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에 자오·매기 오패럴 [햄넷], 아이의 이름에서 시작된 이야기
카란

소설 『햄넷』은 윌리엄 셰익스피어라는 거대한 이름 뒤에 가려져 있던 가족의 삶을 조용히 끌어올린 작품이다. 2020년 출간 이후,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유일한 아들이자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햄넷의 존재를 중심에 놓으며 부모의 사랑과 상실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 이야기는 이제 영화 <햄넷>으로 옮겨졌다. 연출은 클로에 자오 감독이 맡았고, 원작자 매기 오패럴이 함께 작업에 참여했다. 두 사람은 이 작품을 통해 신화가 아닌 삶, 위인이 아닌 가족을 바라보는 시선을 공유했다.
ㅡ 소설 『햄넷』은 희곡 <햄릿>이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아들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왜 이 선택을 하셨나요?
매기 오패럴:
학생 시절 <햄릿>을 배우다가 햄넷이라는 아이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됐어요. 셰익스피어에게 유일한 아들이 있었고, 열한 살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요.
몇 년 뒤 <햄릿>이 쓰였다는 걸 알고 나서는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죽은 아이의 이름을 작품 제목으로 쓴다는 건,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잖아요.
그런데도 햄넷이라는 아이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어요. 그게 늘 마음에 걸렸고, 그래서 이 이야기를 쓰게 됐어요.
ㅡ 감독님은 이 이야기를 영화로 옮기면서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보셨나요?
클로에 자오:
저는 셰익스피어라는 이름보다, 매기 작가가 만든 세계를 먼저 보려고 했어요.
제가 영국인이 아니라는 점도 오히려 도움이 됐어요. 문학적 전통이나 위인에 대한 부담 없이, 한 가족의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었거든요.
윌리엄을 위대한 작가로 보기보다 한 남자이자 남편, 아버지로 바라봤어요.
ㅡ 이 작품은 전기 영화와는 결이 다릅니다. 가족 이야기로 남기고 싶었다고요?
매기 오패럴:
셰익스피어를 찬양하는 이야기는 이미 충분히 많아요.
제가 더 궁금했던 건 그의 삶이었어요. 런던에서 일하면서도 벌어들인 돈을 전부 스트랫퍼드의 가족에게 보냈고, 결국 그곳으로 돌아갔잖아요.
아내와 아이들을 이야기에서 지워버리는 건 그의 삶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는 가족을 버린 사람이 아니었어요.

ㅡ 아내 아녜스와 윌리엄의 관계도 인상적입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클로에 자오:
그 시대에는 자연과 문명 사이의 간극이 지금보다 훨씬 컸다고 느꼈어요.
아녜스와 윌리엄을 볼 때 남성과 여성, 자연과 문명 같은 이미지가 겹쳐 보이기도 했고요.
관객들이 두 사람을 보며 각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잘 어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어긋나기도 하는 관계로요.
ㅡ 아이를 잃는 이야기를 다루면서 감정을 어떻게 조절하셨나요?
매기 오패럴:
눈물 짜내는 이야기를 쓰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당시 학술서들을 보면 햄넷의 죽음은 몇 줄로 끝나요. 유아 사망률이 높았다는 설명 뒤에 묻혀버리죠.
그걸 읽고 너무 화가 났어요. 아이를 잃는 고통은 어떤 시대든 똑같아요.
이 아이는 사랑받았고, 분명히 애도되었다는 걸 쓰고 싶었어요.
클로에 자오:
감정이 과해지는지 아닌지는 보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생각해요.
저는 현장에서 배우가 느끼는 순간의 감정에만 집중했어요. 그 순간이 진짜라고 믿었어요.
ㅡ 소설이 영화가 되면서 새롭게 발견한 지점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매기 오패럴:
350쪽 분량의 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로 줄이는 과정이 굉장히 인상 깊었어요.
소설은 내면과 설명이 중심이지만, 시나리오는 장면으로 움직이잖아요.
이야기를 줄였다가, 다시 영화로 확장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게 흥미로웠어요. 전혀 다른 방식의 창작이었어요.
ㅡ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클로에 자오:
책에서 ‘기억해 주세요(Remember Me)’라는 문장은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강한 여운을 남겨요.
하지만 영화에서는 같은 방식이 통하지 않아요. 배우가 그대로 말한다고 같은 감정이 생기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그 감정을 장면으로 풀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어요.
상영 중 마지막 순간에 웃음이 나오는 경우도 있었는데, 저는 그게 좋았어요. 슬픔과 따뜻함이 함께 남는 순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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