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가없다]의 사운드 디자인은 우리 안의 야수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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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가없다]의 사운드 디자인은 우리 안의 야수를 풀어낸다.
[어쩔수가없다]에서 가장 강렬한 순간들, 가장 어둡고, 가장 역겹고, 가장 암울한데 동시에 어둠의 유머까지 담긴 순간들은 박찬욱 감독이 무엇을 보여주기 때문이 아니다. 그것들은 강렬하고 감정적으로 움직이는 사운드 디자인이 우리로 하여금 그 순간을 심장으로 느끼게 만들기 때문에 작동한다. 폭력은 사운드 속에 존재하며, 바로 그 지점에서 박 감독은 진짜로 즐거움을 만끽한다.
이병헌이 연기하는 만수가 분재를 다듬으며 드러내는 잠재된 공격성과 통제 욕망, 혹은 위스키 폭탄주를 들이키는 신체적 공포까지, [어쩔수가없다]의 사운드는 늘 관객을 만수의 해고 이후 이어지는 엉망진창이고, 너덜너덜하며, 절박한 암살 여정 속으로 끌어들인다. 그는 자신에게 삶의 의미를 줄 거라고 믿는 희귀하고 사라져가는 제지 회사의 일자리를 두고 경쟁할지도 모르는 모든 이를 제거하려는 인물이다.
“이미지에 비해, 사운드는 현대 영화에서 덜 탐구된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엔 더 발견할 것이 많아요.”라고 박찬욱 감독은 Filmmaker Toolkit 팟캐스트의 곧 공개될 에피소드에서 말했다.
특히 크고 육체적인 소리들은 만수가 자신의 공허한 부르주아적 꿈, 그가 어쩔 수가 없다고 믿는 그 생각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살인도 감행할 사람임을 드러낸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을 설계하는 작업은 사운드 효과 자체를 고민하거나 믹스의 볼륨을 조절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쩔수가없다]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쇼트들 중 일부는, 사운드 디자인을 어떻게 가장 효과적으로 강조할지 고민한 결과로 탄생했다. “이미지가 사운드를 따라가고, 사운드가 영화의 추진력이 되는 경우들이 있었어요. 그만큼 이 영화에서 사운드는 제게 중요한 요소였습니다.”라고 박 감독은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만수가 마침내 제지 회사 임원이자 가끔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선출(박희순)을 해치울 준비가 되어 그가 지낸다는 외딴 ‘맨케이브’ 같은 쓸쓸한 오두막에 말로 설득해 들어가는 장면이다. 이어지는 ‘폭음’(적어도 선출 쪽에서 그렇다. 만수는 살인을 위해 정신을 차리고 있어야 한다)은 이미 난장판인데, 만수가 폭탄주 마시는 걸 피할 수 없게 되는 순간, 카메라는 갑자기 잔 내부로 시점을 전환한다. 우리는 쇼트의 관점에서 만수가 술을 들이키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그 이유는 전적으로 사운드를 중심에 두었기 때문이다.
“카메라가 잔에 붙어서 잔과 함께 움직이도록 했기 때문에 독특한 리깅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결국 모든 것은 사운드로 돌아갑니다. 만수가 그 술을 삼키기 전에, 마시고 싶지 않아서 입안에 머금고 있을 때, 우리는 그 소리를 듣게 되죠.”라고 박 감독은 말했다. “그리고 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들이켜게 되고, 그 술이 목구멍으로 쏟아져 내려가는 소리, 위스키 잔이 그의 입술에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맥주)잔 바닥에 닿는 소리까지, 이 모든 소리를 관객이 마치 만수 바로 앞에서, 혹은 잔 안에 들어가 듣는 것처럼 느끼길 바랐습니다.”
캐릭터에게 이렇게까지 사운드적으로 밀착되는 것은, 그 캐릭터가 가장 악한 충동과 욕망을 숨길 여지를 완전히 없애버린다. “만수는 술을 피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술을 마시면 훨씬 폭력적인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니 그가 이런 끔찍한 살인들을 저지는 것을 볼 때, 그것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죠. 그의 안에는 항상 잠든 짐승이 있었고, 그 짐승이 그의 폭력적 행동의 배경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이 장면이 매우 중요했고, 그 안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바로 그 내면의 짐승이 풀려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라고 박 감독은 말했다.
우리가 그 ‘우리 속에서 발톱을 긁으며 나오려는 짐승’을 가장 인상적으로 느끼는 방식 중 하나는, 만수가 아끼지만 이제 팔릴 위기에 처한 자신의 집에서 강박적으로 정원과 온실을 돌보는 장면들이다. 박 감독과 팀은 분재를 가지치고 형태를 다듬는 소리를 증폭해, 우리에게는 마치 더 인간적인 사지가 ‘뚝’ 부러지는 듯한 느낌으로 전달되도록 했다. 처음에 분재는 단지 장식품 정도로 쓰려 했지만, 박 감독은 “거기 있는 김에 영화적으로도 활용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됐다.
“가지 하나를 구부리고, 만수가 원하는 모양으로 나무를 디자인하는 행위 자체가 그의 양면성을 보여줍니다. 분재를 다듬을 때 그는 마치 자신만의 우주를 창조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데, 그 감각은 그가 가족을 대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나죠. 분재를 다루듯 정성을 쏟지만, 동시에 가족이 자신이 원하는 형태가 되도록 인위적으로 억지로 모양을 잡으려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라고 박 감독은 말했다.
축축하고 지나치게 크게 들리는 가지의 휘어짐과 부러지는 소리는, 만수가 세상과 그 안의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원하는 구조를 강제로 부여하고자 하는 욕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우리에게 가르친다. 박 감독과 팀은, 만수 스스로는 갈 수 없는 도덕적 지점으로 관객을 사운드가 이끌도록 한다. 만수는 이미 자기 귀를 막아버린 상태다.
“사운드는 그 자체만으로 이야기를 도울 수 있고, 이야기의 일부를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관객에게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교묘한 도구로 쓸 수 있죠.”라고 박 감독은 말했다. “감독은 사운드에 대해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대사와 효과음, 관객이 듣는 모든 것을 하나의 것으로 생각해야 하고, 교향곡을 쓰는 작곡가처럼 각각의 악기에 음표를 쓰되 모든 요소를 더 큰 그림 속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의 큰 사운드를 위해 모든 걸 조정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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