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미국인 블로거의 리뷰
golgo

몇 년 전에 <서울의 봄> 리뷰도 올리는 등, 아시아 영화에 꾸준히 관심 갖고 있는
'제이의 무비 블로그(Jay's Movie Blog)'에 올라온 <왕과 사는 남자> 리뷰입니다.
IMDb 비평가 리뷰에 등록돼 있더라고요. 원문은 아래입니다.
http://www.jaysmovieblog.com/2026/02/the-kings-warden.html
우리말로 옮겨봤어요
왕과 사는 남자
별점: ★★★ (4개 만점)
2026년 2월 20일, AMC 코즈웨이 스트리트 3관에서 관람 (첫 개봉, 레이저 DCP)
<왕과 사는 남자>는 훌륭한 TV 시리즈로 발전시킬 만큼 혹할 만한 설정을 갖고 있다 ‘유배된 왕을 마을에 유치해 경제적 이득을 얻으려는 가난한 마을 사람들의 캠페인’을 다룬다. 다만 역사는 언제나 앙상블 코미디처럼 흘러가 주지는 않는다. 한국영화들은 종종 특유의 급격한 톤 변화로 당혹감을 줄 때가 있지만, 이 영화는 분위기의 전환을 굉장히 매끄럽게 처리한다. 다만 자국 역사를 잘 아는 한국 관객에게는 어떻게 다가갈지 궁금하다.
(맙소사, *쿠데타 미수 사태 이후인 지금의 시점에서, 이 영화는 한국 관객에게 과연 어떻게 느껴질까?)
(*12.3 내란)
영화 속 ‘왕’은 이홍위(박지훈). 그는 1452년 십대의 나이로 즉위했지만, 1년 만에 숙부 수양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궁에 유폐된다. 그를 감시하는 인물은 대신 한명회(유지태)다.
한편 시골 마을에서는 촌장 엄흥도(유해진)가 사냥 도중 일행과 떨어졌다가, 자신들의 마을과 다를 바 없어 보이지만 유난히 잘 먹고 잘사는 동네를 발견한다. 그 비결은 과거 형조판서가 유배를 와 정착하면서, 한양 조정의 지원을 받는 동시에 심심풀이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데 있었다.
흥도는 그러한 ‘특수’를 자기 마을도 누려야겠다고 결심하고, 한명회를 설득해 ‘노산군’을 자기 마을로 유배 보내 달라고 설득한다. 그가 어린 왕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이로써 상황은 극도로 불안정해진다. 게다가 이홍위의 숙부 금성대군(이준혁) 역시 인근에 유배되어 있는데, 야심가인 금성은 수양에 맞서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홍위를 이용할 수도 있는 입장이다.
주요 인물들을 나열해 보면 이 영화가 궁중 암투로 가득한 작품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전반부는 앙상블 코미디에 더 가깝다. 한편으로는 엄흥도와 그의 가족, 이웃들을 소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이홍위와 그를 걱정하는 시녀(전미도)를 등장시켜, 이들이 서로 어떻게 부딪히고 반응하는지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유해진에게 아주 잘 맞는 코미디 무대다. 그는 잘못하면 거슬릴 수도 있는, 허세 가득한 인물을 연기하는데, 광대처럼 과장된 짜증과 분통이 자칫하면 성가시게 느껴질 법도 하지만 워낙 능숙하게 소화해낸다. 답답한 상황에서 쏟아내는 대사가 종종 길게 끌리는 고함 섞인 ‘헐떡임’처럼 들리는, 전형적인 한국 영화식 연기 톤을 떠올리게 하는데, 영화가 진행될수록 그 인물은 점점 더 공감 가는 모습으로 다듬어진다.
다만 그와 박지훈이 연기한 ‘노산군’ 사이에 깊은 유대가 형성된다는 설정이 완전히 설득력 있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래도 서로 나란히, 또 맞물려 흘러가는 두 사람의 여정 자체는 흥미롭다. 박지훈은 많은 감독들이 선택했을 법한 과장된 방식 대신, 한층 절제된 지점에서 출발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역사극인 만큼, 순진한 어린 왕과 가난하지만 현실적인 마을 사람들이 서로에게서 배우는 상황 코미디로만 흘러갈 수는 없다. 그럼에도 전개는 꽤 매끄럽게 진화해 나가는데, 급작스러운 톤 변화가 한국 영화의 특징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제법 인상적이다.
궁중의 음모는 처음엔 농담처럼 도입된다. 이웃 마을 사람들이 “당신들, 잘해보쇼. 우린 위험을 피해서 다행이네!”라고 비웃듯 말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후 그 음모는 코미디적 요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점점 비중을 키워간다. 이홍위가 마을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과 유대감을 키워가고, 엄흥도 또한 자신의 개인적, 공동체적 책임을 다시 정립해 가는 과정과 맞물리면서 이야기 역시 유기적으로 확장된다.
금성과 한명회가 부각되는 방식도 흥미롭다. 금성은 전형적인 악인은 아니지만, 어쩌면 귀족, 지배 계층의 상황 너머를 깊이 생각하지 못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반면 한명회는 둥그런 동안 같은 얼굴을 내세워 순한 인상으로 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진짜로 잔혹하고 음험한 본색을 드러낸다.
영화 전체의 완성도도 상당히 탄탄하다. 더 화려하게 과장하려는 유혹이 있었을 법한 지점에서도, 이 작품은 자신의 비교적 소박한 규모를 잘 살려낸다. CG로 구현된 동물들 역시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실제처럼 완벽히 믿도록 만들지는 못하지만, 촬영 현장에 살아 있는 호랑이를 데려올 수 없는 상황에서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어떤 면에서는 적절한 규모 조절이야말로 이 작품을 기대 이상으로 느껴지게 하는 요소다. 과하게 벌이거나, 반대로 어딘가를 대충 넘어갈 기회가 얼마든지 있었지만, 장항준 감독과 제작진이 내린 모든 선택은 결국 <왕과 사는 남자>를 보다 효과적인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만드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golgo
추천인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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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2등
3등 내용만 봐서는 금성과 단종이 같은 지역에 유배된 것이 한명회의 계략이라고까진 생각을 못 한 것 같네요 ㅎㅎ
어쩌면 그 부분이 뒷부분을 가로지르는 갈등의 핵심 요소여서 언급을 피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단종의 최후는 어쨌건 한 나라의 국왕이었던 사람의 최후로서는 지나치게 비참했으니까 단종애사를 모르는 외국 사람들로서는 충격적일 수도 있는 결말일 듯 합니다.
참고로 원문에는 노산군이라는 단어도 영어로 잘못 오기돼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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