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수상 당시 린 타로 감독 인터뷰

훌륭한 만화 작품에 수여되는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증정식이 5일에 개최되었으며, 린 타로(84) 감독이 29년 역사상 역대 최고령으로 수상했습니다. 사실 이 분은 만화가가 아니라, '만화의 신' 데즈카 오사무와 함께 일했던 애니메이션 감독입니다. 당시의 추억과 지금도 계속해서 도전하는 원동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데즈카 씨가 설립한 회사 '무시 프로덕션'에서 <철완 아톰>(1963)과 <밀림의 왕자 레오>(1965)를, 그 후에도 <우주해적 캡틴 하록>(1978)과 극장판 <은하철도 999>(1979) 등 수많은 유명 작품에 참여해 온 린 타로 씨.
그런 린 타로 씨가 처음으로 선보인 만화 작품이 바로 <1초 24프레임으로 보는 나의 인생>입니다. 일본의 거대 콘텐츠인 애니메이션이 전후(戦後)에 어떻게 보급되고 발전해 나갔는지를 그린 이야기로, 린 타로 씨의 반생을 모델로 한 자전적 만화입니다.
■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84세 역대 최고령 수상

—— 이번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만화 대상을 역대 최고령으로 수상하시게 되었습니다.
린 타로: 감사합니다. 특별히 최고령을 노린 것도 아니고, 어쩌다 보니 다 그렸을 때의 나이가 그렇게 되었을 뿐입니다. 홍보하기 위한 화젯거리로는 딱 좋겠구나 싶긴 하네요.
—— 자전적 이야기를 그리신 것은 이번이 처음이셨나요?
린 타로: 처음이에요.
—— 직접 그려보니 어떠셨나요?
린 타로: 그려보고 나서 알게 된 건데, 이게 그리 기분 좋은 일은 아니더라고요. 사람들 앞에서 옷을 한 꺼풀씩 벗어서 보여주는 셈이잖아요. 한 장씩 벗어 던지다가도 '아, 여기만큼은 정말 벗기 싫은데' 싶은 부분도 있기 마련인데, 그런 걸 내 안에서 어떻게 조절하며 균형을 잡을지 고민하는 게 참 번거로운 일이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다 쓰고 나니, 내 인생을 다시 한번 즐길 수 있었다는 깊은 감회는 듭니다.

—— 만화를 그리신 목적은 무엇인가요?
린 타로: 목적 같은 건 전혀 없어요. 어쨌든 나의 자전적인 이야기니까, 자서전이라고 해도 나는 애니메이션 일을 주로 해왔으니 당연히 애니메이션의 태동기부터 살아온 시대상이 함께 따라오기 마련이죠. 그래서 그런 대목들을 제대로 그려내고, 그런 것들이 잘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또 하나, 가장 느껴주었으면 하는 점은 지금과는 시대가 달라서 결코 갑갑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전쟁이라는 상황이 있었지만, 자유분방하게, 어떤 의미에서는 마음 가는 대로 해왔거든요. 그 자유분방함 속에서 달려왔다는 사실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바탕에 깔린 부분이니, 그 점을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 <철완 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 데즈카 오사무와 함께한 나날들

린 타로 씨는 1958년 토에이 동화(현 토에이 애니메이션)에 입사하며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1962년에는 데즈카 오사무 씨가 설립한 회사 '무시 프로덕션'에 입사하여, 일본 최초의 30분 TV 애니메이션 시리즈인 <철완 아톰> 제작에 참여했습니다. 그 후로도 데즈카 씨 등과 함께 애니메이션 여명기를 지탱해 온 인물 중 한 명입니다.
—— 린 타로 씨가 보기에 데즈카 오사무 씨는 어떤 분이었나요?
린 타로: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어서 인터뷰 시간이 2시간은 족히 걸릴지도 모르겠는데(웃음). 내가 무시 프로덕션에 들어갔을 무렵, 데즈카 씨는 <철완 아톰>을 연재하고 있던 인기 만화가였죠.
세상 사람들은 그를 '만화의 신'이라고 부르고 다들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확실히 그렇기도 하지만, 나에게 '만화의 신' 같은 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었고, 그저 <철완 아톰>을 만드는 팀의 치프, 즉 우두머리였어요. 나는 그런 느낌으로 데즈카 씨를 대해왔기 때문에 내 안에는 '만화의 신' 같은 이미지는 별로 없고, 그저 '선배님'이라는 느낌입니다.
—— 아주 가까운 존재라는 느낌이군요.
린 타로: 그리고 배울 점이 있었다면 아이디어의 탁월함이죠. 순간적으로 아이디어가 번뜩하며 튀어나와요. 그런 대단함은 '이 사람은 천재구나' 싶을 정도였고, 그런 부분에서 여러 가지를 배웠습니다. "이게 아니라 이렇게 하는 게 좋겠네"라고 말하길래 저도 한마디 거들면, "그렇다면 더 이런 느낌으로 비약해 보자!"라며 순식간에 기어를 갈아끼워요. '만화의 신'이라 불릴 만한 근거가 충분했던 분이었죠.
■ "애니메이션은 거의 보지 않는다" 린 타로 감독의 일의 철학

