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시즌 2 최종 리뷰 : 3R 발표 후 ~ 결승전까지 (약스포)
조윤빈
※ 블로그에서 먼저 쓴 글이라 경어체가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
점입가경이었다..
보면 볼수록 더 재밌고 다음 편이, 다음 미션이 더 궁금해졌다.
볼거리 과잉인 시대 속에 억지 기적, 억지 감동, 억지 훈계 등으로 고갈돼있던 나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시리즈였다.
미식가들에겐 입 맛을, 시청자들에겐 보는 맛을 되살려준 그런 시리즈 아니었나 싶다.
지난 중간 리뷰와 마찬가지로 라운드별 리뷰와 전반적인 리뷰를 적어보고자 한다.

흑수저 패자부활전 : 라스트 박스
단 2명만 올라갈 수 있었다. 지난 시즌 1에서 재료의 방 : 편의점 라운드에서 10명 중 3명이 추가생존할 수 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9명 중 2명이 올라갈 수 있었다. 즉 생존확률이 30%에서 22.2%로 낮아진 것이다. 이 때문인지 참가자들의 당혹스러운 반응도 고스란히 전달받을 수 있었다.
또한 간접광고도 말끔히 없어진 개선점이 있었다. 지난 1때 편의점 라운드는 어쩌면 FnB와 유통 사업계가 판을 깔아주고 실력파 셰프들이 이용당하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물론 셰프들의 창의력을 뽑아내기 위한 장치인 것도 분명했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창의성을 유도할 필요는 없어보였다. 그러나 시즌 2에서는 제품 대신 재료가 돋보였던 라운드였다. 셰프들은 더더욱 자신의 요리 기량을 자유롭게 뽐낼 수 있었다. (이 밑에 아주 은밀한~) 기성품 대신 원자재를 쥐어주면서 때 창작자의 예술가적 욕구를 끌어올려 시리즈가 한 층 고품격이 되었다. 마치 원래는 상업적 흥행을 위해 만든 시리즈가 아니었다고 항변하는 듯 했다. 제작진이 기민하게 대중의 지난 반응을 잘 캐치하여 개선했다고도 볼 수 있다.
4R - TOP 7 결정전 1차 : 흑백 연합전, 2차 : 일대일 사생전
이 시리즈 중 가장 백미인 Rule이었다. 처음엔 2인 1조로 팀끼리 경쟁하다가 1위를 못한 나머지 팀은 같은 팀원끼리 사생전을 짓는 룰이었다. 재료는 1차전에서 썼던 그대로. 정말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던 라운드였다. 나에게는 일종의 서술 트릭 같은 것에 보기좋게 당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역으로 참가자들의 감정은 어땠을까? 이입하게 되기도 했다. 이것은 2R의 일대일 심사룰을 변칙 응용한 아주 훌륭한 룰이라고 생각되었다. 두 심사위원이 안대를 쓰느냐 마느냐의 차이일 뿐, 요리를 하는 입장에서 두 심사위원의 선택을 받는 건 동일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예측불허의 상황이 이어질 수 있었고, 참가자들에겐 심사받는 순간 더욱 긴장감이 주입되었을 것이다.
시즌 1의 연합 레스토랑전에 비해서 훨씬 나은 건 당연하다.
세미파이널 - TOP 2 결정전 : 무한 요리 천국과 무한 요리 지옥
클리셰는 비틀고, 전통은 지킨 라운드라고 생각들었다. 지옥에서 천국이 추가되었다. 먼저 천국 라운드에서 아주 다양한 식재료와 180분이라는 넉넉한 시간, 하고 싶은 메뉴 제한 없음 등을 통해 그야말로 참가자들의 개성을 가감없이 전달시켜주는 라운드였다. 여러 한식 메뉴를 소개하고 싶은 분, 한 메뉴에만 꿋꿋이 올인 하는 분, 화려한 테크닉을 자랑하는 분 등 참가자들의 진면목이 드러났다.
나는 시즌 1 세미 파이널 때 인생을 요리하라는 것이 사실 조금은 식상한 면도 있다고 생각했다. 물론 참가자들의 훌륭한 요리 실력과 진심 어린 사연은 빛이 났지만 진행방식에 있어서는 인생 요리? 이건 좀 단면적인 느낌이 없잖아 있었다. 아무리 요리에 의미를 크게 불어 넣어봤자 인생에 비하면 약한 존재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요리로 인생을 평가하는 듯한 무지의 폭력성도 있는 것 같았고. 아니면 결승전에 쓰여야할 레퍼토리가 벌써 나온 것 아닌가 싶기도 했다(시즌 1의 결승전 주제는 '이름을 건 요리'). 그러나 시즌 2는 역시 달랐다.
