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삼인조(1997)>을 보았습니다.
슈하님

<공동경비구역JSA>, <올드보이>로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이 되기 전 박찬욱의 필모그라피는 초라했습니다 여느 시네필들이 그러하듯 본인이 보고 즐겨온 명작의 영향아래 상업영화라기엔 뒤틀리고, 예술영화 라기엔 어설픈 그런 애매한 지점의 영화를 만들었죠
<삼인조>는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의 실패를 딛고 야심차게 제작한 작품입니다. 이경영은 젠틀한 중년 배우로 충무로의 입지가 탄탄했으며 김민종은 가수와 연기를 오가는 청춘스타로 영화계의 한방을 노리고 있었습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로 스타가 된 정선경은 당시 영화판에서 겨룰 여배우가 많지 않았습니다.
훨씬 풍족한 조건아래 제작한 <삼인조>는 블랙코미디와 홍콩 느와르, 로드무비가 뒤섞인 꺼림직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결국 평단과 대중 모두의 차가운 평가를 받았구요.
박찬욱이 쥐구멍이라도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달은..>과 달리 <삼인조>는 제법 (시대를 감안해) 즐길만한 부분이 구석구석 숨은 영화 입니다. 박찬욱 특유의 비틀린 블랙코미디 (이무영과 결이맞는) "속옷을 입어야 바지도 입는 법이다" 랄지, 섹소폰을 자꾸 나발이라 부르는 김민종 이랄지.. 하필 쓰레기 수거차를 끌고온 정선경 이랄지..
현금이 많고, 치안이 허술한 극장을 터는 것 까진 좋았는데, 대부분이 초대권 손님인 데다 남은 한 관은 예술영화 전용관이라 꼴랑 200만원만 털게 된다 랄지. 제작사의 눈치를 보며 하고싶은 것을 최대한 욱여넣은 박찬욱/이무영의 곤조를 느꼈읍니다.
많은 분들이 언급 하셨던 바와 같이 김민종의 연기는 붕 떠있고, 이경영이 영화의 밸런스를 잡아줬습니다. 정선경은 이전 작품들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 어딘가 정이 가는 캐릭터를 잘 살렸습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로드무비의 형식을 띈 영화가 후반에 이르러 등장인물들이 제각각 헤어진다는 점입니다. 그것을 후반에도 해결하지 못한 다는 점이 지금까지 인물들이 목표로 삼아온 지점을 무의미하게 만든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 마리아(정선경)이 여행을 떠난 목적인 '아기' 가 중반에 사라짐으로서 정선경의 목표 역시 흐릿해 졌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도 아기의 행방은 해결되지 않구요.
김민종 역시 아기를 잃어버린 책임 때문 이라기엔 행동의 계기를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실 이게 다 이경영이 일행에서 사라지면서 생긴 문제들이죠.
90년대 말 영화 답게 적당히 폭력적이고 적당히 차별적이며 지금 시대로선 비판의 여지가 많을 섹스 코드가 가득합니다.
그래도 후반의 인질극과 캠 연출은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 장면만 다시 보고싶을 정도예요.
ps1. 한국의 원로배우 도금봉 배우를 비롯해 안길강, 류승완등 한국 영화계에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을 확인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아는 사람은 알 유퉁 배우와 서경석/ 이윤석 콤비도 등장합니다.
ps2. 당시 충무로의 기대주로 떠오르던 정선경 배우는 이 작품을 포함해 후속작들이 아쉬운 성적을 거두면서 브라운관으로 무대를 옮겼습니다.
그래도 아홉살 인생 같은 작품에서 참 좋은 연기를 보였다 생각합니다. (물론 정선경 배우의 최고작은 '파랑새는 있다' 라고 생각합니다.)
ps3. 언급한 바와 같이 김민종 배우의 연기는 티비 드라마처럼 붕 떠있고, 딕션이나 캐릭터도 썩 좋지 않습니다. 그래도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그가 얼마나 영화에, 연기에 진심이었는지는 잘 알 수 있었습니다.
ps4. 음악의 상태도 좋다고 말하기엔 아쉽고 나쁘다고 평하기엔 과감한 시도를 인정해 주고 싶습니다. 특히 이 시대 영화에 자주 삽입된 90년대 스래쉬/ 데스 계열의 음악이 반가웠습니다.
ps5. 저는 자칭 찬욱빠 입니다만 차마 <달은..>은 시도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다음엔 이 작품도 도전해야 겠네요.
추천인 4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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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2등 이거랑 달은 해가 꾸는 꿈... 흑역사네요.^^
명보에서 봤을겁니다. 그때는 정선경배우때문에 보긴 했는데 만족은 못한 영화로 기억됩니다.
그건 그렇고 달은... 웬만하면 안건드리시는걸 추천합니다. 생각해보니 달은..도 명보 개봉작이네요 이승철가수 팬들로 개봉한 토일만 매진되고 그후로는 관객이 없어서 바로 막내린 영화로만 기억됩니다.
























한동안 그 친구와 영화이야기 할 때 삼인조를 마치 엄복동처럼 후진영화의 대명사처럼 취급했던 기억이 있네요
생각해보니 그때부터 박찬욱과는 안 맞았던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