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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 토로 × 브래들리 쿠퍼 — 괴물과 무대, 그리고 감독이라는 일

카란 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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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델 토로와 브래들리 쿠퍼는 각자의 최신작을 계기로, 영화를 만든다는 일이 얼마나 개인적이고 지난한 과정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 대담은 화려한 성공담보다는 감독으로서 겪어온 선택의 순간과 시행착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달라진 감정의 지점에 초점을 맞췄다.

기예르모 델 토로:
사람들은 저를 흔히 ‘비전 있는 감독’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 영화는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아요. 누군가 포도를 먹여주며 상상만 하는 일이 아니라, 배우를 고르고 예산과 시간에 쫓기면서 계속 결정을 내려야 하는 과정이죠. 영화는 정말 많은 현실적인 노동 위에 세워지는 작업이에요.

브래들리 쿠퍼:
워런 비티가 이런 말을 했다고 들었어요. “캐스팅이 곧 이야기다”라고요.

기예르모 델 토로:
정말 정확한 말이에요. 예를 들어 <햄릿>을 떠올려보면, 50대 배우를 캐스팅하는 순간 작품 전체가 완전히 달라지죠. 배우의 나이와 분위기만으로도 이야기의 중심이 바뀌어요.

브래들리 쿠퍼:
감독님은 어린 시절부터 <프랑켄슈타인>에 강하게 끌려오셨잖아요. 이 ‘캐스팅이 곧 이야기’라는 생각은 오스카 아이작을 떠올릴 때도 이어졌나요?

기예르모 델 토로:
원작에서 빅터는 젊고 뛰어난 학생이에요. 하지만 저는 30대인데도 감정은 십대에 멈춰 있는 인물을 그리고 싶었어요.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은 뒤, 지적으로는 성장했지만 감정적으로는 멈춰버린 사람이죠. 또 가족 안에서도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인물이길 바랐어요. 피부색이나 머리카락, 성격까지 포함해서요. 그래서 이 역할은 처음부터 오스카를 떠올리며 썼습니다.
<이즈 디스 씽 온?>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된 뒤에 합류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브래들리 쿠퍼:
맞아요. 다만 그대로 가기보다는 다시 고쳐 썼어요. 감독님이 하신 것처럼, 저도 윌 아넷과 로라 던이 지금 삶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를 떠올리면서 작업했죠.

기예르모 델 토로:
결국 두 작품 모두 꽤 개인적인 이야기처럼 느껴져요.

브래들리 쿠퍼:
제대로 만들고 있다면, 모든 영화는 결국 자전적인 요소를 가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기예르모 델 토로:
사람들은 흔히 제가 괴물과 저 자신을 겹쳐본다고 말해요. 예전에는 그 말이 맞았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창조자 쪽에 더 가깝다고 느껴요. 제 이야기 안에서는 제가 가해자이기도 하고, 동시에 피해자이기도 한 셈이죠.

브래들리 쿠퍼:
저는 감독님을 알고 있으니까, 영화를 보면서 계속 감독님이 떠올랐어요.

기예르모 델 토로:
그게 바로 제 전기죠.
그리고 보니, 이번 작품에서는 직접 카메라를 잡으셨다고 들었어요.

브래들리 쿠퍼:
촬영의 대부분을 직접 했어요. 그러다 보니 배우들과 생기는 호흡이 굉장히 특별했죠. 흐름을 끊지 않고 계속 이어갈 수 있었어요.

기예르모 델 토로:
카메라 뒤에서 배우들에게 직접 말을 건네기도 하셨나요?

브래들리 쿠퍼:
대사를 던지기도 하고, 다른 방향으로 한 번 가보자고 이야기하기도 했어요.

기예르모 델 토로: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이 떠오르네요.

브래들리 쿠퍼:
그에게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현장에서 어떤 분위기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감각을 넓혀준 사람이에요.

기예르모 델 토로:
사람들이 ‘감독의 비전’을 이야기할 때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영화는 결국 손으로 만드는 일이라는 거죠. 어떤 렌즈를 쓸지, 카메라를 고정할지 들고 갈지, 그런 선택 하나하나가 쌓여서 장면이 되는 거예요.

브래들리 쿠퍼:
<이즈 디스 씽 온?>에서는 주인공 얼굴을 약 20분 동안 제대로 보여주지 않아요. 관객이 그걸 의식적으로 알아차리진 않더라도, 어느 순간 ‘아, 여기 있구나’ 하고 느끼게 만들고 싶었어요.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이 벽 뒤에 숨어 있다가 눈 먼 노인의 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특히 인상 깊었어요.

