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크 리 × 라이언 쿠글러, 영화관을 믿는다는 것 그리고 위험을 감수하는 연출
카란

스파이크 리와 라이언 쿠글러는 각자의 최신작을 계기로, 영화를 극장에서 본다는 경험의 의미와 창작자로서 감수해온 위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두 감독은 영화 산업의 현실적인 조건, 배우와의 신뢰 관계, 그리고 왜 여전히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믿는지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주고받았다.
스파이크 리:
전화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라이언 쿠글러:
LA에 있는 아이맥스 본사에서 최종 프린트를 확인하고 있었어요. 모든 게 제대로 보이는지 마지막 점검이었죠.
스파이크 리:
역시 완벽해! (웃음)
라이언 쿠글러:
제가 영화를 보기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걸 이렇게 우리끼리만 보는 건 낭비다.’ 솔직히 말하면, 그쯤 되면 영화에 좀 질려 있잖아요.
스파이크 리:
스튜디오가 큰 실수한 거예요. 말해요!
(머리를 뒤로 젖히며 크게 웃는다)
라이언 쿠글러:
그래서 꼭 이 영화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제 영화에는 정말 많은 영감이 들어가 있는데, 그중 상당수가 당신 영화에서 온 거거든요. 그냥 혹시나 해서 ‘지금 LA에 계실지도?’ 싶어서 전화를 드렸죠. 그랬더니 마침 계신다고 하시더라고요.
스파이크 리:
그게 바로 영적인 거죠. 보통 저는 LA에 잠깐 왔다가 바로 떠나요. JFK에서 새벽 비행기 타고 와서 일 보고, 밤에 다시 레드아이로 돌아가는 식이죠.
라이언 쿠글러:
첫마디가 “나 옆에 앉히지 마라”였어요.
스파이크 리:
경고였죠. (웃음)
영화 보는데,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코트사이드에 앉아서 셀틱스를 두들겨 패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막 벌떡벌떡 일어나고 난리였어요. 그 초현실적인 음악 몽타주가 나오는 순간에는, 완전히 정신을 놓았죠.
라이언 쿠글러:
존경하는 분께 영화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게 정말 꿈 같은 순간이었어요. 당신 영화들이 제 인생에 끼친 영향이 정말 크거든요. <천국과 지옥>을 보면서도 같은 감정을 느꼈어요.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왜 구로사와였어요?
스파이크 리:
영화 학교의 가장 큰 선물 중 하나가 세계 영화를 접하게 해준 거였어요. 그때 <라쇼몽>을 봤고, 그게 <당신보다 그것이 좋아>의 출발점이었죠. 하나의 사건을 여러 시점에서 바라보는 방식 말이에요.
시간이 훌쩍 지나서 어느 날 전화가 왔는데, 덴젤이었어요. “스파이크, 각본 하나 보낼게”
다음 날 페덱스 트럭 오는 걸 기다리고 있었죠.
라이언 쿠글러:
기사님이 내리기도 전에 달려가셨겠네요.
스파이크 리:
“당장 내놔요!” (택배를 잡아채는 시늉)
근데 사실, 전화 끊기도 전에 이미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덴젤이 전화했다는 것 자체가 이유였죠. 그는 제가 뭘 잘하는지 아니까요. 나중에 기자들이 알려주더라고요. <인사이드 맨> 이후로 20년 만의 작업이었다고요.
라이언 쿠글러:
어제 일처럼 느껴져요. 두 분은 늘 같은 궤도에 있는 느낌이에요.
스파이크 리:
우리가 맨날 붙어 다니는 건 아니에요. 매 순간 얼굴을 들이밀지 않아도 좋은 관계는 유지될 수 있죠. 사랑과 신뢰라는 토대만 있으면, 그 위에는 뭐든 쌓을 수 있어요.
그래서 덴젤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제목은 <천국과 지옥>이어야 하고, 리메이크가 아니라 재해석이어야 한다”
라이언 쿠글러:
재해석과 리메이크의 차이는 뭐예요?
스파이크 리:
원작은 전후 일본이 배경이고, 이번 영화는 현재의 뉴욕이에요. 미후네 토시로가 연기한 인물은 공장 사장이었지만, 여기서는 음악 업계 거물이죠. 베리 골디 같은 인물이랄까요. 음악은 제 세계니까요.
다만 유지한 건 하나예요. 도덕성. 돈 앞에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친구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덴젤 캐릭터가 말하잖아요. “모든 돈이 다 좋은 돈은 아니다”
스파이크 리:
그럼 제가 하나 물어볼게요. <씨너스: 죄인들>은 여러 스튜디오에서 거절당했다고 들었어요. 뭐가 그렇게 문제였어요?
라이언 쿠글러: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솔직히 말하면—
스파이크 리:
최종 편집권이요? 소유권이요? 그거죠? 말해요!
라이언 쿠글러:
그것도 일부였죠. 그래도 운 좋게 이 프로젝트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스파이크 리:
조건부군요. 한마디로, 엉망이었다는 거죠.
라이언 쿠글러:
그 표현은 제가 안 할게요. (웃음)
그래도 워너와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고, 사람들이 극장에 와준 것도 정말 감사했어요. 그건 감독이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잖아요. 리스크죠. 그래도 저는 좋은 이야기에 배팅하고 싶어요.
솔직히 말해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은 대체 불가능하다고 믿어요.
스파이크 리:
마이클 B 이야기도 해보죠.
라이언 쿠글러:
<오스카 그랜트의 어떤 하루>를 준비할 때, 실존 인물과 닮은 배우가 필요했어요. 그렇지 않으면 영화가 처음부터 설득력을 잃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마이크가 떠올랐죠. 만나 보니까 정말 잘 맞았어요.
그는 연기를 드러내지 않아요. 그냥 그 자리에 존재해요.
스파이크 리:
그건 사실이에요.
라이언 쿠글러:
<씨너스: 죄인들>에서는 쌍둥이 역할을 맡기면서 더 밀어붙이고 싶었어요. 관객이 어디까지 따라와 줄 수 있을지도 시험해보고 싶었고요.
마이크는 호감도가 굉장한 배우잖아요. 그런데 이번에는 냉혹한 살인자와 조종자를 연기해요. 그걸 숨김없이 밀어붙이는 게 흥미로웠죠.
스파이크 리:
완전히 판을 뒤집었어요, 브라더.
라이언 쿠글러:
우리는 만날 때마다 서로를 더 밀어붙여요.
스파이크 리:
그가 어떻게 당신을 밀어붙이나요?
라이언 쿠글러:
진실한 순간을 찾으려고 할 때요. <씨너스: 죄인들>에는 한 인물이 죽어가고, 다른 인물이 그를 안고 있어야 하는 장면이 있어요. 피 분장까지 한 상태에서요. 그걸 같은 날 다 찍었죠.
그가 저한테 계속 말하더라고요. “여기 있어줘. 계속 말 걸어줘. 내가 어디 있는지 잊지 않게”
라이언 쿠글러:
스파이크도 덴젤에게 그런 존재인 것 같아요. 스파이크가 아니었다면 <말콤 X>도, <천국과 지옥>도 없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스파이크 리:
우리 둘 다 정말 축복받았죠. 결국 우리의 일은 배우에게서 최고의 순간을 끌어내는 거예요. 그건 사랑과 신뢰 없이는 불가능해요. 그게 없으면, 그냥 끝장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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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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