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131] 전설의 에로틱 호러 - 악령 속의 사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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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속의 사춘기 - Malabimba (1979년)
전설의 에로틱 호러
90년대 비디오 시대, 성인 영화 코너에서 시선을 끄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악령 속의 사춘기>라는 제목만 봐도 심상치 않죠. 70년대 이탈리아 에로틱 호러의 극단을 보여주는 이 문제작은 “끝내주게 야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는데요. 하지만 제가 이 영화를 찾아본 건 그런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제 인생 호러 No.1 <엑소시스트>의 아류작이라는 점이 궁금했거든요. 네... 정말입니다.
부유한 가문의 성에서 살해된 어머니의 영혼을 부르기 위한 강령회가 열리지만, 정작 소환된 것은 조상 루크레치아의 영혼입니다. 루크레치아는 소피아 수녀에게 빙의하려다 실패한 뒤, 내성적이고 고립된 소녀 빔바의 몸을 차지합니다. 순진했던 소녀는 급격한 성적 각성을 겪으며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됩니다. 영화는 빙의된 빔바가 저택 안의 사람들을 하나씩 타락시키고 파괴하는 과정을 따라갑니다.
빙의된 빔바의 행보는 파격 그 자체입니다. 파티장에서 음부를 노출하고 남자들의 사타구니를 거침없이 움켜쥐는 건 시작에 불과하죠. 악명의 정점은 마비 상태의 삼촌 아돌포를 상대로 벌어지는 성적 도발 장면입니다. 이 장면은 하드코어 삽입판 논란과 맞물리며 영화의 악명을 결정짓는 대목이 되었고, 아돌포는 결국 심장마비로 숨을 거둡니다. 소피아 수녀 역시 빔바의 유혹을 받고 억눌린 욕망과 신앙 사이에서 무너져 갑니다. 그런데 제작자 가브리엘레 크리산티는 이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는 본 촬영 이후 하드코어 삽입 장면이 포함된 더 긴 버전을 극장에 배급해버렸죠

엑소시스트의 모방
전체적으로 <엑소시스트>의 영향은 숨길 수 없습니다. 악령 빙의, 파티장의 해프닝, 가톨릭 신앙, 가족의 붕괴 같은 모티프가 노골적으로 빌려온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윌리엄 프리드킨의 영화가 소녀의 몸을 통해 신앙과 가족, 죄책감의 공포를 파고들었다면, <악령 속의 사춘기>는 그 자리를 성적 도발과 착취 영화식 자극으로 채워버립니다.
같은 시대의 <Beyond the Door>가 <엑소시스트> 이후 이탈리아산 빙의물의 대표적인 변주였다면, 비안치 감독의 전작 <Strip Nude for Your Killer>는 섹스와 폭력을 노골적으로 결합한 익스플로이테이션 감각을 보여준 작품이었습니다. <악령 속의 사춘기>는 이 두 흐름을 한데 뒤섞어, 빙의물의 형식을 훨씬 더 노골적인 방향으로 밀어붙입니다.
결국 이 영화가 선택한 생존법은 단순했습니다. <엑소시스트>를 따라가되, 프리드킨이 절대 가지 않았을 곳까지 가보는 것이었죠. <엑소시스트>의 엄청난 성공 이후 유럽 장르 영화계에는 빙의와 오컬트를 앞세운 변주작들이 쏟아졌고, 이탈리아 감독들은 그 안에서 더 강한 자극과 노골적인 차별화를 찾아야 했습니다. 비안치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결국 섹스플로이테이션이었습니다. 1970년대 후반 이탈리아 고딕 호러는 이미 에로티시즘에 깊숙이 잠식되어 있었고, <악령 속의 사춘기>는 그 흐름의 끝까지 가보려 한 작품처럼 보입니다. 제작자가 본 촬영 이후 더 노골적인 하드코어 삽입 장면이 포함된 버전을 배급했다는 사실 역시, 이 영화가 어떤 시장을 노리고 있었는지 말해주고 있죠. 물론 이런 상업적 계산 뒤에서 종교적 위선이나 성적 억압을 읽어내려는 시도도 가능합니다. 순진한 소녀가 음란한 악령에 빙의되는 이야기를 사회 비판의 알레고리로 볼 수도 있으니까요.