기예르모 델 토로:
그 장면에서는 카메라도 함께 공간을 건너가요. 장면 중 가장 넓은 샷이죠.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계에 들어온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셰이프 오브 워터>로 상을 받았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객석에 앉아 있다가 무대에 올라 뒤를 돌아보는 순간, ‘이게 뭐지?’ 싶은 기분이 들었죠. 어릴 때 샤워하면서 샴푸 병을 들고 연설을 연습하던 순간에 갑자기 들어온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괴물도 그런 감정을 느껴야 했어요. 집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이 궁전처럼 느껴져야 했죠. 대부분을 실제 세트로 만들고, 거대한 배도 실제 장치로 제작했어요. 그 세계가 자연스럽게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길 바랐거든요. 다만 현장에서는 언제든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라, 그에 맞춰 계속 조정해야 했죠.

브래들리 쿠퍼:
현장에서는 정말 좋은 순간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기도 하잖아요. 보고 있지 않으면 잡을 수 없는 것들이요.

기예르모 델 토로:
사소한 디테일 하나가 모든 걸 바꿀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제이콥 엘로디에게 눈을 더 동물적으로 보이게 하려고 특수 콘택트렌즈를 준비했는데, 한쪽을 너무 아파했어요. 디지털로 처리하자는 얘기도 나왔죠. 그런데 저는 오히려 크기가 다른 두 눈을 그대로 쓰기로 했어요. 큰 쪽 눈이 빛을 더 잘 반사해서, 분노를 드러내는 장치로 쓸 수 있었거든요.

브래들리 쿠퍼:

결과적으로는 이야기에서 꽤 중요한 요소가 됐네요.

기예르모 델 토로:
현실과 싸우려 들면 항상 지게 돼요. 모든 감독이 그렇죠. 짐 카메론처럼 세계 전체를 만들어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예요. 흥미로운 건, 통제력이 클수록 배우들에게는 더 여유를 줄 수 있다는 점이에요.

브래들리 쿠퍼:
저도 그래요. 구조를 더 단단하게 잡을수록 배우들은 오히려 더 자유로워지더라고요.

기예르모 델 토로:
그럼 어떤 기준으로 연출작을 선택하시나요?

브래들리 쿠퍼:
조금 진부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작품이 저를 선택하는 것 같아요.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들어가기 때문에, 끝까지 갈 수 있을 만큼 강하게 끌리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죠. 저는 항상 ‘이 영화의 핵심이 되는 한 방이 뭘까’를 생각해요. <스타 이즈 본>에서는 노래였고, 그 중심에는 레이디 가가가 있었어요. <마에스트로>에서는 어린 시절부터의 지휘에 대한 집착과 레너드 번스타인이었죠.

기예르모 델 토로:
그럼 <이즈 디스 씽 온?>에서는요?

브래들리 쿠퍼:
윌 아넷이었어요. 키도 크고, 목소리도 정말 매력적인 배우죠. 지금 그의 삶의 지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자신을 열어보일 수 있을 거라고 느꼈어요.

기예르모 델 토로:
그래서 더 밀어붙일 수 있었던 거군요. 서로를 아니까요.

브래들리 쿠퍼:
매일이 쉽지는 않았어요. 늘 불편한 상태였죠. 결국은 저를 믿는 과정이었어요.

기예르모 델 토로:
사람들은 종종 왜 이 영화를 선택했느냐고 묻는데, 저는 이렇게 말해요. 각본은 42편을 썼지만, 실제로 만든 영화는 13편뿐이라고요. 고를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 만들어질 수 있는 작품을 하는 거죠.

브래들리 쿠퍼:
<나이트메어 앨리>를 만들 당시에도 저희 둘 다 다른 집착들이 있었죠.

기예르모 델 토로:
하지만 그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저는 <프랑켄슈타인>을 만들 수 있었고, 당신은 <마에스트로>를 만들 수 있었어요. <나이트메어 앨리>의 인물을 최악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모습으로 접근했던 경험이 이번 작품에도 이어졌죠. 제이콥 엘로디와 오스카 아이작에게도 같은 이야기를 했어요. 배우와 감독이 아니라, 결함을 가진 인간으로서 서로의 약점을 털어놓자고요.

기예르모 델 토로:
만약 제가 <프랑켄슈타인>을 20년 전에 만들었다면, 아버지와 어린 시절의 저에 대한 이야기였을 거예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이제는 아버지가 된 제가, 아이들에게 같은 실수를 반복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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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image 1등
나이트메어 앨리가 두 사람에게 각각 좋은 영향을 끼쳤네요.
인터뷰 정리 감사합니다.^^
12:18
26.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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