토에이 동화(현 토에이 애니메이션) 입사부터 현재까지 약 70년. 데즈카 오사무 씨 원작의 영화 <메트로폴리스>(2001)에서는 당시 최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 최근 애니메이션도 보시나요?
린 타로: 거의 안 봅니다. 친구인 오토모 카츠히로라든가 주변 인물들 작품이나, 신카이 마코토 같은 감독들 것은 보지만요. 그 외에는 정말 거의 안 보고, 솔직히 말해서 봐도 나한테 공부가 될 만한 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요. 나는 공부를 그런 데서 하지 않거든요. 회화나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곳에서 배우지, 애니메이션에서 배우는 건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업계에 종사하면서도 안 보고 있다는 게 남들이 보기엔 이해가 안 가겠지만요.
—— 일본 애니메이션에 기대하는 점이 있으신가요?
린 타로: 절반은 있고 절반은 없어요. 기대가 있다는 쪽의 이유를 말하자면, 나는 장편 애니메이션을 계속 만들어 왔는데 나를 좋게 평가해 주는 분들은 내 작품이 전부 '실험'이라고들 해요. 즉, 내 시대에 영상이란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었고, 그 안에서 내가 하려 했던 것은 애니메이션에서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샷을 만드는 법, 영상을 만드는 법이었죠. 매번 그런 것들에 도전해 왔습니다.
장편은 마지막으로 <메트로폴리스>(2001)를 만들었을 때, "이제 내가 할 일은 다 했다"라고 마음먹었어요. 이 이상은 타성으로 만드는 게 가능하겠지만, 타성으로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거든요. 그때만 해도 CG가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을 때인데 억지로 그 CG를 썼었죠. 거기서 나는 일단락 지었고, 지금은 다른 곳에서 이런(VR 애니메이션) 완전히 다른 세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건 내 개인적인 희망사항인데, 지금 애니메이션계의 젊은 친구들이 그 부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AI가 도입되니까 참 힘들겠죠. 나는 AI에 흥미가 아주 많아요. 이걸 과연 잘 길들여서 올라탈 수 있을지 말이죠. AI는 완벽하잖아요. 그런데 완벽한 것에 의존해서 만들면 재미가 없어요. 대단한 건 만들어지겠지만 나는 전혀 흥미가 없습니다. 그놈을 길들여 올라타든지, 아니면 AI가 이상해질 정도로, 미친 듯이 AI를 파고들어서 무언가를 해낸다면 새로운 것이 나올지도 모르죠.
■ 현재는 VR로 애니메이션 제작, 계속해서 도전하는 이유

현재는 일본과 프랑스의 합작 애니메이션을 VR을 이용해 제작하고 있다는 린 타로 씨.
—— 항상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린 타로: 한마디로 말해줄까요? 하나를 하고 나면 금방 질려버려요. 그 금방 질리는 성격이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겁니다. 이(VR 애니메이션) 작업도 그런 맥락이에요. 애니메이션 장편으로서는 나 스스로 (<메트로폴리스>에서)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의미에서 성취감도 있었고요. 그 연장선상의 작업을 또 하고 싶지는 않거든요. 뭔가 전혀 다른 것을 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 가상현실(VR), 이쪽으로 가게 된 거죠. 이게 또 해보니까 엄청나게 재미있거든요.
https://news.ntv.co.jp/category/culture/4079a3e8a6b441d98574374d9e06c58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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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익장의 비결은 꾸준히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그나저나 AI가 이상해질 정도로 파고들다니 테즈카씨가 살아있었으면 진짜 저질렀을지도 모르겠네요(...)


















와.. 고령에 대단하시네요.
과거의 애니 거장들은 영화나 문학 등 타 매체를 공부하고 애니를 발전시켜 왔는데, 요즘 애니 감독들은 애니만 봐서 한계가 있다.. 그런 얘기가 들리긴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