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시사회 후기
[장점]
■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작품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만드는 7년간의 제작 과정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 미야자키 하야오가 현실과 만화 속 세계를 헷갈려 하고, 자꾸 뇌의 뚜껑을 열어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힘들어하는데, 창작 과정의 고통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 존경스럽다. 나도 대학 다닐 때 쓰기 싫은 리포트 억지로 쓰면서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을 때가 많았는데, 거장도 자기가 그린 거 재미없다고 계속 버려서 종이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 미야자키 하야오가 여전히 연필과 지우개로 작업하는 모습에서 <방망이 깎던 노인>도 생각나고 그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인터넷 검색하니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터치패드/태블릿에 대해서 굉장히 부정적이라 몇 번 연습은 해봤지만 "태블릿으로 그린 그림엔 미래가 없다." 라면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부터 다시 종이 제작 체제로 돌아갔다고 한다. 내가 좋아하는 김훈 작가도 컴퓨터로 타이핑하는 시대에 여전히 연필로 원고를 꼭꼭 눌러써야 작품이 써진다고 하는 거 보면, 미야자키 하야오도 본인이 고집하는 압이 있나 보다.
■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을 아직 안 봤는데 다큐 보니까 미야자키 하야오, 스즈키 토시오, 다카하타 이사오 3인방의 청춘시절을 담아냈다는 대사가 있어서 보고 싶어졌다.
■ 영화 굿즈는 관심 없는데 영화에 나오는 물건은 관심 많은 사람이라, 미야자키 하야오가 착용한 주머니 있는 흰색 앞치마, 카페에서 쓰던 소리 야나기 주전자, 미야자키 하야오 책상에 놓인 조명이 갖고 싶다. 특히 앞치마 굿즈 내주면 10번 볼 거 같다.
[단점]
■ "그날까지 1718일" 같은 자막이 100번도 넘게 나오는데, 비슷한 숫자가 너무 많이 나오니까 나중엔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모르겠고 시간 흐름을 따라가는 게 버거웠다. 차라리 그냥 2022년 1월 이런 식으로 보여주면 이해가 잘 될 거 같다.
■ 내가 이런 다큐 영화에 바라는 감성은 돼지국밥에 소주 한잔 털어 넣으며 허심탄회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얘기하는 감성인데, 일본은 만화는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실제 사람이 나오는 영화는 허심탄회가 잘 안되나 보다. 우상화 밑밥을 까는 게 보인다고 해야 하나? 일본인 감독 딴에는 진솔하게 촬영하고 얘기를 담았다고 생각하는 거 같은데, 외국인인 내가 볼 때는 신랄까진 아니어도 좀 더 매운맛을 넣으면 뭐 어디 큰일 나나 싶다. <미야자키 하야오: 자연의 영혼>은 프랑스 감독이 만든 거라 그런지 나 같은 외국인이 보기에도 좀 더 무난하고 보편적인 정서에 맞는 거 같다.
■ 최근에 개봉한 4K 리마스터링 <마녀배달부 키키>도 보았는데, 사회 초년생 키키의 고군분투 사회생활이 너무 귀엽고 상큼했다. 하나만 봐야 한다면 이거 보는 게 나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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