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 soup (1933) 가장 웃긴 영화들 중 하나. 마르크스형제의 대표 걸작. 스포일러 있음.


마르크스형제는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못지 않은 거물 코메디언들이다.
그루초 마르크스는 말빨의 극치라고 할 수 있는데, 무슨 1초에 한번씩은 농담을 한다.
따라갈 수가 없다. 잘 들어보면, 부장님 개그가 아니라, 속에 뼈가 있는 굉장히 웃긴 농담을 한다.
찰리 채플린처럼 속에 선의가 깃들여있는 그런 농담이나 버스터 키튼처럼 성실함이 배어있는 그런 농담도 아니다.
악의를 가지고 신랄하게 까는 농담이다. 까여야 하는 사람도 그렇게 욕하고, 안 까여도 되는 선한 사람도
그렇게 욕한다. 자기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다 그렇게 깐다.
하프를 잘 켜는 하포 마르크스, 피아노를 잘 치는 치코 마르크스 - 이렇게 셋이서 메인 멤버다.
아주 잘 생긴 막내가 있는데, 코메디는 전혀 못해서 그냥 병풍으로 서 있는 역할을 했다.
그는 나중에 코메디를 그만두고 발명가로 나서서 성공했다고 한다.
이들의 코메디는 찰리 채플린이나 버스터 키튼 못지 않게 극히 개성적이다.
그루초 마르크스의 그 신랄하고 뼈와 살을 분리해 버리는 듯 잔인한 농담과
하포 마르크스-치코 마르크스의 슬랩스틱 코메디가 결합된다.
하포 마르크스와 치코 마르크스는 그냥 소시민적 슬랩스틱코메디가 아니다.
그것은 체계 붕괴 및 무정부적 무질서 상태의 슬랩스틱이다.
다 때려부수고 다 조롱하고 질서를 파괴해버리고 그런 슬랩스틱이다.
그들의 코메디에는 악의적이고 깊이 있게 가치를 전복시키는 그런 것이 있다.
나는 그들의 코메디를 마음 편히 즐긴 적이 없다. 관객들에게 많은 긴장을 요구한다.
마르크스형제의 코메디를 그 진수만 뽑아보고 싶다 - 답은 분명하다.
이 영화 duck soup 을 보는 것이다. 가장 웃기고 그들의 폭주하는 방식의 코메디가 가장 균형을 이루고 있다.
무대는 유럽의 어느 작은 국가.
돈 많은 미국 어느 미망인이 먹여 살리는 작은 국가다.
어느날 그 미망인이 자기가 총애하는 사람을 수상으로 앉히라고 요구한다.
그 여자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돈으로 연명하는 국가가 어쩔 수 있나? 그런데 그 사람이
정신 나간 미친 짓으로 유명한 그루초 마르크스다.
그는 수상으로 앉자 평소 하던대로 미친 짓을 한다.
옆 나라에서는 이 국가를 집어삼키려고 한다.
그래서 간첩을 파견해서 정탐을 한다. 이들이 하포 마르크스와 치코 마르크스다.
마르크스형제는 이 영화에서 아주 깽판을 부려도 제대로 부린다. 기둥 하나 안 남을 정도로 깽판을 부린다.
법이니 질서니 공공의식이니 하는 것들은 머릿속에 1%도 없는 그루초 마르크스가 정권을 잡자 벌이는
우스꽝스러운 짓부터 시작해서, 그루초 마르크스가 조롱하는 법과 질서,
간첩인 하포 마르크스와 치코 마르크스가 잠입해서 벌이는 이적 행위, 미국 미망인에게 좌우되는
약소국가의 허상, 옆나라 국가의 침략행위 등 -
스토리와 소재 및 주제는 분명 본격 정치영화다. 이것을 정치영화로 만들면, 엄청 살벌하고 잔인하고 비관적인 영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굉장히 웃긴 슬랩스틱 코메디영화다.
슬랩스틱 코메디로 이 정도 규모의 이 정도 사건과 주제를 충만하게 떠받치다니 (완성도 엄청 높다. 대하정치극 수준의 걸작이다.),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못지 않은 대가급 코메디언들이다.


그들의 코메디에는 아주 유명한 장면들이 몇 있다. 거울을 이용한 코메디 장면은 아주 유명하다.
이 장면들도 마음 놓고 웃기에는 뭔가 악의적이고 신경질적인 것이 있다. 예리하고 닿으면 베일 듯한 그런 것 말이다.
하포 마르크스가 간첩행위를 하러 수상관저에 침입했는데, 수상인 그루초 마르크스가 일어나 나온다.
하포 마르크스는 들키지 않기 위해 자기가 거울에 비친 이미지인 것처럼 행동한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는 그루초 마르크스는 어떻게 해서든 이상한 것을 발견해서 범인을 잡으려고 한다.
안 잡히려는 하포 마르크스는 어떻게든 안 잡히려고 그루초 마르크스의 거울 이미지처럼 행동한다.
둘 사이의 팽팽한 긴장이 이 코메디를 탄탄하게 떠받친다.
이것 제대로 보면 무지 웃긴다.





제대로 된 줄거리에 충실하다기보다는, 슬랩 스틱으로 때려부수고 난장판을 만드는 스타일이다.
그러면서도 큰 줄기는 스토리를 따라간다. 가까이서 보면 슬랩스틱 난장판 코메디 - 멀리서 보면 주제에 충실하고 스토리 구성이 탄탄한 코메디다.




마지막 장면은 옆 국가가 쳐들어오는 전쟁으로 끝난다. 그루초 마르크스와 형제들은 전쟁에서 승리한다.
마르크스형제 코메디는 한번 보아야 한다. 스타일이 엄청 유니크하다.
모두 볼 필요는 없다. 영화들을 보다 보면 동어반복적인 면이 좀 있으니까.
코메디 명예의 전당에,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과 함께 나란히 놓일 대가 코메디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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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3등 20년전쯤에 이 영화 찾다가 찾다가 못 찾아서 포기했었는데 다시 한번 찾아봐야 겠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