무한 요리 지옥에서는 두부에 이어 당근이 올라왔다. 역시 여러 메뉴의 메인 식재료로 쓰이는 재료는 아니었다. 앞으로 차기 시즌의 세미파이널 2차전은 무한 요리 지옥으로 굳어지는건가 싶은 걱정도 있다. 그러나 시즌 3든 4든 무한 요리 지옥은 기발함을 보여주는 장치로써 아주 힘있는 전통적인 라운드로 고착될 것이다.
파이널
이번 파이널의 주제는 나를 위한 요리였다. 의사가 제 병 못 돌보고, 미용사가 제 머리 못 돌보듯 요리사도 자신을 위한 요리를 하는 게 낯선 모양이었다. 이번에도 심사위원 만장일치 룰로 끝장전이 예고되었으나 다행히(?) 첫 판만에 만장일치가 나왔다(이거 귀에 뭐 꼽은 걸로 제작진과 서로 통신한 거 아녀?!).
라스트 2명의 셰프 모두 주제에 걸맞고, 실력이 뛰어난 요리를 선보여주었다. 이번에는 마르크스식 계급 투쟁론이 아닌 선역과 악역의 대결과도 같은 느낌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왔다. 흑(黑)은 흙이 아닌 강하고 위협적인 존재같은 느낌을 주었고, 백(白)은 우월함이 아닌 탁월함을 가진 존재의 느낌을 주는 색깔론이었다.
정말 뛰어난 요리와 삶, 원칙을 선보여주신 두 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전반적인 호평점
일단 출연진들의 취사선택이 눈부신 장점으로 다가왔다. 시즌 2에서도 개그·허세·빌런 캐릭터, 일찍이 유명한 분들 등 흥미를 돋울만한 요소가 많아 보였다. 하지만 시즌 1 후에 불거진 각종 논란 등을 받아들이고 분량에 쓸 인물들을 정말 과감히 잘 가려내었다는 느낌을 톡톡히 받았다. 1R 초반부터 개인 과시, 업장 홍보 등의 부차적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보기 시원하게 짧은 Cut으로 편집하거나, 아예 빼버리는 등 미니멀리즘적이고, 대결이란 목적에 부합하는 깔끔한 편집이 돋보였다.
시즌 1이지원과 간접광고같은 상업적 압박에 얽매여 있던 것 같은 불편함이 시즌 2에서는 말끔히 사라진 것 같았다. 파이널에서 나를 위한 요리가 주제였던 것처럼, 어쩌면 시즌 2는 경영진이 아닌 제작진을 위한 시즌을 주제로 삼은 것이 아닌가 싶었다. 편의점 상품광고, 유튜버 홍보판이었던 시즌 1과 달리 본질에 더욱 집중한 경쟁Rule을 마련한 것이 시리즈의 고품격화를 이뤄낸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이 시리즈를 예능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나는 휴먼 다큐멘터리에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인물별 캐릭터를 잘 전달한 편집이 그것이다. 기존 방송 프로그램 같았으면 기-승-전-결이 정해지고, 실력 보다는 흥미 위주의 편집이 시청자들을 속이고 불편하게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시리즈에선 경쟁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캐릭터를 잘 돋보여주었다. 요리괴물 님의 거칠고 호전적인 모습, 술 빚는 윤주모 님의 겸손하고 연민가는 모습, 임성근 님의 야성적인 모습, 천상현 님의 겸손한 모습, 손종원 님의 완벽주의적인 모습 등이 아주 잘 보였다. 중간 리뷰 때 나는 유머나 힐링 요소가 부족하다고 말을 했었는데, 이는 이제 보기 좋게 틀린 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는 앞으로 타 프로그램에서도 활약할 캐릭터를 배출하거나 요식업의 활황 등의 긍정적인 효과로도 이어질 것이다.
