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지극히 주관적인 휴민트 프리미어 감상 후기
본론에 앞서 저는 영화를 볼 때 감독의 스타일이나 장르, 소재에 따라 감상의 기준을 바꾸는 편입니다.
스토리텔링으로 승부하는 영화에서는 미장센이나 액션 같은 시각적 임팩트는 덜 고려 하는 편이고, 반대로 비주얼에 공들인 영화에서는 전개에 작위성과 무리수가 느껴지더라도 이후 시각적 임팩트를 제대로 보여주면 '이걸 위해 감수했구나'하고 납득하는 편입니다. (대표적으로 아바타와 존윅 시리즈, 그리고 테넷)
그런 이유로 제가 류승완 감독 작품을 평가할 때는 영화적 완성도 보다는 액션 자체의 완성도를 우선시 하는 편입니다. 스턴트의 합이 거침없으면서도 리드미컬한지, 카메라가 배우의 타격 임팩트를 잘 잡아주는지, 무대와 소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기준으로 감상했고, 때문에 많은 분들이 베테랑2에 실망하셨지만, 저는 작품 속 액션의 완성도가 영화의 결점을 충분히 커버했다고 느껴서 만족했습니다.
굳이 서론을 길게 말한 이유는 그만큼 제가 이번 작품에 크게 실망했다는 것이며, 작품을 재밌게 보고 오신 분들께 상처를 주려는 게 아니라 '이 사람은 작품 기준이 고약하구나'하고 걸러들어 주기를 바래서입니다.
휴민트의 액션은 주인공 둘과 마피아 보스의 격투대결을 빼고는 스턴트 합, 카메라 앵글, 무대 활용 모든 부분에서 평이합니다. 전체적으로 합을 주고 받기 보다는 배우의 타격을 컷단위로 이어 붙인 것에 가까울 정도로 단조롭고 리듬감이 느껴지질 않습니다.
특히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베를린에 비해 주인공들의 포지셔닝(표종성은 근접 교전, 정진수는 원거리 지원)이 명확하지 않으며, 열악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베를린에서는 두 조직의 동맹을 붕괴시킨 후 전투돌입)도 부재합니다. 그냥 처들어가서 주인공 보정으로 싹 다 이기고, 그렇게 철저하게 판을 짜던 메인빌런은 갑자기 멍청해져서 죽음을 앞당깁니다.
게다가 총격전 역시 주인공들의 무기와 사격 모션, 카메라 앵글이 너무 비슷해서 금방 질립니다. 후반 2대1 격투씬에서는 두고 두고 다시 보고 싶을 만큼 임팩트 있는 장면이 나오지만 타이밍이 너무 늦었어요. 그 후에 펼쳐지는 액션들도 전투양상이나 카타르시스에서 앞선 실패를 만회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납득이 안 되니까 영화의 다른 결점들이 더더욱 치명적으로 느껴졌네요. 첩보물 답지 않게 허술함을 남발하는 전개며, 배우 자체의 이미지에 의존하는 개성없는 캐릭터들이며(하필 직전에 브라이드 예고편이 나왔는데 작정하고 캐릭터와 융합한 크리스찬 베일과 조인성, 신세경, 박정민이 너무 비교가 됐습니다), 전개상 전혀 필요 없는 이벤트들까지, 액션 영화에서 이렇게 실망해보는 건 영화 전, 란 이후로 오랜만이었습니다.
물론 2년마다 신작을 내는 게 슬럼프에 안 빠질 수가 없는 스케줄이고, 그런 환경 속에서도 류승완 감독이니까 이 정도 퀄리티(음울하고 낙후된 동구권 도시 묘사, 조명을 이용한 캐릭터 표현)를 뽑은 걸지도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쯤에서 잠깐 휴식기를 가졌으면 하는 바램도 있네요. 적어도 지금의 스케줄을 유지한다면 제작, 각본은 다른 전문가에게 맡기고 연출에만 집중하는 게 나을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라 안타까움이 크게 왔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 영화가 침체에 빠진 게 류승완 감독의 영향을 받고 그를 뛰어넘으려는 신인 감독이 없어서라고 생각해서인지 글이 좀 길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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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격투는 성룡 영화 생각나서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전성기 성룡 영화에 괴인 같은 서양인 빌런이 꽤 나왔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