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케 쇼 × 심은경, <여행과 나날>이 건네는 ‘피로한 사람들을 위한 여행’
카란

“무언가에 지친 사람들의 이야기”
ㅡ 작품을 보고 나면 마치 여행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듭니다. 원작으로 삼은 츠게 요시하루의 두 작품에서 어떤 매력을 느끼셨나요?
미야케 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조심스러울 만큼 대단한 작품입니다. 젊을 때 처음 읽은 이후로 지금까지 여러 번 다시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전혀 다른 인상을 받습니다. 나이가 더 들면 또 다른 방식으로 읽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죠. 그렇게 계속 새로워지는 점이 가장 큰 매력입니다. 물론, 단순히 말해도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ㅡ 심은경 배우는 원작을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심은경:
츠게 요시하루 작품 특유의 세계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의 가장 솔직한 모습이 담겨 있고, 특히 이 두 단편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설명하기 어려운 연결을 그리고 있다고 느꼈어요. 인생 자체가 그런 만남의 반복이잖아요. 이 이야기를 미야케 감독이 영화로 어떻게 풀어낼지 정말 궁금했습니다.
“살아 있지만, 살아 있다는 감각이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이야기”

ㅡ 원작은 명확한 메시지가 보이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영화로 옮기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미야케 쇼:
인터뷰 서두에서 언급하신 ‘피로’라는 말이, 이 작품 속 인물들에게 공통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무엇에 지쳤는지는 제각각이지만, 인간관계나 삶 전반에 지쳐 잠시 빠져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죠.
저는 이 상태를 ‘죽은 건 아니지만, 살아 있다는 실감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인물들은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풍경과 마주하면서 살아 있다는 감각을 다시 얻습니다. 그것은 기쁨일 수도 있고, 두려움이나 놀람일 수도 있죠. 확실한 건, “나는 지금 살아 있다”는 감각에 도달하는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ㅡ 그래서 더 지친 관객에게 와닿는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 같네요.
미야케 쇼:
시사 이후에 “피곤한 사람일수록 더 깊게 다가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웃으면서도 고개가 끄덕여졌어요.
“이 역할은 심은경과 함께 만들어가고 싶었다”

ㅡ 원작에서는 남성 만화가였던 주인공이 영화에서는 한국 출신 시나리오 작가 ‘이’로 바뀌었습니다. 설정을 바꾼 이유가 궁금합니다.
미야케 쇼:
처음부터 심은경 배우와 함께 이 인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원작에서 중요한 건 남성이라는 점보다 ‘외부에서 온 사람’, 즉 ‘이방인’이라는 위치였다고 봤어요. 전혀 다른 곳에서 살아온 이방인과 또 다른 이방인이 우연히 만나는 이야기죠. 심은경 배우를 떠올리면서, 이 작품의 핵심을 더 깊이 붙잡을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ㅡ 심은경 배우는 ‘이’라는 인물을 어떻게 느꼈나요?
심은경:
대본을 읽으면서 ‘이건 내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감독님과 깊은 대화를 나누기 전이었는데도, 왜 이렇게 나와 닮아 있을까 싶어 신기했어요.
이는 저이기도 하고, 동시에 누구나 자신을 겹쳐볼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자성’이라는 이 영화의 메시지를 가장 잘 품고 있는 존재라고 느꼈고, 이 작품과의 만남은 운명처럼 다가왔습니다.
“언어는 소통의 도구이자, 스스로를 가두는 틀이기도 하다”

ㅡ 영화에서 한국어 내레이션이 인상적입니다. 언어에 대한 접근이 독특하게 느껴졌는데요.
미야케 쇼:
일본에서 사용하는 한국어는 누군가와 공유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자신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언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영화의 내레이션도 관객에게 설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물이 스스로를 위해 적어 내려가는 말이길 바랐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선택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 내레이션은 저 자신이 이 작품을 통해 생각해온 것을 정리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심은경:
내레이션에 나오는 “언어의 감옥 안에 있다”는 표현이 정말 크게 와닿았습니다. 일본어는 제게 외국어이기 때문에, 늘 ‘잘 전달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껴왔거든요. 사실 말이 없어도 전해지는 것들이 분명히 있는데, 어느새 스스로를 언어 안에 가두고 있었던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됐습니다.
“타인은 무섭지만, 함께 실패할 수 있다면”

ㅡ 영화는 낯선 타인와의 만남을 조심스럽게 그려냅니다. 현실에서는 오히려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있는데, 두 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미야케 쇼:
타인은 원래 무서운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겁이 많고, 내가 누군가에게 위협적인 존재가 될까 두렵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타인을 피하면서 행복하게 살 수는 없겠죠. 영화 제작은 전혀 다른 사람들끼리 일정 기간 함께 일하는 과정이고, 그 자체가 하나의 실험 같다고 느낍니다.
중요한 건 함께 실패할 수 있는 관계입니다. 신뢰가 있다면 실패도 공유할 수 있고, 그 끝에서 이전에는 없던 무언가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심은경:
저도 타인은 여전히 어렵고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더더욱 선입견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이 영화 속 관계처럼, 모든 걸 이해하지 않아도 ‘그렇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일에서도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의 생각을 먼저 듣고, 그 위에서 제 표현을 꺼내고 싶습니다.
“변해가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것”
미야케 쇼:
선입견이 깨지는 순간은 인생에서 굉장히 흥미로운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도 처음엔 단정했던 인물이 시간이 지나며 전혀 다르게 보이게 되는 경험이 있잖아요. 변화는 무섭지만,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변화만큼은 조금 더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심은경:
사람은 한 가지 모습만 가진 존재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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