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리 왓 위 캐리] 쿠엔틴 타란티노·사이먼 페그·샤를로트 갱스부르 그리고 6일 촬영의 비밀
카란

제이미 애덤스 감독의 단편 <온리 왓 위 캐리>는 즉흥 연출이라는 익숙한 방식 위에, 예술가와 인간 사이의 거리를 조용히 담아낸 작품이다.
사이먼 페그, 샤를로트 갱스부르 그리고 연기자로서 카메라 앞에 선 쿠엔틴 타란티노까지. 이 영화는 캐스팅 자체보다 이들이 어떤 태도로 이 프로젝트에 들어왔는지가 더 흥미롭다.
제이미 애덤스 감독이 <온리 왓 위 캐리>의 출발점과 현장 이야기를 직접 들려주었다.
ㅡ <온리 왓 위 캐리>는 어떻게 출발한 작품인가요?
사실 이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제 노트 서랍에 있던 아이디어였어요. 새로운 영화를 고민할 때마다 그 서랍을 열어보는데, 어느 순간 이 이야기가 지금의 제 삶과 딱 맞아떨어지더군요.
20대에 영화학교에 있을 때는 위대한 예술가들을 숭배하도록 배워요. 신화처럼 받아들이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그 인물들을 다시 보게 됩니다. 우리가 허용해온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도 함께요. 굉장히 복잡한 인물들이 많거든요.
ㅡ 그 시점이 지금이었다는 말씀이군요?
맞아요. 저는 지금 세 아이의 아버지고, 두 딸이 있어요. 아이들과 “예술가란 뭘까”라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합니다. 젊었을 때는 웃고 넘겼던 일들이 지금은 전혀 다르게 보이죠.
이번 작품은 그 변화를 무겁지 않게, 코미디와 드라마가 섞인 방식으로 다뤄보고 싶었어요. 웃기기 위한 코미디가 아니라,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으로서의 코미디요.
ㅡ 사이먼 페그는 어떻게 합류했나요?
마틴 프리먼과 작업한 적이 있는데, 그가 사이먼이 제 작업 방식에 관심이 많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늘 하던 대로 했어요. 에이전트를 통해 연락하고, 약 8페이지 분량의 이야기 개요와 편지를 보냈죠.
그다음은 대화입니다. 캐릭터에 대한 대화는 배우가 이끌어요. 저는 질문을 던지고, 배우가 답합니다. 그 답이 곧 진실이 돼요. 숙제도 없고, 준비된 설정도 없어요. 그 순간 나온 말이 그대로 영화가 됩니다.
ㅡ 이미 이야기 구조는 있었던 건가요?
엄밀하게 정해진 건 아니에요. 방향만 있는 정도죠. 이 자유로움이 배우들에게 중요해요. 전체 흐름은 보이지만, 어떻게 흘러갈지는 열려 있거든요.
ㅡ 쿠엔틴 타란티노에게는 어떻게 접근했나요?
다른 배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다만, 그에게는 한 번도 제안받지 않았을 방식이었죠.
6일 만에 장편 영화를 찍고, 대사는 없고, ‘스크립트먼트’라고 부르는 30페이지짜리 장면 개요만 가지고 즉흥으로 만들어가는 방식이니까요.
ㅡ 타이밍도 중요했을 것 같아요.
맞아요. 인터뷰를 많이 하던 시기였고, 한 프로젝트를 내려놓은 상태였죠. 뭔가를 돌아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리고 저는 알고 있었어요. 쿠엔틴 타란티노의 첫사랑은 연기였다는 걸요.
그래서 아주 솔직하게 편지를 썼어요. 배우로서의 쿠엔틴 타란티노를 믿는다고요.
ㅡ 첫 미팅은 어땠나요?
솔직히 말하면, 타란티노와 줌 미팅을 앞두고 인생 최악의 치통을 앓았어요. 나중에 치과에서 긴장 때문에 생긴 통증이라는 말을 들었죠.
줌이 연결되고, 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간 느낌이었어요. 영화 이야기, 제 인생 이야기, 전혀 상관없는 얘기까지 다 나눴죠.
그가 캐릭터 이야기를 꺼냈을 때 제가 “그건 다음 대화에서 하죠”라고 말했는데, 끊고 나서 후회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그 말이 좋았다고 하더군요. ‘아, 이 사람은 나를 연출하겠구나’ 하고요. 이틀 뒤에 합류가 결정됐습니다.
ㅡ 타란티노와의 캐릭터 작업은 어땠나요?
시간 순서나 설명보다는 감각에 집중했어요.
어릴 때 부엌은 어땠는지, 냉장고에서 뭘 집어 먹는지, 집 외관은 어떤 느낌인지 같은 것들이요.
어느 날 그는 캐릭터가 손목에 깁스를 해야 한다고 했어요. 실제로 깁스를 하고 촬영장에 왔죠. 무언가를 ‘짐처럼 짊어지고 있다’는 상징이었어요. 영화가 끝날 즈음엔 그게 필요 없어집니다. 설명은 하지 않았어요. 그냥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죠.
ㅡ 6일 촬영은 어떻게 가능했나요?
단일 카메라로 촬영합니다. 하루에 찍을 장면은 정해두지만, 중요한 장면이 나오면 거기에 머물고, 흐름이 안 맞으면 과감히 넘어가요.
테이크 대신 ‘패스’라고 부르는데, 보통 네다섯 번 정도 합니다. 배우들은 언제 클로즈업이 들어오는지도 몰라요. 항상 집중해야 하죠. 굉장히 평등한 방식입니다.
ㅡ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여름 캠프 같았어요. 모두 같이 아침을 먹고, 특별 대우도 없었어요.
드빌이라는 도시가 시즌 끝 무렵이라 조용했는데, 마치 거대한 세트장 같았죠. 정말 마법 같은 시간들이었어요.
ㅡ 타란티노를 연출하는 데 부담은 없었나요?
오히려 제가 연출할 용기가 있었느냐의 문제였죠. 그는 연출받기 위해 온 사람이었어요.
즉흥 영화에서 연출은 지시가 아니라 대화입니다. 그는 호기심이 많고, 협업을 즐기고, 배우를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ㅡ 배우로서의 평가는요?
탁월합니다. 타고난 배우예요. 이 영화가 그걸 보여줄 수 있어서 자랑스럽습니다.
ㅡ 이게 그의 새로운 연기 챕터가 될 수도 있을까요?
충분히요. 어쩌면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했을지도 모르죠.
ㅡ 현재 편집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총 러닝타임은 36시간 정도예요. 편집은 다큐멘터리처럼 진행돼요. 여기서 다시 영화를 쓰는 거죠. 최종본은 85~90분쯤 될 거예요.
ㅡ 다음으로 함께하고 싶은 배우가 있다면요?
마틴 스코세이지요. 연기를 하고 싶은 감독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프랑수아 트뤼포도 훌륭한 배우였잖아요. 우리 모두 장면 안에 있고 싶어 합니다. 그 순간에 함께 있고 싶거든요. 다음이 누가 될지는 저도 몰라요. 항상 예상 밖의 사람이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