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at Obscure Object of Desire (1977) 부뉴에 감독의 코메디. 걸작. 스포일러 있음.


섹스코메디는 섹스코메디인데, 부뉴엘감독은 이것을 아주 교묘하게 도구로 사용한다.
기차가 막 출발하려고 하는데,
일등석의 한 칸에 사람들이 하나하나 앉기 시작한다.
그런데, 어느 점잖게 생긴 중년신사가 갑자기 일어선다. "잠깐, 실례."
어느 아름답게 생긴 젊은 여자가 중년신사를 쫓아와서 매달린다. "당신은 이해 못해요."
신사는 그 여자의 손길을 탁 탁 뿌리치더니,
양동이에 물을 가져다가 그 여자에게 퍼붓는다.
그리고, 자리에 돌아와 앉는다.
일등석 칸 안에 탄 승객들의 눈은 일제히 그 신사를 향한다.
그들의 마음 속에 있는 생각은 단 하나뿐이다.
신사는 빙긋 웃더니, "여러분, 지금 장면을 보고 놀라셨죠? 아마 저를 냉혈한이나 뭐 그런 것으로 생각하시겠죠.
하지만,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저 여자는 세상에서 가장 악한 여자입니다."
승객들의 마음에는 오직 한 생각뿐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신사는 자기에게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멋지다.
관객들의 마음을 영화 속으로 단박에 끌어들이는 도입부다.
영화 시작 몇분만에 관객들은
영화 속 세계에 완전히 빨려들어간다.



그 신사의 이름은 마티유.
그는 친구인 판사의 집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가
거기에서 포도주를 따라주는 하녀 콘치타를 만난다.
그는 콘치타가 마음에 들어서 한번 유혹해서 섹스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런데, 마티유가 유혹해도
콘치타는 뛰쳐나가지 않는다.
뭔가 마음에 있는 듯 없는 듯 애매하게 반응하면서
눈웃음을 살살 친다.
'됐다!' 마티유의 마음 속에는 축포가 터진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콘치타는 하녀 일을 그만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마티유는 포기한다.
그리고 잊어 버린다.
그런데, 어느날 공원에 갔다가 강도를 만난다.
마티유가 지갑을 주자, 그들은 지갑을 돌려주면서,
"우리가 무슨 강도인 줄 알아? 만원만 주면 돼."
"?" 마티유는 상황이 잘 이해가 안 간다.
그들은 푼돈만 받고는 사라진다.
마티유는 지나가는 경찰을 붙잡고 신고를 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아리송해진다.
그런데, 마티유 앞에 콘치타가 나타난다.
방금 그 남자들은 자기 친구들이었단다.
콘치타는 마티유에게 돈을 돌려주러왔다고 한다.
"?" 마티유는 지금 상황이 잘 이해가 안간다.
어쨌든, 이것은 기회다. 콘치타가 자기에게 관심도 없이 이렇게 찾아왔겠는가?
마티유는 콘치타에게 그녀의 집 주소를 묻는다.
콘치타는 아무 거리낌 없이 자기 주소를 술술 이야기한다.
그리고 자기 집에서 만날 약속까지 한다.
"됐다!" 마티유는 환호한다.


마티유는 콘치타의 집으로 간다.
콘치타 어머니는 자기들 생활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마티유는 그들의 생활을 자기가 돌봐주겠다고 한다.
콘치타 어머니는 자기가 알아서 일어선다. 콘치타와 둘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라는
말과 함께.
콘치타는 자기 입으로 젊은 남자는 어려서 싫단다. 성숙하고 경험많고 현명한 나이든 남자가 좋단다.
"됐다!" 마티유는 환호를 부른다.
마티유는 콘치타 어머니를 몰래 만나, 돈을 준다. 딸에게 잘 말해서
자기 정부가 되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그런데, 갑자기 콘치타로부터 쪽지가 온다.
자기를 돈으로 사려했다니 실망이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다시는 볼 일 없을 것이라는 말로 끝맺는다.
마티유는 실망한다. 그리고 잊는다.


이렇게 계속 영화 내내 이어진다.
마티유의 앞에 콘치타는 계속 나타난다.
뭔가 줄 듯 말 듯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사라진다.
마티유가 잊으려고 하면 콘치타는 다시 나타난다.
콘치타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아니면 운명의 장난인지, 아니면 그냥 확율적 사건인지 모르겠지만.
마티유는 어느 고급 레스토랑에 친구와 함께 간다.
그런데, 코트를 맡기는 곳에서 코트를 받아 보관하는 여자가 콘치타가 아닌가?
이런 우연이! 콘치타는 지겨운 일에 싫증이 나 있던 참이었다.
마티유와 콘치타는 함께 웃으며 팔짱을 끼고 레스토랑을 나선다.
콘치타는 마티유가 마음에 없지 않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콘치타는,
마티유의 돈에도 관심 없다. 마티유를 사랑하는 것은 맞는가? 아니라고 하기에는 마티유에게 계속 달라붙는다.
맞다고 하기에는 마티유에게 붙잡히지 않는다.

