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왕과 사는 남자 단평
시태라

맑게 끓인 국이지만 조미료맛이 설피 느껴져서, 먹으면서도 이게 무슨 맛이지 싶다. 요새 근방 맛집이랄 게 없다보니, 이 집이 맛집으로 소문날 수밖에. 게다가 대체로 좋아할만한 맛이기도하다. 평타 이상인 건 알겠는데, 이정도로 찐맛집이라는 타이틀을 달 정돈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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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는 등장하지 않는다. 거악의 일부로 드러나는 한명회는, 자체로 거악인 것만 같다. 그러기에 등장하지도 않은 세조의 권위는 얼마나 살벌하고 대단할지 상상을 자극하게 만든다. 손가락 하나 까딱 않고, 그 흔한 눈짓 한 번도 없이 모든 것 위에 있다. 백석의 시 <멧새 소리>가 떠오른다. 영화에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지만, 그는 곳곳에 스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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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구조는 정석에 가까우리만치 소설의 전개를 따라간다. 역사를 알아 이미 예측 가능한 결말을 풀어내려면 그 방식이 참 중요하다. 허나 감독은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허를 찌름같은 건 생각지도 않는다는듯, 우직하게 풀어나간다. 곳곳에 잔잔바리로 개그를 넣고, 적절할 때 감정 쏟아내게끔하는 재주는 용하다. 아내에게도 말했지만, 어지간하면 안 우는 나도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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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지점을 고민해 본다. 과연 차력쇼에 가까운 배우들의 연기력이 없다면, 이 이야기에서 남는 것은 무엇인가? 플롯 자체가 너무 무난하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천만을 넘겼다는 것에 한편 뒷맛이 씁쓸하다. 터지는 부분이 플롯의 정밀한 구성과 전연 상관없었기에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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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배우 박지훈의 행보를 격하게 응원하고 싶다. 오늘 밤 주인공은 나야 나를 외치며 애교를 담당하던 가수에서, 어엿한 배우로 거듭난 것이 참 반갑다. 물론 가수보다 배우가 더 낫다는 이야긴 아니다. 미답지의 도전을 저리도 훌륭히 해내가는 그의 노력을 주목하는 것이다. 유지태도 유해진도 전미도도 이견이 없는 명배우다. 이제 박지훈도 그 반열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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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과 사는 남자, 2026년 개봉.
시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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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열일했죠. 리뷰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