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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꿈> Variety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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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의 꿈(Train Dreams)’: 숲과 조엘 에저턴의 얼굴 위로 펼쳐지는, 미국 서부 무명 노동자들을 향한 기념비적 오마주

<조키>의 클린트 벤틀리 감독은 데니스 존슨의 중편 소설을 명상적인 모자이크로 옮겨냈다. 떠돌이 노동자의 기쁨과 슬픔을 통해 이 나라를 형성한 청교도적 노동 윤리를 찬양한다.

글: 피터 데브루지(Peter Debruge)

 

조엘 에저턴(Joel Edgerton)처럼 잘생긴 배우가 출연하면, 관객은 보통 얼굴이나 스타성이 돋보이는 아이스 블루 빛 눈동자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기차의 꿈>에서 시선이 머문 곳은 손이었다. 두꺼운 손가락과 뒤틀린 나무뿌리처럼 불거진 마디를 가진 커다란 손말과이다. 그런 손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도끼 한 번 들어본 적 없고 타이어 한 번 갈아본 적 없는 귀하게 자란 배우들이, 수십 년간 탄광에서 일해온 것처럼 우리를 설득하려 드는 영화를 수도 없이 봐왔다. 그러나 에저턴은 '진짜'처럼 느껴진다.

 

호주 출신 에저턴은 나무를 베고 철길을 깔며 미국 캐스케이드 산맥을 길들였던 남성들의 정신을 체현한다. 비가(悲歌)와 찬가 사이 어딘가에 위치한 화려하고도 한 세기에 걸친 대서사시는 클린트 벤틀리가 연출했다. <씽씽>과 <조키>를 탄생시킨 창작 팀의 일원이다(연출을 번갈아 가며 맡는 그렉 퀘다와 공동 집필했다). 작품의 영감은 미국을 건설한 육체 노동자들, 특히 한때 짧은 행복을 일궈냈던 로버트 그레이니어라는 인물에 경의를 표하는 데니스 존슨의 얇지만 강렬한 중편 소설에서 왔다.

 

이름 없는 노동자들의 삶은 어떠했을까? 누구를 사랑했나? 어떻게 죽었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별이나 종말의 혜성을 바라볼 때 어떤 질문을 던졌을까? 이런 관념에 천착하는 영화라면 영화 매체에 철학적, 나아가 영적인 성찰의 자유를 부여한 테런스 맬릭 감독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을 것이다. 맬릭 역시 1916년경의 떠돌이 노동자들의 삶을 고찰한 바 있다. 이제 <기차의 꿈>을 통해 벤틀리는 <천국의 나날들>이 텍사스 팬핸들 지역에 했던 일을 태평양 연안 북서부 지역을 위해 해낸다. 다만 수십 년의 세월을 아우른다는 점이 다르다.

 

그레이니어와 함께 일하는 많은 남자가 여자의 사랑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지만, 그레이니어는 운이 좋은 편이다. 빛나는 존재감을 뽐내는 글래디스(펠리시티 존스)를 만나 결혼하고, 두 사람은 미개척된 개울가에 집을 짓는다. 아버지가 목재를 베러 멀리 떠나 있는 동안 아내는 딸을 키운다. <뉴 월드>의 촬영 감독 엠마누엘 루베즈키를 연상시키듯, 아돌포 벨로소 촬영 감독은 장면들을 '매직 아워'에 촬영했다. 고된 노동 사이사이 그레이니어가 누리는 소박한 가정적 만족의 순간들을 포착해낸 것이다. 목가적인 기억들은 일터에 나가 있을 때나, 수년 뒤 과거를 회상할 때 섬광처럼 되살아난다.

 

맬릭의 영향이 느껴진다고 해서 벤틀리가 그레이니어의 이야기를 들려줄 자신만의 화법을 찾지 못했다는 뜻은 아니다. 때때로 <기차의 꿈>은 파편들이 맞춰지는 방식이 마치 퀼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특정 소리와 이미지가 우리 의식 속에 짧게, 거의 잠재의식적으로 스쳐 지나가며 나중에 다시 울려 퍼진다. 영화의 전반적인 구조는 의미 있는 만남들을 따라간다. 그레이니어가 단 한두 번 마주쳤을 뿐이지만, 말 한마디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결정짓는 인물들이다. "이 세상에 남자가 평화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없나?"라고 으르렁거리는 한 외톨이는 훗날 그레이니어를 기다리는 (제레미아 존슨 같은) 자발적 고립의 심리를 예견한다. 벤틀리는 몇몇 유명 성격 배우들을 단역으로 캐스팅했지만, 에저턴의 투박하고 사실적인 얼굴은 낯선 조연들과 더 잘 어우러진다.