어찌어찌하여
콘치타는 마티유의 집에서 자고 가게 된다.
마티유는 홀랑 벗고 침대에 누워있고,
콘치타는 잠자리 날개같은 옷을 입고 마티유 곁에 눕는다.
콘치타는 모든 것을 허락한 표정으로 불을 꺼달라고 한다.
"됐다!" 마티유는 환호를 부른다.
그런데, 콘치타는 막상 침대에 함께 누워서 말하기를,
오늘은 시간이 아닌 것 같단다. 며칠만 시간을 달라고 한다.
마티유는 열 받는다. 이 지점까지 와서 오늘은 시간이 아닌 것 같다니!
마티유는 콘치아의 옷을 벗기려고 한다.
그런데, 콘치타는 정조대를 입고 와서 도저히 힘으로 옷을 벗길 수 없다.
마티유는 너무 분통이 터져서 눈물이 다 나온다.
콘치타는 마티유를 안아주면서, 좀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그러더니, 자기 방으로 나간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대상에 매혹된 남자 이야기다.
콘치타는 왜 마티유에게 계속 달라붙는가? 모른다. 매번 만날 때마다 그 이유가 다 다르다.
사랑하기는 하는가? 모르겠다.
왜 마티유와 섹스를 하지 않는가? 모르겠다. 매번 만날 때마다 이유가 다 다르다.
"여자는 다 이런 거다" "섹스는 여자의 최후의 무기다. 이 무기는 최후의 최후 순간까지 아껴둔다. 그것이 여자다."
"나를 돈으로 사려는 것같아 싫다" "당신은 여자를 모른다" 이런 모호한 이유를 댄다. 콘치타가 하는 이 말들이
진실인지 아니면 지어내는 말인지도 불확실하다.
그런데, 이렇게만 하면 재미있는 코메디다.
부뉴엘감독은 이 코메디에다가 몇개 아주 창조력 있고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넣는다.

공산주의자 테러리스트가 늘 등장한다.
장면장면마다 그들이 등장한다.
마티유가 읽는 신문기사에 이 테러리스트들의 활약(?)이 나오기도 하고,
마티유가 차를 타고 가는데, 그 앞에서 총으로 사람을 쏘고, 폭탄을 터뜨리기도 한다.
등장빈도로 따지면, 이 테러리스트들이 주연 수준으로 나온다.
그래서, 관객들은, 마티유와 콘치타의 애정행각(?)을 보면서,
이것이 코메디가 아니라 어떤 정치적인 풍자임을 알게 된다.
이것이 부뉴엘감독의 스타일이다. 뭔가를 가르치려하지 않고,
관객들이 생각하게 한다.
마티유는 지배계급의 아주 부유하고 세련된 신사다. 엘리트에다가 사회 규범 예절같은 것이 투철하다.
콘치타는 노동계급의 자유분방한 여자다.
체면불구하고 섹스 한번 하려고,
마티유는 콘치타를 따라다니며
애걸도 하고 돈도 뿌리고 세련된 말로 유혹도 한다.
이 둘 간의 사회적 계급 차이를 영화는 아주 공들여 강조한다.




그리고, 다른 아주 유명한 것은,
두 여배우가 콘치타를 연기한다.
2인 1역이다.
이 여배우가 콘치타로 방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여배우가 콘치타로 방안에서 나온다 하는 식이다.
콘치타는 글자 그대로 붙잡을 수 없고,
파악할 수도 없고,
정체성 자체가 확정될 수도 없는 그런 존재다.
공허한 존재는 아니고,
무언가 신비롭고 애매모호하고 정서적인 에너지로 꽉 찬 충만한 존재다.
하지만, 그녀를 채우고 있는 그것이 무엇인지 애매모호하다.
마티유는 콘치타를 붙잡으려 하지만,
애초에 붙잡을 수도 이해할 수도 파악할 수도 없는 존재다.
두 여배우 모두 미녀들이고,
마티유 앞에서 거리낌 없이 옷도 벗고 누드도 보여주고
만지는 것도 허락한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섹스는 거부하고 사라진다.
마티유가 포기하고 잊어버리려 하면,
또 다가온다.
마티유는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른다.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영화 막바지에
콘치타는 마티유에게,
나는 처음부터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다고 소리친다.
마티유를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마티유의 돈을 뜯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젊은 남자를 불러내더니 자기 진짜 애인이 이 남자라고 한다.
마티유의 앞에서 그 남자와 누워 섹스를 한다.
마티유는 엄청난 분노와 자괴감에 휩싸여 눈물을 흘리며 집으로 돌아온다.
콘치타같은 것은 마음에서 싹 지워 버린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콘치타가 마티유의 집으로 찾아온다.
다 설명해주겠단다.
마티유는 결국 폭발한다. 콘치타를 막 두들겨팬다.
그러자, 콘치타는 당신은 여자를 모른다고 한다. 더 두들겨 팬다.
무슨 이유에선지 모르겠지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콘치타는 오히려 기뻐하며,
이번에야말로, 자기를 전부 마티유에게 주겠다고 한다. 자기는 처녀란다.
마티유는 그 소리를 듣고 더 화가 난다.
그는 콘치타를 내팽개쳐두고 기차에 탄다. 파리로 아주 떠날 생각이다.
그런데, 콘치타가 기차까지 마티유를 따라 온 것이다.
"당신은 이해 못해요"하는 말을 하며 붙잡고 매달리는 것이다.




