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랜드> 마지막회 소감
MJ

왜 박보영일까. 감독은 왜 박보영을 캐스팅했을까.왜 <황해>같은 조폭 피칠갑 스릴러에 박보영이 나온다고 결심했을까.
박보영은 체구가 작고 가냘픕니다. 약체입니다. 카메라가 김성철과 박보영이 마주 보는 장면을 멀리서 잡는데 그렇게 보니 정말 작습니다. 그래서 이리저리 무거운 금괴를 들고 도망다니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박보영만 나오면 답답합니다. 고향친구이자 동업자 우기(김성철)는 '사람 그만 좀 믿으라'고 다그칠 정도입니다.
그래서 더 가슴 졸이면서 보게 됩니다. 그리고 응원하게 됩니다. 돈 욕심은 없고 가난하게 자랐고 그래서 사람한테 잘 속는 희주(박보영)를 응원하게 됩니다. 금을 가지려면 네가 가져라. 그런데 금 1톤을 노리는 놈들이 너무 많습니다. 한국에도 있고 캄보디아에도 있습니다. 사채업자도 있고 경찰도 있습니다. 고향 동생도 못 믿겠습니다. 절대 이길 수 없는 싸움입니다.
소름돋게 처절한 이야기 안에서 박보영의 여리여리한 존재감이 발란스를 잘 잡아줍니다.
그리고 엎치락 뒤치락 서로 속고 속이는 수 싸움이 꽤 볼 만합니다.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는 탄탄한 리듬이 돋보입니다. 이 점에선 연출(김성훈)과 각본(황조윤)이 톡톡히 제 몫을 합니다. 이렇게 많은 인물이 나오는데도 병풍 캐릭터 하나 없고 모두 개성이 뚜렷하게 그려낸 다는 건 재능 만으로는 힘든 일입니다.
다들 연기를 너무 잘해요. 특히 비리경찰 김진만 형사을 연기한 김희원. 아무 것도 아닌 장면에서도 생활감과 피로감 그리고 세상을 포기한 눈빛을 장맛비 처럼 흘려보냅니다. 희주의 비밀이 밝혀지는 대목이나 선옥이 떠나는 장면에서 절대 오열하지 않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 혹은 평생 모른 체 했던 감정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겨우 북받치는 감정을 어색하게 내뱉습니다. 마치 어제 태어난 사람처럼.
누구나 드라마같은 상황을 만나지만 그 누구도 드라마같이 반응하진 않잖아요. 큐 사인 떨어진 것처럼 울거나 외운 것 같은 대사를 또박또박 말하며 수 십년 묵은 감정을 토로하진 않잖아요. 처음엔 무심하지만 나중엔 쓰나미처럼 덮치는 인생의 파도 앞에 무력할 뿐이잖아요. 김희원 배우는 그런 감정을 너무 잘 표현해줬습니다. 항상 입꼬리는 내려가있고 눈에는 힘이 없고 화를 내야 할 상황에도 큰 소리 한번 욕지거리 한번 내뱉지 않습니다. 유일하게 집중할 때는 담배필 때 뿐입니다. 어찌보면 악의 화신 박이사(이광수)와 여러 모로 정반대편에 서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초반에는 김성철(우기) 연기도 좋았습니다. 요즘 애들 말투와 유머와 냉소가 섞인 대사가 듣는 맛도 있습니다. 진지한 대화를 '진대'라고 하나봐요. 자막이 없으면 무슨 말인가 했을 겁니다. 역시 유머와 여유로 사시미 칼 스릴러의 발란스를 잘 잡아줍니다.
그리고 보면 볼수록 세심하고 정교하게 연기하는 박보영은 집중해서 봐야 진가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미지의 세계> 드라마처럼 처음에 들을 땐 힘이 없게 들리지만 다 듣고 나면 마음 속에 힘있게 자리 잡게 만드는 연기는 일품입니다.
골드랜드. 금이 주인이고 금이 땅이 되는 나라입니다. 사람은 절대 금의 주인도, 땅의 주인도 될 수 없어요. 그러니 충실히 돈의 노예로, 피도 눈물도 없는 수전노로 살아야 잘 사는 나라입니다. 어설프게 돈 위에 서려고 한다거나 돈을 지배하려 들면 죽음 뿐입니다. 극 중에서도 독점이 아니라 배분과 양보의 미덕을 발휘한 사람들이 승자가 됩니다. 누구도 이기지 못 하는 <오징어 게임>처럼 <골드랜드> 역시 누구도 소유의 주체가 되진 못합니다. 다 잃고 나면 보상의 위로가 따를 뿐입니다. 그래서 편안해 보이는 마지막 장면은 불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상상인가. 현실인가. 주인공 박보영의 작은 체구처럼 해피엔딩은 지나치게 비현실적입니다. 건장한 체구의 남자주인공이 껄껄껄 웃으며 승리했던 마지막만 봤던 탓이겠지요.
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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