 

여전히 무법지대인 개척지에서 생명은 경고 없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그레이니어는 강도에게 무릎 뒤를 베인 채 죽어가는 남자(<조키>의 스타 클리프턴 콜린스 주니어)를 우연히 발견하며 일찍 깨닫는다. 위험은 일상이다. 나무가 잘못된 방향으로 쓰러져 세 남자를 덮치기도 하고, 백인 노동자들이 곁에서 일하던 '중국인'(알프레드 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리 밑으로 던져버리기도 한다. 군중에 휩쓸려 남자의 다리를 붙잡았던 그레이니어의 마음속에는 마지막 상황의 잔상이 강렬하게 남는다. 기억은 꿈속에서 괴롭히고, 자신이 저주받았다고 믿게 된다.

 

산불이 발생하는 영화의 끔찍한 전개를 달리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벤틀리 감독은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영화가 프리미어 상영되기 불과 몇 주 전, 남부 캘리포니아를 덮친 황폐화를 알 리 없었겠지만, 이러한 자연재해는 인간의 확장 본능만큼이나 미국적 삶의 일부다. <기차의 꿈>은 서부를 길들인 사람들, 즉 수백 년 된 나무 그루터기에 새겨진 틈 사이에서 밖을 응시하던, 골동품 사진 속 1센트 동전 위 링컨의 머리보다도 작게 찍힌 이름 없고 햇볕에 그을린 얼굴들을 찬양하며 역학 관계를 묘사한다.

 

"이집트의 거대한 피라미드는 아니지." 십장이 말한다. 하지만 숲을 개간하고 철도로 도시를 연결하는 것은 수많은 남자가 투입된 대업이었으며, 로마의 수로를 건설하거나 중국의 만리장성을 쌓는 것의 현대적 판본이다. 에저턴은 노동자 중 단 한 명을 구현해내지만, 그렇다고 모든 노동자가 비슷할 것이라 단정 짓게 하지는 않는다. 존슨의 텍스트를 세심하게 인용한 각본은 그레이니어를 개별적인 인간으로 대우하며, 사도 프랭크(폴 슈나이더)나 안 피플스(윌리엄 H. 머시)처럼 눈앞에서 생을 마감하는 다른 인물들과 차별화한다.

 

이 남성들에게 유산(Legacy)은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직장에서 사고로 숨진 여러 동료의 매장지에서, 안(Arn)은 죽은 동료들의 장화를 나무에 못 박는다. 영화 초반에 제시된 이 이미지는 나중에 나무 기둥이 가죽을 감싸며 자랄 만큼 시간이 흐른 뒤의 모습으로 다시 등장한다. 맬릭의 영화들처럼 <기차의 꿈> 역시 수많은 형태로 만들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분명 벤틀리 감독과 편집자 파커 라라미는 추상적인 시적 허용과 서사적인 스토리텔링 사이에서 관객을 너무 울리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해 여러 시도를 했을 것이다.

 

브라이스 데스너의 현악 스코어와 윌 패튼의 설득력 있고 소박한 내레이션이 영화 전반에 걸쳐 큰 힘을 보탠다(윌 패튼은 오디오북 낭독자이기도 하며, 여기서 핵심적인 순간에 존슨의 문장들을 반복한다). 일부 순수주의자들은 보이스오버를 미진한 연출의 보조 도구로 여기기도 하지만, 올바르게 사용된 훌륭한 예시다. 에저턴의 거의 말 없는 연기와 숨 막히는 촬영만으로는 도달할 수 없었을 깊이를 더해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캐릭터에 얼굴(과 그 거대한 손)을 부여하고 그레이니어가 살고 일했던 장소들의 영상을 입힘으로써, 벤틀리의 영화는 원작 소설에 중요한 한 가지 개선을 이뤄냈다. 바로 역사가 놓쳐버린 이 소박한 기념비에 시각적 차원을 부여하여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이다.

 

https://variety.com/2025/film/reviews/train-dreams-review-joel-edgerton-1236286337/

MJ MJ
12 Lv. 13938/15210P

https://blog.naver.com/mongolemong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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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J 작성자

저도 테렌스 멜릭 생각났는데 리뷰에서 잘 말해주고 있네요 보이스오버도 훌륭하고 모든 게 처연하고도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21:45
26.01.24.
profile image 2등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를만하네요
22:02
26.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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