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럭, 해브 펀, 돈 다이] 제레미 잔스 리뷰
볼드모트
내 댓글창에서 왜 이 영화를 추천했는지 이제 알겠어요. 여러분은 제 취향을 아시잖아요. 이 영화, 바로 그 취향을 저격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굿 럭, 해브 펀, 돈 다이]는 매튜 로빈슨이 각본을 쓰고, 고어 버빈스키가 연출했습니다. 고어 버빈스키는 평생 여러 편의 영화를 연출했지만, 그냥 이렇게 말해도 될 것 같아요. ‘원조 [캐리비안의 해적] 3부작 감독.’ 끝. 그리고 이번에는 사회적으로, 기술적으로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경고하는, 냉소적이고 기묘한 타임루프 다크 코미디를 들고 왔습니다. 확실히 [블랙 미러]풍이에요.
영화는 한 식당에서 시작합니다. 샘 록웰이 마치 [12 몽키즈] 촬영장에서 막 튀어나온 사람처럼 들이닥치죠. 몇 주 사이에 제가 [12 몽키즈]를 두 번이나 언급했네요. 뭐 어쩌겠어요. 는 그 특유의 지저분한 미래형 아날로그 기술 묘사에 있어서 정말 독보적이거든요.
그가 하는 일은 이겁니다. 사람들을 모아서, 미래를 구하기 위한,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정에 나서려 합니다. AI로부터 미래를 구하기 위해서요.
식당을 돌아다니며 그는 독백합니다. 기술이 인간을 망쳐놨다고. 사람들은 VR이든 휴대폰이든 화면에 얼굴을 박고 있고, 서로 대화도 안 한다고요. 완전 ‘꼰대 에너지’가 화면을 때리듯 나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말이 너무 멀쩡하게 들려요.
일단 샘 록웰부터 얘기해보죠. 이 사람은 전설입니다. 어떤 영화에 나오든 씬스틸러예요. [닌자 거북이] 시절부터 지금까지 매번 화면을 씹어 먹습니다. 여기서는 [사랑의 블랙홀]식으로 같은 일을 수도 없이 반복해온 괴짜 시간 여행자를 연기해요.
다만 이 영화는 [사랑의 블랙홀]처럼 반복 구조를 그대로 보여주진 않습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처럼 같은 사건을 계속 보여주는 공식도 아니고요. 물론 ‘사랑의 블랙홀 같은 장면’은 있어요. 그는 여전히 괴짜고, 사람들에게 “넌 이거 좋아하지? 자, 증거야. 나랑 가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건, 실제로 [사랑의 블랙홀]에서도 필 코너스가 식당을 돌며 사람들의 정보를 읊어주는 장면이 있죠. 여기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데, 한 남자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사랑의 블랙홀]죠.”
와, 영리하더라고요. 대놓고 제4의 벽을 직접 부수지 않으면서도 영리하게 비트는 연출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너희도 이 설정 알지? 우린 그냥 마지막 회차부터 시작하자"라고 말하는 느낌이랄까요.
하지만 이게 샘 록웰의 원맨쇼는 아닙니다. 영화는 그걸 꽤 잘 해냈어요. 익숙한 배우들이 몇 명 나옵니다. 대단한 깜짝 카메오는 아니에요. 사무엘 L. 잭슨이 튀어나오는 그런 건 아닙니다. 다만 초반에 이 인물들이 대화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줬다면 “아, 이 사람이 주연이겠구나” 하고 바로 알 수 있었을 정도로 인지도 있는 배우들입니다.
그런데 영화는 그걸 바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그가 팀을 꾸리고, 비디오게임처럼 ‘파티’를 완성한 뒤에야 “어? 저 배우도 나오네? 저 사람도?” 하게 되죠. 그래서 이름은 일부러 말 안 하겠습니다. 그 부분은 깜짝 놀랄 요소로 남겨두는 게 좋아요.
이 영화는 분명 AI에 대한 경고입니다. 그 점이 좋았어요. 솔직히 할리우드가 “사실 AI는 착하고 인간이 나쁜 거야” 같은 분위기를 풍길 때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거든요.
영화는 각 캐릭터의 과거사를 교차로 보여주는 구조를 씁니다. 마치 드라마 [로스트]가 매 회차 다른 인물의 플래시백을 보여주던 것처럼요. 한 영화 안에서 여러 인물의 배경을 그렇게 풀어냅니다.
그리고 생각보다 코미디가 꽤 어둡습니다. 학교 총격 사건을 혀를 찌르는 식으로 다루는 장면도 있어요. 예를 들면, 한 교사가 경보음을 듣고 “저게 뭐지?”라고 묻자, 다른 사람이 “또 학교 총격이겠지”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식입니다. 웃기게 처리되지만, 동시에 비극적인 진실에 사람들이 얼마나 무뎌졌는지를 코미디를 통해 날카롭게 꼬집습니다.
중반쯤 가면 영화가 이것저것을 한꺼번에 던집니다. “이게 AI 얘기야? 아니면 다른 기술 얘기야?” 싶은 순간도 있어요. 완전히 동떨어진 건 아니지만, 일부 설정은 [블랙 미러]에서 본 적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특히 광고와 구독 등급 시스템이 점점 바뀌어가는 방식은… 솔직히 현실을 생각하면 갈 곳은 거기밖에 없죠. 다시 말해, 코미디로 진실을 말하는 겁니다.
결말의 반전은 영화를 많이 본 분들이라면 500마일 밖에서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예상 가능합니다. 영화가 공개했을 때 저는 “응, 알아.” 했죠. 제가 영화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럴 수도 있고요. 엔딩은 처음엔 좀 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곱씹어볼수록 점점 좋아집니다. 해석의 여지가 있고, 본 사람들끼리 토론하기 좋은 결말이에요. 그런 영화, 좋죠.
어쨌든 이 영화는 정말 미쳤습니다. 재밌고, 강렬하고, 어둡습니다. 기술적으로는 이렇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는 서로 얼마나 단절되어 있는가. 그런 주제를 다룬 첫 작품은 아니지만, 굉장히 흥미롭고 엔터테이닝하게 풀어냅니다. 그리고 그 주제는 해가 갈수록, 달이 갈수록, 심지어 하루가 다르게 더 시의 적절하게 느껴집니다. 감정적으로 울컥하는 장면도 있었어요. 그건 예상 못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영화 중 제 올해 최애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질 작품 같아요. 지금 시점에서도 이렇게까지 마음에 들 줄은 몰랐습니다.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고, 블루레이로 소장할 가치도 있어요.
그리고 핑크 플로이드의 'Dark Side of the Moon' 앨범 커버 오마주, 제작진이 의도한 거 다 압니다. 멋졌어요!



















극찬이네요. 언제 국내 개봉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