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 사이트 앤 사운드 리뷰
볼드모트
[호프]: 거대하고 대담한 한국 괴수 영화
나홍진 감독이 컬트 호러 영화 [곡성] 이후,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순수 액션 영화 정신을 계승한 극단적으로 과감한 괴수 영화로 돌아왔다.

by 존 블리스데일
·2026년 칸영화제 리뷰
한국의 작은 마을 호포항 외곽에서 사냥꾼들이 처참하게 훼손된 소의 사체를 발견한다. 이 소 사체는 영화 <죠스>(1974)에서 게들이 뜯어먹던 사람 팔과 같은 역할을 한다. 공동체를 위협하는 괴물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첫 번째 단서인 셈이다. 지역 파출소장 범석(황정민)은 사체를 쿡쿡 찔러보며, 미등록 총기를 소지한 사냥꾼들에게 투덜거리듯 잔소리를 해댄다. 사냥꾼들은 오히려 그를 약 올리듯 범인이 호랑이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범석은 사촌 동생 성기(조인성 분)와 그의 친구들을 숲으로 보내 이런 짓을 저지를 만한 맹수를 포착할 수 있는지 살펴보게 한다.
마을로 돌아가던 범석은 더 큰 참사의 흔적을 발견한다. 건물에는 괴물이 뚫고 지나간 듯한 거대한 구멍이 생겨 있고, 시신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곧 곳곳에서 폭발과 총성이 울려 퍼진다. 간신히 용기를 낸 범석은 굉음이 들려오는 방향을 따라가기 시작한다. 곧 순경 성애(많은 관객이 [오징어 게임]으로 기억할 정호연)가 합류하는데, 영화는 그녀를 마치 영웅처럼 등장시킨다.
마을은 비무장지대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곳곳에 간첩과 침투조를 경고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그 때문인지 노인 주민들은 엄청난 양의 무기를 비축해두고 있다. 범석은 "이 총들은 다 어디서 난 거야?"라며 어이없어하지만, 주민들은 즉석에서 만든 장갑차를 몰고 기관총과 로켓 발사기를 난사하며 거리를 질주한다.
각본은 날카롭고 반(半)패러디적인 메타 유머로 가득하다. 평범한 인물들이 갑자기 영웅적인 행동을 보이면 다른 인물들이 "네 사촌이 언제부터 말을 그렇게 잘 탔지?"라며 감탄한다. 숲속에서 급한 볼일을 보게 된 노인의 긴 독백이 등장하는데, 그 대사의 길이는 노인의 배변 시간만큼이나 길게 이어진다. 이건 말 그대로 '설명충'식 연출이다.
또 한 명의 인물이 팀에 합류하는데, 그는 틈만 나면 연쇄살인을 저지를 것처럼 보인다. 이는 나홍진의 데뷔작 <추격자>를 떠올리게 하는 농담일 수도 있다. 그의 창고에는 피가 가득 찬 욕조 속에 마네킹들이 놓여 있다. 폭력 묘사 역시 처음에는 현실적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텍스 에이버리의 애니메이션 같은 과장된 영역으로 치닫는다. 사람들은 엄청난 힘에 의해 벽 속으로 처박히고, 괴물에 맞서 싸우는 주민들은 서로를 쏘는 등 끊임없이 부수적 피해를 만들어낸다. 성기는 특히 질긴 인물로 묘사되는데, 마치 톰과 제리를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목숨을 가진 사람처럼 보인다.
전반부 한 시간은 본질적으로 순수 액션 영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거대한 추격전이다. 숨 돌릴 틈 없이 몰아치는 전개는 [기생충]과 [버닝]의 촬영감독 홍경표가 아름답게 담아낸 영상과 결합된다. 새벽빛이 자동차 창문 사이로 비쳐 들고, 추격은 다양한 공간을 가로지르며 이어진다. 영화 전반에 걸쳐 전성기 스티븐 스필버그의 매끈한 세련미와 조지 밀러의 역동성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비밀이 드러날수록 영화의 규모는 점점 더 커지고, 점점 더 광기에 가까워진다. 알리시아 비칸데르와 마이클 패스벤더가 모션 캡처 연기를 맡은 괴물들은 CGI로 구현됐는데, 완성도는 장면에 따라 다소 기복이 있다. 영화는 더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를 암시하며, 이미 나홍진이 집필해둔 후속편을 준비하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호프]는 스크린에 오르기까지 수년이 걸린 작품이다. 나홍진 감독읜 2016년 그의 수작 [곡성] 이후 다시 한번 대담한 승부수를 던졌다. 그 결과 숨이 막힐 정도로 짜릿한 자동차 추격전, 마상 추격전, 맨몸 추격전, 그리고 괴수 추격전으로 가득 찬, 거침없고 당당한 정통 액션 영화가 탄생했다. 이토록 엄청난 사망자 수와 막대한 탄약이 소모되는 영화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상영된 적이 있었나 싶다. 지난 2015년, 많은 이들이 조지 밀러의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가 경쟁 부문에 올라야 마땅하다고 믿었지만, '액션 영화'는 영화제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선입견 때문에 불발된 바 있다.
[호프]는 분명 [매드 맥스: 분노의 도로]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그 수준에 완전히 도달한 것은 아니다. 물론 그런 작품은 많지 않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최고 수준의 작품들 사이에 자리 잡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단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으며, 짜릿한 액션의 수많은 절정들은 종종 박장대소하게 만드는 유쾌한 결말로 이어진다.
뛰어난 완성도와 아름다운 영상미를 갖춘 이 광란의 영화가, 마땅히 후속편을 얻기를 바랄 뿐이다.
https://www.bfi.org.uk/sight-and-sound/reviews/hope-big-bold-south-korean-creature-feature
추천인 6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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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감사합니다. 기대됩니다.
3등 마스터피스인데 그 영화와 비견되다니..














극찬이네요. 스필버그, 조지 밀러와 비견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