그가 말을 마치자, 열차칸에 있는 사람들은 묘한 표정들이다.
그런데, 콘치타가 칸으로 들어온다.
마티유는 엄청 열을 받는다. 그런데, 콘치타의 얼굴을 보자마자, 어찌어찌 둘은 다시 화해한다.
기차에서 내릴 때에는 서로 다정하게 껴안고, 속삭이고 하면서 걸어나온다.


마지막 장면이 아주 인상 깊다.
두 사람이 파리의 거리를 걷는데,
쇼윈도우에 아름다운 드레스가 의자에 걸려 진열되어 있다.
그런데, 어느 추레한 여자 하나가 나오더니
드레스를 치워버린다.
그리고, 피에 젖은 천을 갖고 나오더니,
의자에 앉아 그 천을 꿰멘다.
갑자기 시간이 멎은 듯,
두 사람은 이 장면을 심각하게 빤히 바라본다.
그러자, 카메라의 방향이 바뀐다.
쇼윈도우 안에서 바깥을 찍는다.
유리창 바깥에 콘치타와 마티유가 서 있다.
마티유는 어떤 이야기를 아주 길게 콘치타에게 한다.
그런데, 소리가 안 들린다.
두 사람은 아주 심각하게 쇼윈도우 안의 이 여자를 바라보았고,
그 결과
마티유는 콘치타에게 어떤 심각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 이야기가 뭔지 묵음처리되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의미없는 음악이 크게 나와서,
마티유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고 싶은 관객들을
방해하고 짜증나게 한다. 멋지다.
그러더니, 콘치타는 화가 나서 마티유를 뿌리치고 저만치 빠른 걸음으로 가 버린다.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상황 상 개인적인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닌 듯한데,
왜 저렇게 화가 났을까? 도대체 무슨 말을 했길래 - 으아!
관객들은 분통이 터진다.
그리고, 공산주의자가 터뜨린 폭탄이 불을 내뿜고,
마티유와 콘치타는 사이 좋게 타 버린다.
마티유가 애매모호한 욕망의 대상인 콘치타를 쫓아다니는 것은
이렇게 아무 결말도 없이 그냥 중간에서 멎어버린다.
다 잊고 재미로만 이 영화를 본다고 해도,
이렇게 웃긴 코메디는 드물다. 아주 웃기고 재미있다.
두 사람의 개성이 아주 확실하고,
에피소드는 톡 톡 튀는 재치와 활력이 넘치고,
무대도 세비야, 마드리드, 파리로 왔다갔다 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준다.
대사는 일급이다.


이 안에 정치, 지배계급에 대한 풍자,
붙잡을 수 없는 모호한 대상을 추구하는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
초현실주의,
다양한 상징과 함축성을 집어넣은 것이 이 영화다.
디테일의 디테일까지 다 상징이고 수수께끼다.
장면 장면이 모두 관객들을 즐겁게 하지만
동시에 아주 많이 생각을 하게 만든다.
유니크한 영화다.
cf. 영화 마지막 장면이 가장 흥미로운 장면이자, 가장 당황스런 장면이기도 하다.
기존에 섹스코메디 형식으로 이어지던 영화가 여기에서 갑자기 바뀐다.
서로 즐겁게 껴안고 길을 가던 마티유와 콘치타는 어느 쇼윈도우 앞에 멈춘다. 그들의 표정은 갑자기 심각해진다.
쇼윈도우 안에서는, 어느 추레한 여자가 의자에 걸려있던 깨끗한 드레스를 치우고
그 의자에 앉아 피 묻은 찢어진 드레스를 꿰멘다.









다음 장면에서, 관객들은, 마티유와 콘치타가 여기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해진다.
도대체 왜 그렇게 표정들이 심각해진 것일까?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카메라는 쇼윈도우 안에서 바깥을 비춘다.
마티유는 콘치타에게 심각하게 무슨 이야기를 하는데, 쇼윈도우 안에서는 들리지 않는다. 묵음처리된다.
거기에다가, 시끄러운 음악이 나와서, 관객들을 방해한다.






콘치타는 갑자기 혼자 가 버린다. 마티유가 쫓아가서 잡으려고 해도, 화를 내면서 마티유의 손을 뿌리친다.
마티유가 따라가려는 순간, 갑자기 폭발이 일어나 모든 것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불길이 인다.
이 장면이 너무 갑작스러워서 무슨 편집실수처럼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이 갑작스러운 폭발은 의도적인 것이 분명하다.
"어? 갑자기 왜 이래? 이거 편집실수 아냐?" 하고 관객들이 생각하도록 의도했다는 것이다.
영화 내내 이런 폭발은 계속 일어났다. 공산주의자 테러리스트들이 벌인 폭발이다.
지금까지 두 개의 독립된 주제로 계속 장면 장면 이어져오던 주제들이 여기서 하나로 합친다.
그리고, 영화가 끝난다. 예술적 아이디어가 아주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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