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단평] 시라트 후기 - 시라트라는 단어에 끼워 맞춘 영화
2026년 새해 첫 영화로서 시라트를 보고 왔습니다. 사실 별 관심이 없는 영화였는데 각종 SNS에서는 서브스턴스와 같은 급의 충격이었다부터 시작해서 영화 평론가들이 극찬을 한 영화라고 하며 평론가들의 별점을 공개하는 통에 호기심이 동하여 한번 보게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불호에 가까운 영화입니다. 서브스턴스와 같은 자극적인 강렬함과 충격을 기대하면 안 될 것 같으며, 평론가들의 평은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영화의 극적 구성과 영상미가 돋보이기는 했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이 개인적인으로 갖고 있는 삶의 철학과 이 영화에서 느낀 주제가 서로 상반될 경우 실망감을 가질 수 있다고 보이네요.
영화를 다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시라트라는 제목에 끼워 맞춰 만든 작위적인 영화라는 점 이었습니다. 시라트의 의미는 천국과 지옥을 잇는 다리로 이는 머리카락보다 가늘고 칼날보다 날카롭다 합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극의 전체적인 흐름에 있어서 주인공과 그 외 트럭에 탄 사람들이 아슬아슬하면서도 험준한 외길 도로를 건너거나 사막을 질주하며 겪는 이야기들을 보았을 때 그 의미가 어렴풋이 다가오기는 하였으나, 구체적인 연출에 있어서, 특히 후반부는 너무나도 작위적으로 끼워맞춘 듯하여 실망감을 거둘 수가 없었네요. 잘 만든 영화에 걸맞는 영화 제목을 붙인 게 아닌, 시라트라는 단어가 있어 이 단어에 맞는 영화를 끼워 넣었다고 느껴졌다는 것입니다.
장치적인 측면에서 음악이 왜 필요한지도 의문이 들긴합니다. 강렬한 클럽음악을 마케팅 소재로 삼았지만 그게 어쨌다는 건지 크게 와 닿지가 않습니다. 그냥 담백하게 잃어버린 딸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타인에게 도움 받는 그러한 서사를 담담하게 그리며 등장인물들 간의 상호작용을 그리며 시라트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를 곱씹을 수 있게끔 다가갔다면 더 울림이 있었을 것 같은데, 굳이 클럽 댄스음악으로 영화를 전체적으로 점철시켜 놓은 이유는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설령 음악을 (제 알량한 이해력으로는) 후반부의 지뢰밭 장면 도입 직전에 극적인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장치로서 사용하기 위해 깔아 놓은 장치라 할지라도, 후반부의 지뢰밭 장면을 매우 작위적으로 본 제 입장에서는 그렇기에 음악마저도 작위적인 장치라고 밖에 생각이 안 드네요.
후반부 지뢰밭은 영화의 제목과 주제적인 측면에서도 많이 아쉬움을 남깁니다. 영화의 절정인 후반부, 시라트라는 의미를 함축할 수 있는 지뢰밭 탈출 장면에서의 삶과 죽음이 곧 천국과 지옥이라면 이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인지 명확하지가 않았습니다. 인물에 대한 서사라도 깊이 쌓은 후에 이러한 장면이 나왔다면 모르겠으나 인물에 대한 서사가 깊지 않아 각 인물들에 대한 특성이 희미했기 때문에 종국적으로 살아남은 이들은 그냥 '운' 덕에 살아남은 것처럼 비춰집니다.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루이스는 지뢰밭을 통과해 안전지대에 도착했지만, 루이스가 남긴 발자국을 따라간 비기는 지뢰를 밟아 폭사해 죽었다는 점은 천국(삶)과 지옥(죽음)을 구분하는 경계가 그럼 도대체 무엇이냐라는 의문을 갖게 함과 동시에 그 구분은 결국 '운'에 불과하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만들었습니다. 루이스의 아들이 낭떨어지에서 떨어 죽는 것도 결국 원인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그저 차 안에서 강아지와 놀다가 차의 핸드브레이크가 풀려 죽었다는 정도로 암시하는 것 이 역시 '운'이라는 요소 때문에 삶과 죽음이 결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도 사필귀정과 인과응보라는 오래된 철학을 믿는 편입니다. 물론 온갖 악인들이 벌인 일과 그에 대한 응분의 댓가가 내가 살아 있는 생전에는 치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만 언젠가는 되리라 믿는 편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아쉬운 영화라고 느껴졌습니다. 시라트라는 단어가 가진 천국과 지옥을 구분하는 날카로운 경계라는 건 함축적인 의미로 동서양을 대표할 수 있는 종교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인과응보라는 철학을 함축했다고 봅니다. 결국 특정한 사람이 만약 죽었을 때 어딘가에서 심판을 받게 된다면 당신이 살아 온 삶을 평가하는 잣대가 엄중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후반부의 지뢰밭 장면은 이 단어가 가진 무거움이 제대로 표현된 영화가 아닌 그저 지뢰밭에서 삶과 죽음이 지뢰찾기 마냥 운에 달린 것 처럼 묘사된 껍데기만이 표현되었다고 생각되는 영화네요.
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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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 쉽지 않은 영화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후기 잘봤습니다.호불호가 상당한 것 같습니다.
전쟁 만큼 삶과 죽음의 경계가 찰나의 차이로 나뉘는 경우가 드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