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년 후: 뼈의 사원] 삼손의 변화 ― 치 루이스페리가 말하는 ‘알파 좀비’의 또 다른 얼굴
카란

<28년 후: 뼈의 사원>에서 삼손은 더 이상 단순한 괴물이 아니다. 전작에서 ‘감염자들의 왕’으로 불리며 압도적인 폭력성을 보여줬던 삼손은, 이번 작품에서 예상 밖의 깊이를 지닌 존재로 다시 등장한다. 삼손을 연기한 치 루이스페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캐릭터의 결을 완전히 다르게 구축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폭력의 상징에서 ‘관계’의 캐릭터로
이번 영화에서 가장 화제가 된 장면 중 하나는, 숲으로 둘러싸인 언덕 위에서 삼손과 랄프 파인즈가 연기한 켈슨 박사와 함께 춤을 추는 시퀀스다. 피와 소독약에 얼룩진 켈슨 박사가 노래를 부르고, 삼손이 손을 잡고 따라 움직이는 이 장면은 공포 영화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낯선 감정을 만들어낸다.
치 루이스페리는 이 장면이 대본에 없던 즉흥 연기였다고 밝힌다. 랄프 파인즈가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었고, 그 흐름을 그대로 받아들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장면이 두 인물 사이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순간이라고 설명한다.

“이번엔 연기적으로 훨씬 큰 책임이 있었다”
전작에서 삼손은 분노와 살육의 상징에 가까운 존재였다. 반면 <뼈의 사원>에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켈슨 박사가 투여하는 진통제의 영향도 있지만, 그 침묵 속에서 삼손은 이전과 전혀 다른 인상을 남긴다.
치 루이스페리는 “폭력성을 켜고 끄는 연기를 동시에 해내야 했다”고 말한다.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에너지를 품고 있으면서도, 그 감정을 억누른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작품이 육체적 연기뿐 아니라,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첫 기회였다고 강조했다.
거대한 배우 옆에서 느낀 압박
촬영 현장에서 가장 긴장됐던 순간으로 그는 랄프 파인즈와 마주한 장면들을 꼽는다. 대사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상대 배우가 완전히 장면을 장악하고 있을 때, 자신도 그 안에서 존재감을 유지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연기를 지켜보다가 내가 뭘 해야 하는지 다시 정신 차리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화제가 된 ‘노출’과 그 이면
삼손을 둘러싼 또 하나의 화제는 전작부터 이어진 전신 보형물이다. 치 루이스페리는 이 부분이 관심을 끄는 건 예상했지만, 캐릭터와 작품 자체의 완성도가 가려지길 원하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보형물의 디테일이 더 세밀해졌고, 하루에 6~8시간에 걸쳐 장착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과정이 힘들었지만, 삼손이라는 인물을 완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덧붙였다.
삼손은 다시 돌아올까
이미 세 번째 작품이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삼손의 재등장 여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치 루이스페리는 자신 역시 결과를 알지 못한다며 웃어 보이면서도, 이 캐릭터에 대해 강한 애착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이 인물은 나에게 특별하다. 다시 연기할 수 있든 없든, 사람들이 삼손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28년 후: 뼈의 사원>에서 삼손은 더 이상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침묵과 관계 그리고 예상치 못한 온기를 품은 존재로 변모하며, 시리즈 안에서 가장 흥미로운 진화를 보여주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점점 인간화되는 좀비는 사실 <시체들의 낮>에서 다루긴 했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