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우드 키드의 생애>를 보고 나서 (스포 O, 추천) - 정지영 감독 작품
톰행크스
학창 시절, 할리우드 영화에 빠졌던 학생들은 그 영화의 제목과 그 영화 속 장면과 그 장면에서의 배우들을 외우면서 그들의 인생이 곧 할리우드였다. 나이가 먹으면서도 놓을 수 없는 할리우드, 마치 목숨을 걸면서 영화를 보러 다니는 느낌이었다. 어른이 되면 영화를 만들고 미국 할리우드에 가서 영화 속에 봤었던 오드리 햅번, 마릴린 먼로 등의 톱스타들을 보는 게 꿈인 학생들에게 절친 한 명의 죽음은 고통과 슬픔만이 자리 잡았다. 시간이 흘러, 나는 영화 감독이 됐고 나랑 절친했고 나보다도 영화에 진심이었던 한 명은 예상과 너무도 다른, 영화랑은 아예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 나는 그에게 영화판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줬지만 적응하지 못 하고 나가 버린다. 그 후에 그 친구는 정신이 이상해지면서 말을 이제 하지 못 한다는 말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왔는데, 그가 나에게 건네는 시나리오를 통해 그 시나리오를 읽고 대단한 시나리오라는 예감이 들면서 영화를 만든다. 결국, 그 영화는 초대박이 나면서 청룡영화상에서 상을 다 쓸어 버린다. 그러나, 내가 영화를 만들면서 뒤늦게 알게 된 건 이 시나리오의 모든 대사들이나 상황들은 우리가 어렸을 때 본 할리우드 영화 속의 대사들과 장면들이었다. 그 친구는 본인의 창의성으로 쓴 시나리오라고 말하지만 그는 여전히 할리우드에 빠져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 맞이한 그 친구의 죽음과 함께 떠다니는 어렸을 적 모았던 할리우드 영화 포스터가 물에 젖은 채 떠다니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한 영화 안에서 고전 할리우드 영화의 제목이나 영화 속 인물이나 배우의 이름이나 유명한 시퀀스들을 볼 수 있는 영화가 또 있을까 싶다. 영화를 좋아한다면 가슴이 끌어오를 만한 순간들이 제법 많았고, 나 역시도 할리우드 영화들을 많이 본 입장에서 커크 더글라스, 알프레드 히치콕, 마릴린 먼로, 그레이스 켈리 등의 영화인들이 언급될 때면 가슴이 뛰었다.
정지영 감독 안에서 독고영재라는 배우와 최민수라는 배우는 대단한 호흡을 보여 줬고, 진지하면서도 묵직한 느낌의 독고영재와 자유분방하고 카리스마 넘치고 불 같은 최민수가 마주할 순간이 오면 영화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고 이들의 연기들을 보는 게 정말 즐거웠다. 여기에 이경영이라는 배우가 더해지면서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즐거움을 줬고, 깜짝 단역으로 젊은 시절 이덕화나 김혜수나 허준호 등을 보는 건 또 즐거운 경험이었다. 어린 시절을 연기했던 아역들 중 많이 본 배우가 있었는데, 홍경인이라는 걸 확인했을 때 반가웠다. 정지영 감독의 과거 영화들이 더 궁금해졌다.
과거 영화를 보러 가는 아이들의 들뜸과 떨림과 즐거움과 행복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서 좋았고, 영화는 그들의 삶 그 자체인 듯한 느낌도 들면서, 수많은 걸려 있는 할리우드 포스터는 그냥 반갑고 거기에 나온 모든 이젠 고전이 돼 버린 고전 영화들이 궁금해졌다.
도중에 최민수가 한국 영화를 비난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때에도 한국 영화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나 보다.
체벌이 당연한 듯이 학생들을 때리는 선생님 혹은 어른들과 화장실이나 식당이나 영화관에서 당연하듯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과 여자에 대한 호기심을 넘어 여자만 보면 성욕이 넘쳐 나고 여자에 미쳐 있는 남자들 등 정말 지금 보면 불편한 것들도 있긴 하지만 그냥 여러 가지로 볼 거리가 다양했다.
나는 지금까지 할리우드 영화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잠시 생각을 해봤다. 아주 어렸을 땐 '러브액츄얼리'나 '노팅 힐'처럼 세상이 재밌고 따뜻하게 느껴졌고 '플립'에 나오는 애들처럼 풋풋한 사랑이나 '스탠 바이 미'의 리버 피닉스처럼 친구들과 놀면서 어떤 모험심을 가지기도 했다가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마음 속으로는 카르페디엠을 외쳤지만 현실은 엔딩 장면에서의 여전히 머리 숙여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처럼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대학교에 가서 '굿 윌 헌팅'만큼은 아니지만 한 교수의 말에 울림을 느끼면서 '꾸뻬씨의 행복여행'에 나오는 사이먼 페그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벤 스틸러처럼 그동안 느끼지 못 했던 것들을 여행과 타인과 새로운 만남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고 그러면서도 '로제타'의 로제타가 현실에서 어려움을 겪듯이 나 역시도 겪었고 '캐스트 어웨이'에 놀랜드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는 것처럼 막막하기도 했지만 '인테리어'의 플린과 조이처럼 슬픔 온전히 느낀 후 다시 '스타더스트 메모리스'의 베이츠를 통해 다시 나아가겠다는 다짐을 하고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지만 '파이트 클럽'에서 잭과 테일러 더든처럼 두 얼굴을 하면서 현실을 맞이하고 있다.
이 영화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줬고, 최고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