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내 이름은 시사회 후기

우선 감탄한 부분부터 말하자면 제주도 배경과 촬영에서 상당히 감탄했습니다.
작중 정순이 잊어버린 기억을 떠올리려고 제주도 곳곳을 오가는데, 이때 섬의 다양한 풍광들을 정말정말 아름답게 담았습니다. 영화랑 별개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잘 찍었어요.
특히 보리밭에서 정순이 춤을 추는 씬은 아름다우면서도 비통함이 느껴져서 보는 사람도 울컥하게 만들더군요. 완성도 높은 촬영과 극장의 스크린이 만나면 이런 시너지가 일어나는 거구나 싶었습니다.
그 외에도 학교 수업씬에서도 근대사의 비극들을 그저 암기해야할 사건으로만 가르치거나, 그후 미술전에서 4.3사건의 참상을 담은 작품들을 보여주는 것도 우리에게 많은 생각할 거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전개가 계속 될 수록 작품 자체가 너무 큰 불호로 전락해서 저는 도저히 이 작품을 추천하지 못 하겠습니다.
우선 작품의 목표는 4.3사건에 대해서 이전 작품들보다 더 자세히 다루는 것이여야 하는데, 감독은 베트남전쟁과 광주학살, 거기에 학교폭력까지 다루면서 영화가 방향성을 잃습니다.
특히 아들 영옥이 학교폭력에 엮이게 되는 부분은 4.3사건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요. 감독은 '폭력'이라는 틀에서 둘이 같은 속성을 공유한다고 생각한 거 같은데 전혀 동의가 안 됩니다.
게다가 영옥이 처한 학교문제가 커질수록 정순의 서사는 뒷전으로 밀렸고, 그러다보니 영화가 가장 중요하게 다뤘어야 할 정순의 유년시절이 가장 부실해졌습니다.
친구와 어떻게 만났고 어쩌다 친해졌는지, 한편 마을 밖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소식을 들은 어른들이 불안해 하는 모습이 어린 정순의 눈에는 어떻게 비쳤는지, 결국 비극이 불어닥치고 홀로 살아남은 정순이 기억상실에 걸리기까지
그게 영화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부분인데, 일부는 짧은 대사와 플래시컷으로 떼우고 후반부 학살씬은 제대로 보여주지만, 이미 학교폭력에 밀려 사이드 스토리로 전락한 뒤라서 '학살이 벌어졌다' 그 이상의 기능을 못 합니다.
그러다보니 감독은 사실 학살이라는 행위 자체에만 관심이 있었고, 당시 제주도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무엇이 파괴되었는지는 관심이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4.3사건만으로는 도저히 분량을 못 채우겠어서 다른 소재들을 끌어다 쓴
설마 그런 비열한 의도는 없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사실이라면 피해자들을 이용해먹은 거 밖에 안 되니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