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호러 No.128] 죽은 자들의 쇼타임 - 스릴러
다크맨

스릴러 – Thriller (1983)
죽은 자들의 쇼타임
어린 시절, 처음 <스릴러>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첫 느낌은 이거였습니다. 뮤직비디오 맞는 건가? 화면은 숲속 배경 호러 영화로 시작됐고, 보름달을 본 마이클 잭슨의 얼굴이 늑대로 변하는 순간 충격을 받았습니다. 극장용 호러 영화에서나 보던 수준의 특수 분장이었고, 뮤직비디오 한 편이 이렇게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수많은 뮤직비디오를 봐왔지만, <스릴러>만큼 강렬했던 적은 없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은 <런던의 늑대인간>(1981)을 보고 나서 자신도 화면 속에서 직접 변신하고 싶다는 욕망을 품게 됩니다. 그는 즉시 존 랜디스 감독에게 연락했고, 바로 그 영화로 아카데미 분장상을 수상한 릭 베이커도 참여하게 됩니다. 팝 뮤직비디오에 호러 영화의 전설적인 인물이 합류한다는 건 당시로서는 전례 없는 일이었죠. 그렇게 1983년 12월 2일, 14분짜리 단편영화 <스릴러>가 MTV를 통해 공개됩니다.

<스릴러>의 이야기는 데이트를 하던 남녀가 자동차 고장으로 숲속에서 멈추면서 시작됩니다. 곧 남자는 괴물로 변해서 여자를 위협하고 쫓아오죠. 그러나 이 공포는 데이트중인 남녀가 극장에서 보던 영화였고, 두 사람은 웃으며 거리로 나오며 ‘스릴러’ 노래가 시작됩니다. 곧 죽은 자들이 무덤에서 깨어나고, 남자는 좀비들 사이에서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랜디스의 연출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노래를 서두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는 느긋하게 극영화처럼 이야기를 시작하고, 결정적인 순간 극장 장면으로 시점을 한 번 뒤집습니다. 데이트 중이던 커플이 극장을 나오면서 비로소 '스릴러'의 멜로디가 흘러나오는데, 여기까지 4분이 넘게 걸립니다. 당시 뮤직비디오로서는 파격적인 선택이었죠.
노래가 시작되면 무덤 속 시체들이 하나둘 나타나면서 뮤지컬과 호러가 결합됩니다. 사람을 물어뜯고 찢어발겨야 할 시체들이 줄을 맞춰 칼군무를 선보입니다. 흔들거리는 좀비 워킹으로 시작된 안무가 순식간에 정확한 군무로 전환되는데, 기이하고 우스꽝스럽고 압도적입니다. 썩고 뒤틀린 몸이 완벽한 박자를 맞추는 그 불가능한 조합은, 이전엔 본 적이 없기에 눈을 뗄 수가 없죠. 안무를 짠 건 마이클 잭슨과 마이클 피터스였는데, 좀비 특유의 어색한 동작을 댄스 언어로 바꿔놓은 방식은 지금 봐도 놀랍습니다. 좀비는 위협이면서 동시에 쇼의 일부입니다.

<스릴러>가 지금 봐도 근사한 건 호러를 사랑하는 사람의 장난기와 팝스타의 압도적인 퍼포먼스가 동시에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도입부는 B급 몬스터 영화의 정취를 노골적으로 가져옵니다. 자동차, 숲길, 보름달, 겁먹은 여자친구, 늑대로 변하는 남자친구. 딱히 새로울 것 없는 장면들이지만, 마이클 잭슨이 그 안에 들어가는 순간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스릴러>는 호러의 분위기를 흉내 낸 팝 영상이 아닙니다. 호러 장르의 쾌감을 음악과 춤으로 옮긴 작품입니다.
<스릴러>는 뮤직비디오가 홍보용 부속물이 아니라 하나의 사건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MTV는 이 영상을 반복 편성했고, 방영마다 다음 방송 시간을 예고할 정도였습니다. 함께 제작된 메이킹 다큐 <Making Michael Jackson's Thriller>도 홈비디오 시장과 메이킹 다큐멘터리 형식 자체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이후 팝스타들이 뮤직비디오에 더 큰 예산과 이야기를 쏟아 붓기 시작했다는 걸 생각하면, 이 영상 하나가 음악 산업, TV 편성, 패션, 댄스까지 동시에 흔든 셈입니다.

