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후> Variety 리뷰
MJ

[리뷰] ‘28년 후’: 대니 보일의 부활 — 차세대 아포칼립스에 맞서기 위해 근본적으로 진화한 호러 사가
격리된 공동체가 감염자에 대해 대물림해 온 전제들에 의문을 품는 12세 소년의 시선. 23년 역사의 호러 프랜차이즈가 선보이는 전율 돋는 새로운 장.
영화 ‘28일 후’에서 초고전염성 분노 바이러스(Rage virus)가 인류를 덮친 후, 세계에서 가장 붐비고 진보한 도시 중 하나인 런던이 사람이 살 수 없는 유령 도시로 변하는 데는 채 4주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1만여 일이 더 흐른 뒤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 보십시오.
경계를 허무는 감독 대니 보일과 공상 과학의 귀재 알렉스 갈랜드는 2002년의 디스토피아 호러 사가를 잇는 ‘28년 후’를 통해 파고듭니다. 무대를 영국 반대편 끝으로 옮겨 완전히 새로운 인물들의 뒤를 쫓으면서 말이죠. 수학 천재가 아니더라도 창의적인 두 사람이 예정보다 5년이나 앞당겨 돌아왔다는 사실을 눈치채실 겁니다. 하지만 보일과 갈랜드가 지금은 격리된 이 나라를 다시 확인해야 할 충분히 설득력 있는 이유를 찾아낸 마당에, 굳이 기다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자발적 고립(브렉시트)과 한 세기에 한 번 있을 법한 세계적 대유행(COVID-19)으로 인한 현실 세계의 혼란보다 더 완벽한 촉매제가 어디 있을까요.
원작 영화가 감염에 대한 사회의 집단적 공포를 건드렸다면, 수십 년 만에 나온 이번 후속작은 두 가지 더욱 근원적인 불안인 ‘죽음에 대한 공포’와 ‘타자에 대한 공포’에 집중합니다. (참고로 이 영화는 도입부 자막을 통해 분노 바이러스가 “유럽 대륙에서 격퇴되었다”라고 설명하며, ‘28주 후’에서 암시된 전개들을 무효로 돌립니다.) 이에 대해 “모든 공포 영화가 결국 미지의 위협으로부터 살아남는 이야기 아니냐”라고 물으실 수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폭력이 가하는 정신적 피해를 이토록 효과적으로 담아내거나, 충혈된 눈으로 죽음을 정면 응시한 영화는 거의 없었습니다. 새로운 3부작의 시작으로 기획되었음에도 ‘28년 후’는 독보적인 가치를 증명합니다. (2부 격인 ‘본 템플(The Bone Temple)’은 이미 촬영을 마치고 내년 1월 개봉 예정입니다.)
지역 신부와 부모가 살해당하는 것을 목격한 후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배우는 매력적인 소년 지미(잭 오코넬)가 등장하는 도입부와 결말을 제외하면, 영화는 잉글랜드 북부 해안 근처의 홀리 아일랜드(Holy Island)에 피신한 작은 공동체에 초점을 맞춥니다. 인근 스코틀랜드 본토는 글자 그대로 감염자들로 들끓고 있는데, 새로운 변종들은 숲 바닥에서 지렁이를 잡아먹는 둔하고 느릿느릿한 청소부 같은 존재들입니다. 역겹긴 하지만 제이미(아론 테일러-존슨)나 12살 아들 스파이크(알피 윌리엄스)에게는 큰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제이미는 아들을 데리고 벽 너머로 떠나는 첫 여정이자 부자간의 식량 조달 임무를 위해 육지로 향합니다.
스파이크는 처음엔 자신만만해하지만, 실제로 활을 쏴야 할 순간이 오자 얼어붙고 맙니다. 활쏘기 훈련을 해왔음에도 달려드는 공격자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에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몸을 텁니다. 아마도 고향에 있는 선량한 사람들과 너무나 닮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옷을 입지 않았고 위생 관념이 없다는 점만 빼면 말이죠). 가장 압도적인 장면에서 제이미는 치타처럼 빠르고 실버백 고릴라처럼 강한 ‘버서커(berserker)’가 뒤쫓아오는 가운데, 반쯤 물에 잠긴 둑길 위로 아들을 끌고 필사적으로 달립니다.
밤하늘의 별과 오로라가 비치는 시퀀스는 그야말로 환각적입니다. 중세 군인들의 불안한 전위적 삽입 장면부터 흔히 오해받는 감염자들의 적외선 플래시 장면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비주얼 중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는 보일 감독이 저화질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했던 ‘28일 후’로부터 이어진 논리적인 진화입니다. 당시에는 혁명적이었지만, 오늘날의 고화질 포맷으로 다시 보는 것은 눈이 피로한 일이니까요.
