12.07.
영화를 보면서 시계훔치는 씬보고는 으응?기싸움을 저리한다고?생각했는데 역시 각색이었군요ㅎㅎ
08:26
1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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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열해 보이는 행위에 공감하는 바입니다.
기록에도 없다는 두 반칙성 에피소드를 굳이 삽입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혹여 셸비한테 직접 전해들은 후일담일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