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사정 볼 것 없다 (2000)
이명세감독은 아름다운 영상과 이미지에 천착한 감독이다.
김혜수 송영창이 주연한 첫사랑이라는 영화에서,
여고생 일기장에 그려놓았음직한 이쁘장한 이미지와 파릇파릇한 분위기로
영화를 채워놓은 바 있다.
이 영화 어느 정도 성공은 했는데,
보면서도 중년아저씨가 여고생 감성으로 오글거리는 영화를 만든 것이 내가 다 부끄러웠다.
김혜수가 여자초등학생처럼 랄랄라 하면서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뛰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배우만큼이나 부끄러웠다.
하지만 그 동화적이고 따뜻한 영상이
한국영화에서 한발자국 전진을 의미하는 것은 분명했다.
아름다운 이미지, 현란한 이미지가
영화 자체의 아이덴티티를 규정하는 수준까지 중요해진 영화 -
화려하고 표현적인 이미지로 말을 걸어오는 영화 - 얼마나 되나?
이명세감독 이전에 영상과 이미지에
천착한 감독이 과연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이명세감독처럼 철저하게,
현란한 이미지를 아이덴티티로 삼은 감독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었던 듯하다.
이명세감독은 이것을 끝까지 추구했다.
나는 이명세감독이 진짜 예술가였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늘 이명세에게 주목했다.
사람들은 이제나 저제나 이명세감독이 한꺼풀 벗고 나오길 기다렸다.
그 이미지 감각에 영화 소프트웨어마저 뛰어나진다면
거장 탄생이다. 왕가위 부럽지 않다.
그런데, 결국 그 껍질을 못 벗었다.
하긴 못 벗으니까 한계인 거다.
마침내
인정사정 볼 것 없다 - 이 영화는 이명세감독이 그 현란한 이미지 플러스
잘 만든 범죄영화의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것이다.
범죄영화로 훌륭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 정도라도 이명세감독에게는 아주 큰 도약이었던 거다.
지금이야 평범하게 느껴지겠지만,
당시에는 보다가 눈이 아플 정도였다.
당시 사람이 되어서,
몇 분 정도 보던 뮤직비디오 현란한 화면을 1시간 30분 계속 본다고 생각해 보라.
지금은 이런 영상 아주 흔하다.
하지만 당시에는 충격이었다.
사실 어느 영화에 대해 이런 평은 좋은 것이 아니다. 이런 것을 뛰어넘는 그 무엇이 있어야
시대를 초월한 걸작이 되는 것이니까.
인정사정 볼 것 없다는, 이런 시대를 뛰어넘는 그 무엇이 없었던 영화다.
이명세감독도 마찬가지고......
그렇다. "당시로서는......"이라는 말이 붙는다는 것은,
그 영화의 생명이 길지 못했다는 뜻이다.
당시 사람들이 느꼈던 것을, 요즘 사람들에게 기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그냥 당시 사람들이 영상미의 극치, 감수성의 극치로 느꼈었다 하는 정도 말을 할 수밖에......
이 영화가 나온 다음, 이명세감독이 한결 더 일취월장한 영화를 내놓지 않을까 사람들 기대가 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다음 나온 영화 M은 사람들 기대를 철저히 배신한 것이었다.
사람들이 이명세감독에게서 기대한 것을 어느 정도 충족시켜준 사람이 김지운감독이다.
(하지만, 예술가로서는, 이미지 하나에 순수하게 천착했던 이명세감독이 더 순수하다는 생각이다.)
안성기는 "한 시대를 지배했던" 이라는 수식어가 저물던 시기에 이 영화에 출연했다.
최초로 악역을 맡았다 하는 문구가 이 영화 선전에 사용되었다.
악역을 아주 잘 연기해내서 과연 안성기다 하는 찬사가 컸던 것을 기억한다.
끝도 없이 나오던 선역보다는 이런 악역이 배우로서 더 매력적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영화는 무엇보다 더, 감독의 영화였다.
감독의 카리스마가 배우들을 다 덮었다.
이 영화가 가져온 가장 큰 결과는, 바로 장동건의 부활이다.
장동건은 청춘스타로 인기를 누리다가, 학업을 마치기 위해선지 뭔지 잘 기억이 안 나는 이유로,
공백기가 있었다.
장동건이 화려하게 부활한 시작이 바로 이 영화의 젊은 형사 역할이다.
목검을 휘두르며 다니는 혈기왕성한 역할이었는데, 칼에 맞아 사망했나 뭐 그렇다.
그때 누가 했던 말이 기억난다. "지하철에서 목검을 휘두르니까 칼에 맞지......"
추천인 5
댓글 9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1등
2등
인정사정볼 것 없다의 평은 당시로서라는 단서가 필요하다고 저도 생각해요.
서울극장에서 도입부 보고 와~ 감탄했더랬죠. 우리나라에서 이런 비주얼이 가능하다니.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중에 다시 TV로 보고 또 다른 의미로 감탄했어요.
와~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영화였나?
당시 나는 무슨 생각으로 영활 보았는지 살짝 궁금해지는 순간이었어요.
나중에 기회되면 다시 한번 볼 생각이에요.
근데 저는 솔직히 이명세 감독의 정서를 그다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당시 극장에서도 도입부 장면에 사람들이 감탄 했지만,
막상 라면 먹는 씬과 골목 도망 씬에서는 사람들이 탄식을 좀 했거든요.
근데 정작 이명세 다운 장면이 사실 라면 씬과 골목 씬이라 생각했기에,
인정사정이 흥행은 됐지만, 이명세가 대중 감독으로 부각되기는 힘들거라 당시에도 생각을 했어요.




















M보고 당황스러웠던 기억 아직도 생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