여기서 파격적인 스타일리스트 대니 보일(‘트레인스포팅’과 ‘트랜스’의 감독)는 최첨단 아이폰(iPhone)으로 기술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화질이나 화면비(세로보다 가로가 거의 세 배나 넓은 극적인 초광폭 파노라마 프레임)를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특유의 불안한 홈비디오 감성을 유지해 냅니다. 이러한 경량 장비는 촬영 감독 안소니 도드 맨틀에게 손으로 액션을 쫓거나 좁은 공간에 파고들 수 있는 엄청난 유연성을 부여합니다.
편집자 존 해리스는 전통적인 시각적 논리에 전략적으로 저항하며, 예측 불가능하게 축을 넘나들거나 비재현적 요소를 끼워 넣어 또 다른 날을 세웁니다. 스파이크가 목격한 것을 곱씹으며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분위기가 다소 진정됩니다. 야생에서 멀리서 타오르는 모닥불을 보았는데, 그곳에는 떠돌이 의사 이안 켈슨(랄프 파인즈)이 수백 구 시신을 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비밀이 밝혀지기 전까지, 우리는 ‘어둠의 핵심heart of darkness*’ 속에서 요오드를 뒤집어쓴 커츠 대령 같은 존재로 상상하지 않기란 어렵습니다.
*<지옥의 묵시룩> 원작 소설
한편 스파이크의 어머니(조디 코머)에게 무언가 문제가 생깁니다. 방향 감각을 잃은 듯 보이고 때때로 공격적입니다. 수 세기 전이었다면 마녀라는 낙인이 찍혔겠지만, 지금은 무언가에(아마도 분노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종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용기를 낸 스파이크는 치료법이나 설명을 찾기 위해 어머니를 설득해 다시 세상 밖으로 나갑니다. 죽음을 무릅쓰는 일이며, 더 나아가 몸집이 거대하고 당당하게 서 있는 위협적인 존재인 새로운 ‘알파(alpha)’들에게 노출될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혈액으로 전염되는 분노(Rage)는 사람을 즉사시키지는 않지만, 속효성 광견병처럼 작용하여 감염자를 즉각적이고 초공격적인 광란 상태로 몰아넣습니다. ‘28일 후’ 팬들은 보일 감독이 느릿느릿한 좀비 영화의 문법을 가속화한 공로를 높게 평가합니다. 물린 뒤 뇌사 상태의 고기 먹는 괴물이 되기까지 몇 시간이나 며칠을 기다리는 대신(로메로 시대 좀비 고전들의 가장 지루한 부분이죠), 보일의 감염자들은 단 몇 초 만에 변해버립니다.
엄밀히 말해 좀비가 아닙니다. 원작에서 우리의 주인공들(킬리언 머피와 나오미 해리스, 이번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은 이른바 감염자들을 죽이는 데 주저함이 없었지만, 이번 속편은 인간성을 복구시킵니다. 여전히 해독제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분노 바이러스에 잠식된 불쌍한 영혼들이 존중받을 가치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갈랜드는 영화의 명상적인 ‘본 템플’ 장면에서 기꺼이 존중합니다. 긴장감 넘치는 장르 영화가 결말부에서 갑자기 종말론적 고찰로 선회할 것이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피벗(pivot)은 원작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원작 역시 마지막 3분의 1을 맨체스터의 맨션에서 보내며, 군인들이 감염자보다 더 큰 위협임을 증명했으니까요.
맨체스터 장면이 팬데믹 이후 도덕적 붕괴가 얼마나 빨리 뒤따르는지, 즉 인간 본성이 공격성을 드러내기 위해 굳이 ‘분노’ 바이러스까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었다면, 파인즈가 등장하는 장면들은 좀 더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합니다. 켈슨의 말대로, 감염자와 비감염자는 우리가 인정하고 싶어 하는 것보다 훨씬 더 닮아 있습니다. COVID에서 살아남으며 우리는 그 사실을 배웠습니다. 반면 에이즈(AIDS) 위기는 바이러스가 어떻게 전달되었는지에 대해 많은 이들이 심판을 내렸기에 더 복잡했죠. 영화는 이러한 사유와 함께 우리 자신의 필멸성에 대한 성찰로 관객을 초대합니다. 대개 우리는 카타르시스를 위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오락물을 찾습니다. 보일의 짜릿한 리부트는 카타르시스에 더해 깨달음까지 제공합니다.
https://variety.com/2025/film/reviews/28-years-later-review-1236435361/
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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