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2026: 너무 많은 영화를 보는 것의 기쁨과 붕괴 - 최대기대작 설문 1위 '호프'
NeoSun

필자는 해마다 칸 영화제에 다시 돌아온다. 이곳은 주요 영화제들 중에서도 가장 신체적으로 혹독한 곳이며, 동시에 영화에 완전히 잠식되는 심리적으로도 강렬한 경험이다. 비평가들은 보통 하루에 3~5편의 영화를 보면서, 거의 잠도 못 자고 마감에 쫓긴다.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다. 정말 뛰어난 영화를 한 편이라도 만나면, 그 피로와 감각 과부하는 충분히 보상받는다.
11일 동안 칸은 일상을 완전히 대체하고 오직 영화에만 집중하게 만든다.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다음 상영으로 급히 이동하면서도 끊임없이 방금 본 영화를 머릿속에서 처리하게 된다. 하루 일정은 거의 전적으로 상영 스케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어 멈출 틈이 거의 없다. 이 속도는 일종의 영화적 과부하를 만들어내며, 새로운 영화가 이전 영화의 기억과 계속 경쟁하게 된다.
결국 칸에서의 영화 비평은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시간과 거리감을 필요로 하는 사고의 과정이다. 하지만 칸은 그 속도와 등급 매기기, 그리고 정보 과잉—특히 소셜미디어 시대에는 더욱 그렇다—으로 그 과정을 자주 방해한다. 순위를 매기고 즉각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재미있을 수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피로와 혼란 속에서도 신중하게 쓰고 생각하는 것이다. 영화를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고 소화한 뒤”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게 쉽지 않다.
그래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자마자 반응을 쏟아내는 것은 어리석은 게임에 가깝고, 앞으로 열흘 동안 도시 전역에 퍼질 평점표에 휘말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말해 필자도 그 중 하나에 참여하고 있지만, 가능한 한 평점은 미루고,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때까지 판단을 보류할 생각이다.
그럼에도 칸은 세계 영화가 밀집된 공간이기 때문에 흥분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올해 공식 경쟁 부문에는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크리스티안 문주, 하마구치 류스케, 페드로 알모도바르, 아스가르 파르하디, 제임스 그레이 같은 유명 작가들의 신작이 포함되어 있다. 경쟁작의 절반 이상이 러닝타임 2시간을 넘기며, 하마구치의 영화(“All of a Sudden”)는 3시간 16분으로 가장 길다.
또한 영화제 주변에서는 다양한 부문 상영도 열린다. 예를 들어 올해 감독주간(Quinzaine des Réalisateurs)은 예년보다 스타 감독 라인업이 강한 편인데, 솔직히 말하면 이들 대부분은 칸의 티에리 프레모에게서 경쟁 부문 초청을 받지 못한 작품들이다. 메리어트 호텔에서 상영되는 감독주간 영화들 사이에서 계속 나오는 질문은, 칸테미르 발라고프, 브뤼노 뒤몽, 라두 주데 등의 최신 작품들이 과연 더 나은 대우를 받았어야 했는지다.
필자는 보통 개막작은 건너뛰고 하루 뒤에 도착하는 습관이 있다. 지난 10년 동안 정말 가치 있게 개막작을 보러 일찍 도착할 만했던 작품은 2021년 레오 카락스의 “안넷”뿐이었다. 올해 개막작은 피에르 살바도리의 “La Vénus électrique(The Electric Kiss)”로,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코미디이며 가벼운 작품처럼 보이지만 나름의 재미는 있을 듯하다.
앞으로 10일 동안 기억해야 할 것은 기립박수 시간에 속지 말라는 점이다. 언론들은 스톱워치로 박수 시간을 재며 “10분 기립박수” 같은 수치를 만들지만, 나중에 보면 평가는 평범한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케빈 코스트너의 “호라이즌 챕터 1”도 12분 기립박수를 받았지만 결과는 달랐다.
황금종려상 유력 후보에 대해 말하자면, 영화제 내부의 사실상 “북메이커” 역할을 하는 닐 영은 로드리고 소로고옌의 “The Beloved”(7/2 배당률)을 1순위로, 그 뒤를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의 “Minotaur”(9/2)가 잇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예측은 역사적으로 거의 틀리는 경우가 많으며, 결국 황금종려상은 예상 밖의 작품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그 예상 밖의 작품은 어쩌면 엠마누엘 마르르의 “A Man of His Time”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파리에서 사전 상영을 몇 차례 거쳤고, 내부적으로는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다만 대부분 프랑스 평론가들 중심의 호평이라 영어권 비평으로도 이어질지 지켜봐야 한다.
결국 칸이 끝날 무렵이면 모든 것이 조금 흐릿해진다. 반쯤 형성된 의견들, 몇몇 확신, 그리고 운이 좋다면 몇 주 뒤에도 계속 떠오르는 몇 편의 영화만 남는다. 그게 필자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이유다. 순위나 소문, 수상 경쟁 때문이 아니라, 그 모든 피로와 일정과 소음 속을 뚫고도 오래 남는—몇 달이 지나도 여전히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그 순간들 때문이다.

Cannes Film Festival 2026: The Joy and Collapse of Watching Too Many Movies
https://www.worldofreel.com/blog/2026/5/11/cannes-1
* 우리가 멀리서 듣는 3대 영화제와 현장에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네요. 읽고보니.
물론 영화제들 많이 다녀보신 분들은 익히 아시겠지만. 전 간지가 꽤 되어서.
이제 영화제 '기립박수 몇분' 은 큰 의미가 없다는건 이미 다들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냥 '그들만의 잔치' 같은 분위기 일 뿐이죠.
마지막 줄에 극히 공감이 갑니다. '그 모든 피로와 일정과 소음 속을 뚫고도 오래 남는—몇 달이 지나도 여전히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그 순간들' ... 아마도 그게 진짜일듯 합니다. 저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긴 했었죠.
그리고 그 작품이 나홍진 감독의 '호프'이길 바래 봅니다.
Ne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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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홍진처럼 사람 피끓이는 서스펜스가 있어야 또 몇편씩 보는 와중에도 정신이 확 들고.. 저도 하루에 몇편씩 볼때 중간중간에 흥미로운 장르물 넣는걸 전략으로 씁니다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