기존 다른 요리 프로그램에 비해 참가자들의 자유도가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막대한 자본을 들이부어 만든 세트장, 인테리어, 식재료 등은 모두 요리사를 위한 것이었다. 마셰코와 비교하면, 파채 일정하게 썰기, 탈락자가 발생하지 않는 미션, 항상 화나 있어 불편함을 주는 심사위원 등은 나같이 다큐를 좋아하는 남성 시청자로 하여금 위화감과 거리감을 주게 하였고 보지 않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또한 한식대첩은 장르가 한식으로 딱 국한되어 있었고, 외국 원조 프로그램은 일단 접근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Netflix의 흑백요리사는 나같은 보통 시청자들에게 굉장히 소중하다. 다른 시청자분들도 Olive 채널에서 정규 방송을 하는 것이 아닌 넷플릭스로 언제든 편안히 시청함으로써 시청자들도 높은 자유도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전반적인 아쉬운점
뻔해진 편집이 좀 드러나는 것 같았다. 시즌 초반에 한정하여 누가 붙을지 기시감이 생겼다고 해야 하나? 1R 때에는 합격할 것 같은 인물들에게 분량과 포커스의 비중이 들어가고, 소개나 서사도 들어가면 '아 이 사람은 생존했구나' 싶은 예감이 거의 다 들어 맞았다 (신계숙 교수 빼고). 이건 사실 선택과 집중을 너무나도 잘한 양날의 검같이 따라오는 단점이라고 생각하며 크게 불편하게는 느껴지지 않는다.
요리 장르에 따른 편견이 좀 생기는 것 같다. 파인 다이닝은 무조건 우승 후보이고, 일식과 양식은 강자, 한식과 중식은 중약, 서민적이고 흔한 메뉴는 어드밴티지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물론 참가자분들을 폄하할 의도가 전혀 아니다. 다만 결과론적인 이야기이다. 그리고 휴먼 다큐와 같은 편집점도 그랬고. 또한 계량에 대한 태도나 테크닉, 파인 다이닝에서 쓰는 용어들이 좀 더 고급스러워 보이기 때문도 있다(레이어를 쌓고, 가니쉬를 어쩌고, 브레이즈는 뭐고, 포칭은 또 뭐꼬…). 물론 차별화된 고품격 요리경쟁 프로그램에서 나에게 귀책사유가 있겠지만, 용어에 대한 짤막한 설명 대신 좀 더 친절한 애프터서비스 같은 시청 보조적 수단을 마련해주었으면 좋겠다(유튜브로 용어를 설명한다든지 뭐 이런 거).
이번에는 작품 자체가 아닌 작품과 외부가 소통하는 사이에서의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시즌 1에서 논란이 되었던 인물들을 시즌 2에서는 전면적으로 차단하려는 시도가 좋았다. 그러나 이번엔 새로운 문제가 등장하였다. 중대 스포일러에 따라 결승전에서의 긴장감이 반감되었다. 편집을 해이하게 한 것인지 흑수저 요리괴물의 이름 '이하성'을 단 명찰이 결승전 전(前)에 노출됨에 따라 스포 논란이 되었고 이는 점차 사실에 맞아들어갔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아주 단순한 문제였다. 촬영 후 인터뷰의 순서를 엄격히 지켰거나, 검수 때 철두철미하였으면 되었다. 마늘을 빼서 탈락하게 되는 것과 같이 사소하지만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요인이었다.
백종원 대표 혼자 수혜를 못보는 듯한 위화감도 문제다. 내가 백종원의 '편'을 드는 얘기가 아니다. 그러나 엄연히 같은 심사위원을 지낸 안성재 셰프가 꾸준히 화제성을 받고 있는 것에 반해 백종원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여전히 차가운 것은 사실이며 차기 시즌 제작의 방향에도 어려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 시즌을 보면서 심사자체는 깔끔히 하셨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아무리 방대한 요리 지식과 데이터를 기반으로한 전문적 심사를 한다고 해도 그에게 닥친 법적·상도덕적 리스크란 대중인식간의 간극을 메꾸는 것은 분명히 아직도 남은 과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제작진과 백종원 대표와의 관계성도 약간 우려스럽다. 제작진은 백종원의 영향력을 받고 있는 듯한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흑백2 마저도 백종원 부활을 위한 거 아니냐는 사적 활용 논란이 추후 생기지 않을까 싶다. 제작진 대표가 백종원과 유착관계다, 촬영한 레시피를 백종원에게 전달할 수도 있다 등 이런 음모론적인 얘기도 나돌 수 있을 것이다.
마무리
하지만 작품 자체만을 놓고 보면 정말 한 층 더 발전해서 돌아온 시리즈인 것은 분명하다.
어쨌든 나는 이번 시즌 2는, 더 발전되어 돌아온 시리즈라고 말하고 싶다.
시즌 2 시청 중에 난 이런 생각을 했다.
기성 방송국에선 이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까?
출처 : 조윤빈의 뇌세포
자문자답하길, '없다'고 결정 내렸다.
이젠 연말에 누가 대상 받았냐보다, 누가 흑백요리사 우승했냐가 더 궁금해졌으니 말이다.
조윤빈
추천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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