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와 샤미센 연주를 (2021) 담담해서 아주 좋다. 걸작 초입에서 깔짝깔짝하는 영화. 스포일러 있음.

꽤 괜찮은 영화다.
이토라는 소녀는 사과로 유명한 아오모리에 산다. 그 중에서도 촌이다.
정말 평범한 소녀다. 사투리가 엄청 심해서, 일본어를 모르는 내가 들어도, 외계어를 듣는 것 같다.
주눅이 들어서 목소리도 늘 작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그런다.
어머니도 돌아가시고, 외할머니와 아버지와 셋이서 산다. 집은 가난하다.
이토는 이쁜 것도 재능도 없고 그냥 무기력하게 산다.
좋은 것 하나 없는 환경이지만, 그렇다고 딱히 나쁜 것도 없다.

이 영화의 분위기도 이렇게 흘러간다.
딱히 비극적이고 아프고 힘든 것도 없고,
그렇다고 즐겁고 기쁜 것도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 힘들다. 무미건조하고 아무 일도 없는 삶이 계속될 것만 같다.
영화는 이런 이토의 삶을 따라간다. 어떻게 보면 사건이 없는 영화다.


하지만, 관객들은 본다.
이토는 자신의 삶에 대해서 세계에 대해서 아직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소녀 이토는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혼자서 샤미센을 상당한 수준까지 독학한 사람이다.
음악적 재능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희귀해져서, 학자들조차도 어려워하는 사투리를 정확히 구사하는
사람이다. 학자들을 도와줄 정도다.
이것들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어쩌면 굉장한 재능일 수도 있다.
이토의 삶은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큼 평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밖에도 이토 자신도 알 지 못하는 능력이 원석처럼 잠들어 있을 것이다.
당장 필요한 것은, 손바닥만한 자기 마을에서 벗어나 더 넓은 세계로 가서,
자기 자신과 자기 삶을 바라보는 것이다.
이 영화는 소녀 이토가 이것을 이루기까지 과정이다.
남들이 보기에는 간단해 보이지만, 소녀 이토에게는 긴 여정이다.


이토는 메이드카페에 아르바이트로 취직한다. 메이드 옷을 입고 손님들에게 "주인님"하며 서빙을 하는 일이다.
듬직하고 성실한 점장, 아이를 키워야 하는 현명한 미혼모, 만화가를 꿈꾸며 자신을 불태우는 지망생 등이
카페에서 일한다. 이토의 삶은 조금 더 넓어진다.
무슨 대단한 캐릭터, 대단한 사건을 기대하지 말라. 그런 것 안 나온다.
이 영화가 무미건조한 것으로 떨어지지 않은 이유는,
소녀 이토의 심리를 너무나 실감나게 매력적으로 그린 것이다.
중년 남자가 소녀에 빙의해서 만들어낸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
아주 실감난다.
내가 아버지의 입장에서 본다면 왜 저애가 저렇게 뚱하지 왜 저런 표정을 짓지
왜 저런 말을 하지 도무지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 나이대의 소녀는 알 수가 없어 하는 말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주인공 이토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것을 보면
모두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렇게 분명한 것을 이해해주지 못하는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이것이 참 코믹하다.
나중에 보니, 여류감독이 자기 과거를 생각해서 만든 것 같다.
"말을 해! 말을 해야 알지!"
"아빠한테는 내 침묵이 들리지도 않잖아!"
"허!"


사장이 사기혐의로 구속되면서 메이드카페는 폐점 위기에 처한다.
듬직하고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 것만 같았던 점장은.
약한 모습을 보이며 카페를 닫겠다고 한다.
오히려 메이드들이 카페를 계속 살려나가자고 고집부린다.
이토는 자기 일생에서 처음으로 어떤 일을 주도해나가게 된다.
그녀는 아이를 부양하기 위해 메이드카페를 지속시키려는 미혼모를 보며
난생 처음 다른 사람을 위해 협력하는 일을 하게 된다.
손님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샤미센 연주 콘서트를 연다는 아이디어를 냄으로써
자기 만족 연주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한 연주를 하게 된다.
어떤 목적을 갖고 다른 사람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자기로부터 분리된
예술이라는 것을 만들어내게 된다.
이것은 그녀를 성장시킨다.
손님들을 앞에 놓고 콘서트를 열기 전에
카페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앞날이 너무 불확실하다고 토로하다가
흑 하고 울음이 나오려 한다.
나이 지긋한 손님들은 웃으면서 "모두가 다 마찬가지야. 다 불확실하게 살아. 하지만 정신을 차리면 괜찮아."
리고 말한다.
이 말 또한 이토를 성장시켰으리라.

이토는 다시 마을에 돌아온다. 저렇게 작은 곳이었다니 하는 말을 한다.
그녀가 성장한 것이다.
이 성장을 감독은 과장하거나 감동적으로 그리려 하지 않는다.
성장하는 소녀의 일상적인 깨달음으로 그린다. 이것은 참으로 큰 것 같다.
영화 내내 이 깨달음을 향해 모든 것을 진행해 왔다면, 이 자리에 이르러서
이 깨달음을 감동적인 것으로 드라마틱하게 만들고픈 유혹이 컸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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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걸즈 같은 느낌일까 했는데 다른 이야기네요.
크게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 같으면서도 흥미를 자극하네요.
기회되면 꼭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