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고니아] 스틸 사진 작가가 말하는 촬영 현장, 엔딩 그리고 엠마 스톤
카란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부고니아>는 인간의 우스꽝스러움과 세계의 부조리를 특유의 시선으로 담아내면서도, 이전보다 한층 더 ‘관객에게 열려 있는’ 작품이다.
<킬링 디어> 이후 란티모스 감독의 작품을 꾸준히 기록해온 뉴욕 기반 스틸 사진 작가 JIMA(니시지마 아츠시)는 이번 작품을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극단적인 영화”라고 말한다.
<부고니아>의 현장과 엔딩, 그리고 엠마 스톤에 대해 JIMA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ㅡ <부고니아>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지점을 꼽는다면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지하 공간에서 엠마 스톤과 제시 플레먼스가 주고받는 대화 장면이에요.
대화가 이어질수록 두 사람의 위치가 계속 바뀌거든요. 누가 우위에 있고, 누가 갇혀 있는지조차 점점 흐려져요. 그 변화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이요.
그 장면을 보고 슬프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어요. 그 차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엔딩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지금 우리가 세상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 같거든요.

ㅡ 엔딩에 대한 해석이 사람마다 갈린다는 말이군요?
맞아요.
그 장면을 비극으로 볼 수도 있고, 해방처럼 느낄 수도 있어요. 밝은지 어두운지, 희망적인지 절망적인지에 대한 판단이 완전히 다르죠.
그 다름 자체가 <부고니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ㅡ 란티모스 감독과는 꽤 오래 함께 작업해오셨죠?
처음 만난 건 약 10년 전, <킬링 디어> 현장이었어요.
그때 아직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어요.
촬영 중 쉬는 시간에 누군가 정원 계단에 있던 거미줄을 막대기로 걷어내고 있었어요.
그걸 본 란티모스 감독이 다가와서 한마디 했죠.
“건드리지 마요”
왜냐고 물으니까, 그 거미는 거기서 먹이를 잡고 살아가고 있는데 우리가 함부로 건드릴 이유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 순간 이 사람은 생명이라는 걸 굉장히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이구나 싶었어요.
인간뿐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평등한 태도를 가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ㅡ 촬영 현장의 분위기도 그런 태도와 연결돼 있나요?
네. 굉장히 편안해요.
배우들이 스스로를 드러내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이에요. 심리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현장이죠.
이번 <부고니아> 현장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는 촬영 방식이 더 극단적으로 느껴졌어요.
정말 배우와 공간, 그것만으로 승부하는 영화예요. 장치가 거의 없죠.
공간의 도움을 받지 않는 대신, 연기와 존재감이 모든 걸 결정합니다.
그래서 영화 만들기로서는 훨씬 어려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ㅡ 밀실극에 가까운 구조도 인상적이었어요.
맞아요.
카메라도 많이 움직이지 않아요. 그만큼 배우들의 연기가 작품의 완성도를 크게 좌우하죠.

ㅡ 엠마 스톤과의 작업은 어땠나요?
엠마 스톤은 정말 뭐든 할 수 있는 배우라고 늘 생각해요.
연기뿐 아니라 춤도 잘 추고, 노래도 하고, 유머 감각도 있고, 무엇보다 두려움이 없어요.
이번 작품에서는 머리를 밀고 삭발까지 했잖아요.
그건 단순한 외형 변화가 아니라, 역할에 몸을 던지는 태도라고 느꼈어요.
능숙함보다 더 중요한 건, 망설이지 않는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ㅡ 란티모스 감독의 영상을 보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저는 항상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를 떠올려요.
관광객이 아무도 없는, 완전히 비어 있는 아크로폴리스요.
그 공간에 감독과 배우들만 있고, 연극처럼 놀고 있는 느낌이랄까요.
굉장히 신화적인 분위기가 있어요.
아마 그가 그리스 출신이라는 점도 무관하지 않을 거예요.
그의 영화에는 그가 직접 보고 좋아한 것만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ㅡ 그런 세계를 사진으로 기록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뭔가요?
현장에 받아들여지는 존재가 되는 거예요.
존재하되, 방해가 되지 않는 사람. 거의 보이지 않는 사람이 되는 걸 목표로 합니다.
그래서 무작정 많이 찍지 않아요.
가까이 가야 할 때와 물러나야 할 때를 계속 판단하면서, 순간을 기다립니다.
ㅡ <부고니아>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굉장히 균형이 잘 잡힌 영화예요.
음악과 영상, 코미디와 진지함이 서로 밀어내지 않고 공존합니다.
저는 프리미어에서 한 번, 일본어 자막으로 한 번 봤어요.
두 번째 관람에서 훨씬 더 많은 게 보이더군요.
한 번 보고 끝내기보다는 여유를 두고 다시 보는 걸 권하고 싶어요.
추천인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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