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즈 오브 유니버스] 제레미 잔스 리뷰
볼드모트
그리고 이제 거의 40년 만에 우주의 왕자 히맨이 다시 극장 스크린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니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죠. 시네아콘에서 이런 걸 나눠주더군요. [마스터즈 오브 유니버스] 리뷰 썸네일 중에 이런 장난감이 들어간 게 몇 개나 될까요? 뭐, 어쨌든 넘어가고요.
[마스터즈 오브 유니버스]는 [우주의 왕자 히맨]을 실사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두 번째 실사화 작품이자, 다시 한번 이터니아에서 지구로, 그리고 다시 이터니아로 향하는 히맨의 모험을 그린 이야기죠. 이번에는 니콜라스 갈리친이 프린스 아담을 연기합니다. 그는 어린 시절 지구로 전송되었습니다. 하지만 마법의 세계에서 어린 시절 지구로 보내진 뒤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다른 이야기들의 주인공들과는 달리, 그는 자신의 출신을 기억합니다. 맨앳암즈를 기억하고, 그레이스컬 성도 기억하며, 이터니아도 기억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장난감으로 알고 있는 모든 인물들도 기억하죠. 한편 스켈레토는 [라이온 킹]의 스카처럼 사실상 모든 것을 망쳐놓고 있습니다.
영화는 여러 작품에서 많은 요소를 빌려온 것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떠오르게 하는 그 작품들조차도 또 다른 작품들에서 영향을 받은 경우가 많죠. 결국은 아주 오래된 전형적인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사라졌던 선택받은 영웅, 세상을 지배하며 모든 것을 망가뜨리는 사악한 악당 말입니다. 아담은 자신의 파워 소드와 함께 이터니아로 돌아오고, 스켈레토를 무너뜨릴 수 있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팬들이라면 모두 알다시피, 그가 결국 자신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남자인 히맨이라는 사실을 깨닫기를 기대하게 되죠.
솔직히 말하면, 영화가 시작됐을 때 이터니아를 보여주는 부분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히맨, 아니 프린스 아담이 어디서 왔는지 설정을 깔아주는 장면들이었는데, 저는 바로 몰입했어요. "좋네. 이 영화는 구해야 할 마법의 세계를 잘 구축하고 있네. 거대한 악당 스켈레토도 있고. 좋아, 이제 돌아가서 모두를 구하자." 하는 느낌이었죠. 세계관을 소개하는 도입부는 탄탄했습니다.
저는 예전에 히맨 애니메이션을 봤습니다. 1980년대 버전 말이죠. 네, 저도 그 정도로 나이가 있습니다. 돌프 룬드그렌이 출연한 실사 영화도 봤고요. 그 영화가 제 VHS 컬렉션에 있냐고요? 그건 좀 오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게 무슨 자랑인지는 모르겠지만요. 아무튼 좀 희한한 부심이네요.
그러다 영화가 지구로 오면서 전개가, 뭐랄까... 좀 루즈해집니다. 네, 다들 애드리브 넘치는 코미디 시간을 좋아하긴 하지만, 히맨 영화에서는 솔직히 "이제 본론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후 다시 이터니아로 돌아오는데, 문제는 그 코미디 분위기가 딱히 멈추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래도 다시 이터니아에 왔으니, 이제 제대로 된 모험이 시작되길 바라게 됩니다.
히맨 역으로 영화를 이끄는 니콜라스 갈리친은 괜찮았습니다. 다만 프린스 아담일 때는 좀 웃기더군요. 제작진이 여러 겹의 셔츠를 입혀서 근육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 애쓰는데, 히맨으로 변신했을 때는 원래 "와, 저 몸은 어디서 나온 거야?" 하는 느낌이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셔츠 아래에 이미 그 몸이 있다는 게 다 보입니다. 그렇다고 프린스 아담 장면을 다 찍고 나서 "좋아, 이제 촬영을 몇 달 쉬면서 몸을 키우고 옵시다"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해는 됩니다. 어쨌든 저는 괜찮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드리스 엘바의 맨앳암즈는 뭐랄까, 거의 믿고 보는 수준입니다. 초반에 이터니아에 있을 때 맨앳암즈는 어린 아담에게 혹독한 인생 교훈을 줍니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는 거다", "그 누구도 널 주저앉힐 수 없다", "밤을 흥청망청 보내든", "네가 바로 종말을 막는 거다" 같은 말들이요. 그가 가르치는 내용 중에 딱히 틀린 말은 없습니다. 솔직히 우리 애 체육 선생님 삼고 싶을 정도예요. 전 자식이 없지만, 만약 있다면 말이죠. 그런데 영화 중반에 맨앳암즈 캐릭터를 다루는 방식이 좀 묘합니다. 스포일러는 안 하겠지만, "말로는 그런 교훈을 가르치기 참 쉽지, 정작 본인은 그렇게 안 살면서 말이야"라는 느낌을 줍니다. 물론 그 덕분에 히맨과 맨앳암즈 사이에 서로를 일으켜 세워주는 진심 어린 대화가 한 번쯤 나오기는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맨앳암즈와 틸라 사이에 갈등이 생기는데, 문제는 그 갈등이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영화는 해결됐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단지 각본이 "이제 해결된 걸로 하자"라고 선언했을 뿐이에요. 심지어 이건 스포일러라고 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왜냐하면 영화 안에서 제대로 다뤄지지도 않거든요. 이 영화에 없는 게 또 하나 뭔지 아세요? 핼리 혜성입니다. 이건 스포일러네요.
