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지금은 모두를 만족시키는 영화보다, 분명한 취향의 영화가 필요한 때”
카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뮤지컬·코미디 부문), 비영어권 작품상, 그리고 이병헌의 남우주연상까지 총 세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성과를 계기로 영화 제작의 뒷이야기와 함께, 현재 한국 영화 산업이 처한 현실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미국 영화에서 한국 영화로, 그리고 지금의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은 <어쩔수가없다>가 당초 미국 영화로 기획됐던 프로젝트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작 여건과 방향을 재고한 끝에 한국 영화로 전환하면서, 비로소 현실적인 제작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선택이 결과적으로 영화의 주제를 확장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로 전환하면서 인공지능(AI)에 대한 문제의식 역시 작품 안에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었고, 지금의 시점에서 영화가 완성된 것이 오히려 의미 있는 결과였다고 덧붙였다.
“코미디로 불린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이번 노미네이션은 박찬욱 감독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폭력적이고 어둡고 에로틱한 작품 세계로 주로 인식돼 왔던 그는, 이번에 ‘뮤지컬·코미디’ 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른 점이 새롭게 다가왔다고 털어놨다.
박 감독은 자신의 영화들이 늘 어두운 유머를 품고 있었다고 말하며, 이번 노미네이션을 통해 감독으로서 또 다른 방식으로 재정의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가장 기쁜 건 이병헌의 노미네이션”
박찬욱 감독은 이번 후보 소식 중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이병헌의 남우주연상 노미네이션을 꼽았다. 감독 본인의 평가보다도 배우의 연기가 조명받는 것이 훨씬 의미 있다고 강조했다.
<어쩔수가없다>에서 이병헌은 영화 대부분의 장면을 이끌며, 감정의 스펙트럼과 밀도를 혼자서 감당하는 역할을 맡았다. 박 감독은 이병헌이 영화 전체를 “혼자서 등에 업고 가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평가하며, 상대 배우들과의 호흡까지 포함해 완성도 높은 배우의 경지에 도달한 연기였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 산업, 마음이 무거워지는 현실”
박찬욱 감독은 성과와 별개로, 현재 한국 영화 산업의 현실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팬데믹 이후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오지 않았고, 그 여파로 투자 역시 위축되면서 산업 전반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 감소가 결국 안전한 공식과 관습에 기대는 작품들만 반복적으로 제작하게 만들고, 이는 다시 관객의 외면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현실을 떠올리면, 개인적인 성취에도 불구하고 마음이 무겁게 눌리는 기분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지금은 모두를 노리는 영화가 아니라, 명확한 취향의 영화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박찬욱 감독은 지금이야말로 창작자들이 더 대담해져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모든 관객을 만족시키려는 영화보다는, 특정 관객층을 분명하게 겨냥한 개성 있는 영화가 오히려 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한 극장으로 관객을 다시 불러들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규모 블록버스터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집에서는 동일하게 경험할 수 없는 이미지와 사운드, 극장에서만 완성되는 감각을 설계하는 영화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찬욱 감독의 이 발언은 <어쩔수가없다>의 성과를 넘어, 현재 한국 영화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묵직한 제안으로 남는다. 그의 말처럼, 지금 필요한 것은 ‘모두를 안전하게 만족시키는 영화’가 아니라, 분명한 관점과 취향을 가진 영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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