장르 팬으로서 더 반가운 건 이 영상이 호러의 재미를 가득 품고 있다는 점입니다. 늑대인간, 무덤, 썩은 시체, 불멸의 호러 스타 빈센트 프라이스의 음산한 목소리까지. <스릴러>는 당시 비주류였던 호러의 클리셰를 그대로 끌어와 세계에서 가장 세련된 팝 퍼포먼스로 바꿔놓았죠.
마이클 잭슨은 노래하고 춤추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캐릭터를 연기했고, 뮤직비디오라는 형식 자체를 바꿔버렸습니다. 어린 시절 처음 그 영상을 보며 뮤직비디오 맞는 건가 의심했던 그 느낌, 지금 생각해보면 정확했습니다. <스릴러> 이전과 이후는 실제로 달랐으니까요. 매년 할로윈마다 빨간 재킷이 거리를 걷고, 전 세계 어딘가에서 좀비 댄스가 펼쳐집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시체들이 무덤에서 일어나는 한, <스릴러>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호러 뮤직비디오입니다.

덧붙임...
1. 마이클 잭슨은 <스릴러>를 평범한 홍보 영상으로 만들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는 존 랜디스의 <런던의 늑대인간>을 보고 직접 연락했고, 자신도 화면 속에서 괴물로 변신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랜디스는 처음에는 뮤직비디오 연출에 큰 관심이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뮤직비디오를 광고에 가까운 형식으로 봤고, 대신 35mm 필름으로 찍는 단편영화 형식을 제안했습니다. 그래서 <스릴러>는 처음부터 노래를 보여주는 영상이 아니라, 호러영화의 구조를 빌린 짧은 영화로 출발했습니다. 이 선택이 이후 뮤직비디오의 기준 자체를 바꿔버린 셈입니다.
2. 마이클 잭슨이 호러 영화광이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무서운 장면에 약한 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는 <런던의 늑대인간>을 봤고, 특히 인간이 괴물로 변하는 장면에 강하게 끌렸습니다. 존 랜디스는 마이클이 R등급 영화인 그 작품을 봤다는 사실을 두고 농담처럼 물었다고 하죠. 마이클은 선정적인 장면에서는 눈을 감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 순진함과 괴물 변신에 대한 욕망이 동시에 있었다는 점이 <스릴러>의 묘한 매력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뮤직비디오는 무섭지만, 어딘가 장난스럽고 순수한 할로윈 놀이처럼 느껴집니다.

3. <스릴러>의 괴물 분장은 릭 베이커가 맡았습니다. 베이커는 이미 <런던의 늑대인간>으로 아카데미 분장상을 받은 특수 분장의 거장이었습니다. 다만 그는 마이클을 단순한 늑대인간으로 만들고 싶어 하지는 않았습니다. 베이커는 나중에 이 괴물을 늑대인간보다는 ‘웨어캣’에 가까운 이미지로 만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래서 영상 속 마이클의 괴물은 늑대라기보다 고양이과 맹수에 가까운 느낌을 줍니다. 그 덕분에 <스릴러>의 변신 장면은 익숙한 늑대인간 영화와는 조금 다른 기묘한 인상을 남깁니다.
4. <스릴러>는 제작비부터 당시 기준으로는 말이 안 되는 규모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뮤직비디오의 제작비는 약 50만 달러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초기 구상 단계에서 존 랜디스가 제시한 전체 규모는 그보다 더 컸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당시 뮤직비디오 한 편에 이 정도 돈을 들인다는 건 거의 영화 제작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CBS 측은 부담을 느꼈고, 제작진은 부족한 비용을 메우기 위한 별도의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그 결과 <스릴러>는 단순한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방송과 홈비디오 시장까지 염두에 둔 대형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5. 제작비를 해결한 방식도 꽤 흥미롭습니다. 제작진은 촬영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메이킹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를 함께 만들기로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를 MTV와 쇼타임에 판매하면서 제작비를 보전하는 방식이었죠. MTV와 쇼타임은 각각 방영권을 구입했고, 이후 홈비디오 배급까지 이어졌습니다. 그 덕분에 <스릴러>는 뮤직비디오 자체뿐 아니라 메이킹 영상까지 하나의 상품이 되었죠. 이 방식은 이후 대형 뮤직비디오와 메이킹 다큐멘터리 문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6. 마이클 잭슨의 빨간 재킷은 우연히 나온 의상이 아니었습니다. 의상은 존 랜디스의 아내이자 의상 디자이너인 데보라 나둘먼 랜디스가 맡았습니다. 그녀는 어두운 밤 장면과 좀비들의 칙칙한 색감 속에서 마이클이 확실히 눈에 띄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빨간 재킷과 빨간 바지를 선택했고, 이 조합은 마이클의 몸을 더 길고 선명하게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마이클의 흰 양말과 검은 구두는 그의 기존 무대 스타일과도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었죠.