하지만 핵심부터 말하자면, [마스터즈 오브 유니버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캐릭터이자 연기는 자레드 레토의 스켈레토입니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는 "왜 자레드 레토지?" 싶었습니다. 켈도어 시절을 보여주고, 인간 모습의 자레드 레토가 결국 스켈레토로 변하는 이야기를 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아닙니다. 그는 영화 내내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스켈레토입니다.
예고편에서 그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도 그랬어요. 그가 베인과 간달프를 섞은 듯한 목소리(베인달프라고 부를게요)를 쓰는 걸 들었을 때는 "글쎄, 과연 어울릴까?" 싶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꽤 훌륭했습니다. 영화 전반에 스켈레토를 활용한 코미디가 많은데, 자레드 레토는 영화 속 그 누구보다 그 코미디를 아주 잘 살려냈습니다.
게다가 이 영화에는 성적인 뉘앙스의 농담도 꽤 많이 들어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아, 이건 아이들에게 히맨을 처음 소개하려는 영화는 아니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특히 스켈레토가 나오는 몇몇 장면은 "이거 자레드 레토의 애드리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원작인 1980년대 애니메이션의 스켈레토도 원래 과장되고 능청스러운 캐릭터였습니다. 물론 80년대의 유치함이 지금의 유치함에 면죄부를 주는 건 아닙니다. 80년대는 진지하게 만들었는데 지금 보니까 유치한 거라면, 지금은 대놓고 유치하게 만든 거니까요 그럼에도 자레드 레토는 스켈레토라는 캐릭터를 제대로 이해하고 연기한 것 같습니다. 그는 악당 특유의 "콧수염을 비틀며 음흉하게 웃는" 분위기를 적절히 살려냈습니다. 물론 스켈레토에게 실제 콧수염은 없지만요. 그가 화면에 나올 때가 영화 통틀어 가장 재미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반면 앨리슨 브리가 연기한 이블린은 좀 별로였습니다. 제 생각에는 스켈레토의 오른팔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좀 더 진지했거나, 최소한 제대로 된 캐릭터성을 가졌다면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스켈레토라는 인물에게도 더 도움이 됐을 겁니다. 캐릭터 자체가 깊이가 전혀 없습니다. 가끔 눈치를 보며 딴마음을 품고 있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기도 하지만, 결국 아무런 진전 없이 그냥 농담이나 따먹는 소모적인 캐릭터로 남습니다.
CGI는 요즘 대형 예산 Sci-Fi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딱 그 정도 수준입니다. 옛날 같았으면 히맨 영화가 극장에 걸릴 때 훨씬 더 사실적으로 보이게 만들었을 텐데 말이죠. 하지만 헐리우드는 매년 기준 미달의 CGI를 내놓으면서 "야, 계속 이렇게 해. 이게 돈이 덜 들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관객들도 결국 적응하겠죠. 이게 새로운 기준이 되는 겁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요. 우리는 치솟는 물가에도 적응하고, 떡락하는 CGI 퀄리티에도 적응합니다. 물론 가끔은 CGI가 탄탄해 보일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지나치게 만화 같아서 거슬립니다. 이터니아 행성 자체는 아주 다채롭고 마법 같은 공간으로 잘 묘사되었지만, 가끔은 그린 스크린을 떡칠한 게 너무 티가 납니다. 반대로 스켈레토의 알현실 같은 곳은 세트장이 너무 협소해서 "겨우 이거야?"라는 말이 나옵니다. 명색이 스켈레토인데 좀 더 웅장한 걸 기대했거든요. [마스타 돌프]의 스켈레토 역 프랭크 란젤라라면 절대 용납 안 했을 겁니다. 거긴 그레이스컬 성이긴 했지만, 어쨌든 제 말 뜻은 아시겠죠.
