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지구의 운동에 대하여 (2025) 지동설에 대한 애니메이션. 상당히 인상 깊다. 스포일러 있음.
지동설에 대한 애니메이션이라니.
천문학이론이 애니메이션이 될 수 있나 라고 의문이 들 수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지동설에 대한 것이 아니라 지동설이라는 믿음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애니메이션은 지동설을 지켜나가려는 사람들의 계보를 주욱 따라가다가,
코페르니쿠스의 스승에서 막을 내린다.
즉, 코페르니쿠스 이전까지 지동설을 지켜온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작가가 조사를 하느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역부족인지, 좀 어설프다.
당시 지동설은 천동설에 비해 굉장히 발전된 것도 아니었고, 부족한 점도 많았다고 알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진리인 지동설이 탄압받는 속에서 이것을 지켜나간 사람들인 것처럼
그리는데, 딱히 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천문학이론인 지동설을 믿기만 하면 데려다가 화형을 시킨 것도 아니었다고 알고 있는데,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렇게 그린다.
사실 지동설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이것이 진화론이라고 대체해도 애니메이션에는 하등 변하는 게 없다.
요컨대 진리를 믿으면 박해당하는 상황에서 진리를 지켜나가려고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 이야기다.
이것은 좀 실망이다.
이것은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 잘 쓴 소설 같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 진리를 믿고 이것을 견지해나가려고 하는가?"하는
문제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다.
순문학가들조차도 이런 심오한 문제에 대해 이렇게 깊이있게 천착해서
이런 성공작을 만들어내기 힘들다.
평생 애써도 안될 사람들이 99%인데, 이 애니메이션 감독은 이번이 두번째다. 정말 인상적이다.
누가 지동설이라는 진리를 목숨을 걸고 지켜서 후대에 계승시켰을까? 초인적인 의지력을 가진 사람이나
태생이 진리를 사랑한 사람, 완전무결한 사람,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숭고한 사람들? 땡! 틀렸다. 최소한
이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렇지 않다.
얍삽하게 사바사바 잘 해서 사회의 계급사다리를 수월하게 타고 올라가려는 기회주의자,
사람 죽이는 것을 업으로 삼던 살인청부업자, 돈이면 최고야 하고 자기를 위해 살겠다던 가난한 사람,
나 잘났소 하고 자기 과시를 위해 건수를 찾던 자아도취 인간 등이 진리를 위해 목숨을 던졌고,
지동설을 후대에 계승시켰다. 이것이 감동적이다.
나는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이것이 인간에 대한 찬가라고 느꼈다.
누구라도, 진리를 위해 목숨을 던지고, 진리를 지키는 데 공헌할 수 있다. 인간역사의 보석이 될 수 있다.
누구에게나 그 씨앗이 있다. 이 애니메이션 속 주인공들처럼.
이것은 아주 강한 주제이다.
이기적이고 자기를 위해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사람이
수학의 아름다움에 눈 뜨고 거기에 매혹되어서 진리를 위해 몸을 던진다.
아무 자의식 없이 사회의 경멸을 받으며 살던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절대 의문을 품는 일이 없던)
사람이, 자기를 알아준 사람을 위해 지동설 주의자를 따라다니다가,
진리를 위해 몸바치는 것의 숭고함을 깨닫게 된다. 그 숭고함이 자기를 인간으로서 높여준다는 것을
깨닫는다.
돈이면 다라고 생각하고 살던 사람이, 숭고하게 진리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을 보고
거기에 감동해서 자기도 (진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리를 위해 희생한 사람을 위해 자기 목숨을 던진다.
그런 일이 생기기까지, 이 사람들은 자기가 진리를 위해 목숨을 던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이것이 인간역사다. 이 애니메이션은 이렇게 말하고 싶은 듯하다.
사실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 순소설로 상당히 공을 들여 썼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다.
이 애니메이션이 훌륭한 점은, 그냥 앙상한 주제의 벼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풍부한 인물 묘사와 사건 묘사를 통해, 다양하고 박진감 있는 사회를 보여준다.
주제의 애니메이션화가 아니다. 캐릭터 창출이 엄청 다채롭고 현란하다. 그들에게 벌어지는 사건도
시청자가 예측할 수 없이 변화한다. 한마디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간 사람들이다.
이 정도면 감독의 상상력이 엄청 풍부하다고 할 수 있다. 시청자들을 갖고 놀 정도다.
그냥 이것은 단지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순문학 전체로 보아도 상당한 걸작이다.
추천인 3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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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셰익스피어가 한 명의 작가가 아니라
여러 명이 모여서 만든 단체가 아닌가 하는 가정으로 전개되는 만화도 있었죠.
그 만화도 제법 흥미진진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3등 적응하느라고 애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게다가 작중에서 묘사되는 종교의 더러운 일면 때문에 정이 떨어져서
어느 순간부터 안 보게 되더라고요. ;;;;
이야기가 좀 이어지나 싶으면 갑자기 사람이 죽어 버리고,
그 뒤로 세월이 훅 지난 뒤에 다른 이야기가 연결되는 식이죠.
원작만화에 대한 어느 이과분의 감상(스포일러)
원작을 보신뒤 애니를 다시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