비안치 감독이 정말로 이탈리아 사회의 종교적 위선과 성적 억압을 비판하고 싶었던 걸까요? 글쎄요, 그건 너무 점잖은 해석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억압받던 소녀의 성적 폭발을 악령 탓으로 돌리는 설정만큼은 묘하게 현실을 찌르고 있습니다. 가톨릭 문화권에서 여성의 욕망은 늘 '악마의 것'으로 치부되어 왔으니까요. 순결한 소녀와 타락한 여자 사이에 어떤 중간도 허락하지 않는 이분법을 영화는 끝까지 밀어붙이죠. 뭐, 그러거나 말거나 중요한 건 이 영화가 굉장히 야하다는 사실일 겁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재미있습니다. 사회적 타부를 건드린 대담한 시도와 자극적인 수위의 노출 장면들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죠. 하지만 호러 영화로서 고개를 끄덕이기엔 뭔가 애매합니다. 억압된 욕망과 종교적 위선을 파헤치려 했다면, 정작 그 메시지는 노골적인 섹스 장면들 사이에서 희미해져 버렸고, 호러적 긴장감 역시 지나친 에로 장면들에 묻혀버렸으니까요.
그럼에도 <악령 속의 사춘기>는 70년대 이탈리아 영화가 가진 독특한 에너지를 보여줍니다. 대담함과 무모함 사이 어딘가에서 균형을 잃고 질주하는 모습이죠. 이상하게도 이 영화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글을 쓰는 지금도 그 기묘한 장면들이 자꾸 떠오르는 걸 보면, 분명 뭔가 제대로 건드린 게 있긴 한 겁니다. 장르 영화 팬이라면 그 위태로운 질주 자체를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이야기의 깊이를 기대하지 않는다면요.

덧붙임...
1. 영화는 1979년 3월에 단 12일 만에 촬영되었습니다. 마리안젤라 지오르다노는 인터뷰에서 "밤낮으로 주말도 없이 계속 촬영했다"고 회상했습니다. 이렇게 짧은 촬영 기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고딕 분위기와 비주얼 퀄리티를 갖출 수 있었죠. 짧은 촬영 기간은 이탈리아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 제작의 전형적인 방식이었습니다.
2. 마리안젤라 지오르다노는 촬영 중 심각하게 아팠지만 병원에 갈 수 없었습니다. 프로듀서이자 당시 그녀의 연인이었던 가브리엘레 크리산티가 제작에 보험을 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녀는 촬영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병원 치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트리비아 자료에서는 고열에 시달렸다는 언급도 있습니다. 이는 당시 저예산 이탈리아 영화 제작 환경의 열악함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3. 프로듀서 가브리엘레 크리산티는 촬영이 끝난 후 하드코어 섹스 장면을 영화에 삽입했습니다. 촬영감독 프랑코 빌라와 배우 마리안젤라 지오르다노는 DVD 부가 영상 인터뷰에서 이를 확인했는데요. 빌라는 자신이 하드코어 장면을 촬영하지 않았으며, 극장에서 상영된 장면은 자신의 작업물이 아니라고 명확히 부인했습니다. 이는 영화 <칼리굴라>와 유사한 방식으로, 제작진 몰래 추가된 것이었습니다. 이탈리아 검열위원회에 제출된 초기본은 84분 45초였지만, 이후에는 하드코어 삽입 장면이 포함된 더 긴 버전이 유통되었습니다.
4. 주연 배우 카텔 라엔네크에게 <악령 속의 사춘기>는 사실상 유일한 영화 출연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프랑스 출신인 그녀가 왜 이 영화 이후 더 이상 연기 활동을 하지 않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로베르토 쿠르티의 정리에 따르면, 논란이 된 아돌포 장면에서 라엔네크의 대역은 없었던 것으로 언급됩니다. 그녀의 단 한 번의 영화 출연은 이탈리아 익스플로이테이션 영화 역사에서 독특한 사례로 남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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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2등
3등 궁금하군요. ㅋㅋ
역시나 엑소시스트의 영향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악명은 많이 들어봤는데..^^;
아직 보질 못했네요. 해외에선 블루레이로도 나온 모양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