네, 이 영화는 이른바 [토르: 라그나로크] 같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라그나로크]보다 코미디 비중이 더 높지만, 그렇다고 [토르: 러브 앤 썬더] 급으로 막 나가지는 않는다는 점은 확실히 해두고 싶네요. 하지만 [토르: 라그나로크]의 유머가 이 영화보다는 훨씬 더 타율이 높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는 "이 농담은 나한테 안 맞을 뿐만 아니라, 뇌절 수준으로 너무 길게 끄는데?" 싶은 장면이 꽤 많았습니다. 물론 공평하게 말해서, 확실하게 터진 유머도 몇 개 있었고 저도 크게 웃은 장면이 있습니다.
정말 아쉬운 건 이 영화에 진심이 담긴 감정적인 순간들이 분명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그런 장면들은 실제로 꽤 괜찮습니다. 그런데 곧바로 농담이나 코믹한 상황이 끼어들면서 그 감정이 희석돼 버립니다. 어떤 장면은 정말 멋진 순간이 될 수도 있었어요. 영웅들이 악당을 쓰러뜨리기 위해 행진하는 장면이라든가 말이죠. 그냥 멋지게 보여주면 될 일을 굳이 농담으로 처리해 버립니다. 원래라면 "그래, 이제 영웅들이 최종 결전에 나선다"는 느낌을 줄 수 있었는데, 값싼 웃음을 위해 그 분위기를 깨버리는 거죠. 그런 선택들이 반복될수록 점점 피로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 이 영화의 가장 뛰어난 요소는 따로 있었습니다. 아니, 스켈레토가 2위라면 1위는 바로 음악입니다. 영화의 음악은 정말 훌륭합니다. 작곡은 다니엘 펨버튼이 맡았지만, 브라이언 메이가 일렉트릭 기타 연주에 참여했습니다. 그리고 그 존재감이 엄청납니다. 솔직히 저도 처음엔 브라이언 메이인 줄 몰랐지만,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가 워낙 독보적이어서 "이 음악이야말로 80년대 SF 판타지 감성을 재현하려 했던 그 어떤 영화보다 그 바이브를 완벽하게 포착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위기를 잡는 데 음악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주죠. 80년대 특유의 신디사이저와 일렉트릭 기타의 조합은 신의 한 수였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좀 깁니다. 러닝타임이 2시간 12분인데, 지구에서 벌어지는 분량을 좀 쳐냈어도 좋았을 것 같습니다. 맨앳암즈를 굳이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 주정뱅이 백수로 만들 필요도 없었을 테고요. 아니면 타율도 낮고 영양가도 없는 코미디 장면들만 덜어냈어도 좋았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2026년판 [마스터즈 오브 유니버스]는 즐길 만하지만, 동시에 아주 산만합니다. 각본가를 찾아보니 이해가 가더군요. 세 명에서 그 이상의 인원이 붙어서 쓴 대본인데, 영화를 보면 그게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각기 다른 영화 여러 편을 하나로 쑤셔 박은 느낌이에요. 각자가 생각하는 '히맨 영화는 이래야 한다'는 아이디어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좋아했던 진지한 감동과 인생의 교훈들이, 뒤이어 나오는 코미디에 가려져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어떤 일이든 준비가 절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영화를 보기 전의 마음가짐도 마찬가지죠. 여러분이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극장에 가야 하는지 알려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 이 영화를 보러 가실 때는 아예 '히맨 코미디 영화'를 보러 간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면 아주 기분 좋게 관람하실 수 있을 겁니다. 코미디 요소가 가미된 영화가 아니라, 그냥 '대놓고 코미디 영화'입니다. 이런 식의 코미디 리부트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잭 블랙이 안 나온다는 것 정도겠네요. 나름 재미는 있습니다. 아마 술 한잔 걸치고 보면 더 재밌을지도 모르겠네요. 가끔 우리 다 그럴 때가 있잖아요.
















영화 속에 괜히 퀸 노래가 나온 게 아니었네요.
스켈레토 개그는.. 자막으로 표현이 잘 안 된 건지.. 어떤 점에서 웃긴지 좀 이해가 안 갔네요. 썰렁 개그만 하는 듯했는데...
영미권 관객들이 보면 다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