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퍼스] 대니얼 총 감독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한 픽사, 그 시작은 자연 다큐였다”
카란

픽사 신작 <호퍼스>를 연출한 대니얼 총 감독이 작품의 출발점과 연출 의도, 그리고 애니메이션 업계의 흐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호퍼스>는 예고편부터 과감한 전개와 예상 밖 설정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바타보다 먼저 떠올린 건 ‘로봇 동물 다큐’
대니얼 총 감독은 “아바타를 참고했다는 이야기는 농담처럼 먼저 꺼낸다”며 웃었다. 하지만 실제 아이디어의 출발점은 자연 다큐멘터리였다.
최근 다큐에서는 로봇 동물을 실제 서식지에 투입해 동물의 눈에 카메라를 달고, 인간이 없는 상태에서의 행동을 관찰한다. 감독은 이 설정에서 묘한 긴장감을 느꼈다고 했다. 언제 진짜 동물이 로봇을 눈치채고 넘어뜨릴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간이 동물 세계에 잠입하려 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우스꽝스러웠다. 거기서 모든 게 시작됐다”
이 발상은 결국 인간과 동물의 경계,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로 확장됐다.
“먹어야 할 땐 먹는다” 연못 법
영화 속 무대는 다양한 동물들이 공존하는 연못. 이곳은 비버 ‘조지왕’이 다스리며, 공동체는 ‘연못 법’이라는 세 가지 원칙 아래 운영된다.
그중 하나는 뜻밖에도 “먹어야 할 땐 먹는다”다. 말하고 생각하는 존재라 해도, 결국 서로를 먹는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픽사 세계관과는 결이 다르다.
대니얼 총 감독은 이 설정을 통해 모순을 받아들이는 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모든 규칙이 완벽하게 합리적일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도 공정함과 배려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지왕은 모두가 그 모순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만든 리더다. 삶이란 그런 합의 속에서 살아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제리 시장은 단순한 악역이 아니다
연못을 위협하는 존재는 고속도로 건설을 추진하는 시장 제리다. 하지만 대니얼 총 감독은 이 인물을 전형적인 악역으로 그리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그대로가 아니다. 제리 역시 입체적인 인물이다. 메이블은 그를 단순한 악당이 아닌 한 인간으로 보게 될 것이다”
환경 문제를 중심에 두면서도 이야기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함께 다룬다. 감독은 “우리는 모두 같은 생태계 안에 있다”는 메시지가 지금의 시대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혼란과 웃음, 그리고 감정의 균형
예고편 속 과감한 연출 방향에 대해 대니얼 총 감독은 “혼란스럽고, 예측 불가한 에너지를 원했다”고 밝혔다.
주인공 메이블은 다음 행동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다. 감독은 액션 스릴러 같은 구조를 활용해 무엇이든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다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언제나 코미디였다.
“무엇보다 웃겨야 했다. 그 위에 감정이 쌓여야 했다”
이 여러 톤의 균형을 맞추는 데만 6년이 걸렸다. 웃음과 긴장, 감정이 서로 부딪히는 지점을 다듬는 시간이 길었다는 설명이다.
두 개의 시선, 두 개의 얼굴
<호퍼스>의 시각적 특징도 눈에 띈다. 동물들은 인간의 시점과 동물의 시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메이블이 비버의 몸으로 시장 제리와 마주할 때, 제리의 눈에는 점처럼 작은 눈을 가진 동물로 보이지만, 메이블의 시점에서는 크고 감정이 살아 있는 눈을 지닌 캐릭터로 나타난다.
“인간은 동물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두 개의 세계가 공존한다는 설정이 필요했다”
이 연출에는 일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지브리의 <폼포코 너구리 대작전>이 영향을 줬다. 그 작품처럼 상황에 따라 동물의 얼굴이 현실적으로 보이기도, 만화적으로 보이기도 하는 방식을 차용해 두 시선을 대비시켰다.
오리지널과 속편 사이에서
최근 애니메이션 시장은 전 세계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대니얼 총 감독은 다양한 연령대가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장르와 스타일의 폭도 넓어졌다고 진단했다.
픽사가 속편을 계속 제작하는 동시에 오리지널 영화에도 힘을 쏟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속편을 원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나 역시 어릴 적 좋아하던 이야기의 다음 편을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도 반드시 필요하다. 둘은 함께 가야 한다”
<호퍼스>와 <토이 스토리 5>가 이어지는 라인업에 대해 그는 픽사의 앞으로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