7. 유명한 좀비 댄스는 마이클 잭슨과 안무가 마이클 피터스의 공동 작업이었습니다. 피터스는 이미 ‘Beat It’에서도 마이클과 함께 작업했던 안무가였습니다. 문제는 좀비가 춤을 추면 자칫 너무 우스꽝스러워질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마이클과 피터스는 거울 앞에서 괴물의 움직임을 상상하며 동작을 만들어갔다고 합니다. 그들은 좀비의 뻣뻣함과 팝 댄스의 정확한 리듬을 함께 살리는 방향을 찾았습니다. 그 결과 으스스하면서도 멋진, 지금까지도 따라 하게 되는 전설적인 군무가 탄생했습니다.
8. 빈센트 프라이스의 내레이션도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작곡가 로드 템퍼튼은 곡의 마지막에 호러 분위기를 완성하는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호러 이미지가 거론됐지만, 결국 빈센트 프라이스가 참여하게 됐습니다. 템퍼튼은 녹음 직전 짧은 시간 안에 그 유명한 랩 파트를 썼다고 합니다. 프라이스는 특유의 우아하고 음산한 목소리로 그 파트를 녹음했고, 곡의 분위기를 단숨에 장악했습니다. 짧은 출연이었지만, 그의 목소리는 <스릴러>를 할로윈의 고전처럼 굳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9. 빈센트 프라이스는 출연료 문제 때문에 나중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전해집니다. 그는 수익 배분 대신 정해진 출연료를 받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당시에는 이 곡과 영상이 역사적인 규모로 성공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하지만 <스릴러>가 전 세계적인 현상이 되자, 프라이스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었겠죠. 존 랜디스도 훗날 프라이스가 이 문제에 대해 섭섭함을 느꼈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10. 노래 속 늑대 울음소리에도 재미있는 사연이 있습니다. 엔지니어 브루스 스웨디언은 처음에 자신의 그레이트데인 개 맥스의 울음소리를 녹음하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는 제작진이 원하는 타이밍에 제대로 울어주지 않았습니다. 결국 상당 부분의 울음소리는 마이클 잭슨이 직접 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 역시 여러 소리를 직접 녹음해 만든 효과음이었습니다.

11. 여자 주인공 올라 레이의 캐스팅에도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존 랜디스는 마이클의 상대역으로 여러 배우를 검토했고, 결국 올라 레이를 선택했습니다. 그녀가 과거 플레이보이 플레이메이트였다는 점 때문에 우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랜디스는 영상 속 역할과 배우의 이전 경력을 별개의 문제로 봤습니다. 올라 레이는 밝은 미소와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마이클의 상대역에 잘 어울렸습니다. 그 덕분에 초반 데이트 장면은 풋풋하게 살아나고, 후반의 호러 장면과 더 뚜렷한 대비를 이룹니다.
12. <스릴러> 공개 직전, 당시 여호와의 증인 신자였던 마이클 잭슨은 교회 측으로부터 영상이 악마주의를 조장한다며 파문 경고를 받았습니다. 이에 당혹스러워 한 잭슨은 변호사를 통해 필름 원본을 파기하라고 지시했지만, 제작진은 그의 지시를 어겼고 결국 영상 시작 부분에 “개인 신념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넣는 것으로 타협했습니다. 이후 잭슨은 사람들을 겁주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으며, 여러 보도에 따르면 이 사건 이후 여호와의 증인 활동에서 점차 멀어졌습니다.
13. <스릴러>는 훗날 뮤직비디오 역사에서도 특별한 지위를 얻게 됩니다. 2009년 이 작품은 뮤직비디오로는 처음으로 미국 의회도서관 국립영화등기부에 등재됐습니다. 이는 역사적, 문화적, 미학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영상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입니다. 좀비 댄스와 빨간 재킷, 빈센트 프라이스의 목소리, 마지막 괴물 눈빛은 모두 팝 문화의 상징이 됐습니다. 호러영화의 즐거움과 팝 음악의 쾌감을 이렇게 완벽하게 결합한 사례는 지금도 흔치 않습니다. 그래서 <스릴러>는 단순한 히트 뮤직비디오가 아니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호러 뮤직비디오로 남아 있습니다.

위가 <스릴러>(1983) / 아래가 <마이클>(2026)
14. <스릴러>가 공개된 지 43년 만인 2026년, 영화 <마이클>에서 마이클 잭슨이 <스릴러>를 촬영하던 당시의 비하인드와 명장면들이 실제와 놀라울 만큼 흡사하게 재현됐습니다. 마이클 잭슨을 연기한 그의 조카 자파 잭슨은 안무와 제스처를 거의 완벽에 가깝게 재현해 감탄을 자아내며, 영화의 특수 효과를 맡은 분장사 빌 코르소의 좀비 분장 역시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특히 빌 코르소는 <스릴러>의 전설적인 분장사 릭 베이커의 제자이기도 한데, 이번 영화에서는 과거의 릭 베이커 역으로 직접 출연했을 뿐 아니라, 스승을 촬영 현장에 초대해 함께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다크맨
추천인 9
댓글 7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1등
3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