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Gifted(어메이징 메리, 2017)을 보고... (스포주의)
1. "어메이징 메리", 수학 천재 소녀의 운명을 좌우하다
영화 “어메이
징 메리”는 플로리다의 한 해변가 마을에서 삼촌 ‘프랭크(크리스 에반스)’와 살아가는 7살의 수학 천재 소녀 ‘메리(맥케나 그레이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렸을 적부터 천재적 재능을 보였던 수학자 ‘다이앤’. 그녀는 25살이 되던 해에 딸 ‘메리’를 낳고, 그로부터 2년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후 메리를 맡아 키우던 다이앤의 친오빠 ‘프랭크’는 점차 자라나는 메리에게서 다이앤을 닮은 수학적 천재성을 직감한다. 하지만 ‘메리만큼은 평범한 아이처럼 살게 해달라’는 여동생의 마지막 부탁으로, 메리를 일반 학교에 보내 또래 아이들과 지내게 한다. 일련의 사건들로 7년 동안 프랭크와 메리를 외면해왔던 그녀의 외할머니 ‘에블린(린제이 던칸)’에게도 메리의 천재성이 알려지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딸인 다이앤조차 풀어내지 못한 밀레니엄 문제 중 하나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증명’을 메리가 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자신이 메리를 도맡아 키우겠다고 프랭크에게 제안한다. 메리가 에블린의 손에 자란다면 나이 든 연구원들에게 둘러싸인 채 다이앤과 다를 것 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을 알았던 프랭크는에블린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 후 에블린과 프랭크는 메리에 대한 양육권 문제를 두고 재판에 서게 되는 것이 영화의 초반부까지의 이야기이다.
2. 에블린, "위대함을 위해 치르는 대가를 네가 이해할 리 없어"
메리의 외할머니, ‘에블린’은 뛰어난 수학적 재능과 함께 명문대를 졸업한, 말 그대로 엘리트 집안이었다. 하지만 당대의 여느 여성들이 마주했던 무력함처럼, 결혼과 출산이라는 현실 속에서 그녀의 ‘저명한 수학자’라는 꿈은 좌절되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자신 외부의 인물, 즉 딸인 다이앤과 손녀 메리로부터 자신이 포기해야만 했던, 그러므로 결핍된 것들을 욕망한다. 바로 ‘꿈의 실현’과 ‘사회적 인정’을 말이다. 이것이 그녀가 다이앤과 메리의 천재성에 집착하고, 그들이 사회와 인류의 미래에 공헌하여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다.
에블린은 천재성을 키워나가는 여정 속에서 희생되는 ‘자유’와 필연적 ‘고통’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녀에게 있어 잠깐의 자유, 그리고 그 자유로부터 오는 일상적인 행복은 달콤할지언정 천재성을 방해하는 장애물일 뿐이다. 그들이 비록 그들의 또래와는 다른, 조금은 더 따분하고 외로운 청소년기를 보내게 되겠지만, 그것은 천재성이라는 위대함에 대한 어쩔 수 없는 대가이자 책임이라고 보는 것이 에블린의 가치관이다. 하지만 다이앤은 끝내 자신의 삶을 스스로 끝내는 선택을 내린다. 그리고 그 욕망은 멈추지 않고, 자연스레 메리에게로 흘러간다.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는 위대한 발견은 라듐보다 진귀한 머리에서 나오는 것이고, 나에게는 그 책임이 있어. 그리고 다이앤도 자신의 재능에 책임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것을 회피하지 않았다."
- 영화 "어메이징 메리" 중, 에블린의 대사 -
3. 프랭크, "묻지 말고, 스스로 생각해. 뭔가를 믿는 것을 두려워 하지마"
메리의 삼촌, ‘프랭크’가 바라는 것은 참 단순하다. 메리의 ‘행복’과 다양한 ‘경험’, 그뿐이다. 프랭크는 메리가 다른 또래 아이들과 함께 지내길 바란다. 학교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친구를 사귀는 것. 그리고 그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과 질문, 감정에 직면하여 때로는 참고, 또 때로는 달려나가야 한다는 것. 프랭크에게 있어 메리가 홈스쿨링을 그만두고, 메리를 일반 학교에 가면서까지 그 아이가 직접 경험하고 배웠으면 했던 것들이다. 천재성이라는 자칫 건방지고 오만해질 수 있는 메리의 ‘다름’이 그 아이 자신을 잡아먹지 않도록, 경험 속에서 스스로를 지켜낼 힘을 찾기를 바란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메리의 ‘천재성’을 그저 방치하거나 억압하는 것은 아니다. 메리가 또래 아이들은 문장의 첫 단어조차 이해하지 못할 거대한 책들과 싸워 이기도록 그녀만의 시간을 준다. 아마 프랭크 자신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아이의 천재성은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프랭크가 메리에게 늘 훌륭한 부모의 역할을 해왔다고 할 수는 없다. 술집에서 폭력사건에 휘말려 하루 동안 체포된 적이 있었고, 때때로 메리의 부모가 아닌 프랭크 자신의 삶을 하루라도 살기를 원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에블린처럼 풍요로운 삶을 제공해주지도 못했고, 제대로 된 의료 보험 또한 해주지 못한다. 하지만 프랭크는 메리가 천재로 태어났든, 그렇지 않든 가족 모두가 메리의 탄생에 기뻐했음을 직접 보여준다. 그리고 그는 책에서 말하는 모든 것이 정답일 수는 없으며, 그렇다고 무언가를 믿는 것을 두려워하지는 말라고 메리에게 말해준다. 프랭크는 메리가 똑똑하기 이전부터 메리를 원했고, 자신이 메리의 삶을 망치지 않도록 계속해서 고민한다. 비록 메리의 천재성이 완전히 빛을 보지는 못하더라도 프랭크는 메리의 엄마이자 자신의 여동생인 다이앤이 경험하지 못했던 더 다채롭고 넓은 세상을 볼 수 있도록 메리를 이끌어준다. 프랭크가 메리에게 늘 훌륭한 부모였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메리에게는 훌륭한 친구였고, 누구보다도 메리에게 필요한 존재인 이유이다.
"아인슈타인이 자전거를 탔다면, 메리도 탈 수 있어요."
"이렇게 특별한 아이를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과 떼어놓으면, 콧대만 높아질 뿐이죠."
"그럼 덜 똑똑하지만, 착한 아이로 만들어주세요."
- 영화 "어메이징 메리" 중, 프랭크의 대사 -
4. 다이앤의 죽음
다이앤의 자살이 단순히 자신의 어머니를 향한 원망과 반항만으로 여겨지지는 않는다. 영화의 결말에서 밝혀지듯이 다이앤은 결국 자신의 평생을 쏟아부은 밀레니엄 문제 중 한 가지인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증명을 완전하게 해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이다. 다이앤은 증명을 해내고 나서 갓난아기인 메리를 품에 안은 채 프랭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젠 뭘 해야 하지?’ 그리고 자신의 증명을 어머니인 에블린의 사후에 발표해달라고 프랭크에게 부탁한다. 자신을 위한 삶이 아닌 단 한 가지의 수학 문제만을 위해 살아온 다이앤은 그 문제를 증명해낸 순간 자신이 지금껏 달려온 삶의 목적이 사라졌음을 느꼈을 것이다. 다이앤이 죽은 후 그녀가 남긴 것은 숫자가 빼곡히 적힌 종이 몇 장과 나비에-스토크스 방정식의 완전한 증명이 적힌 책 한 권뿐이었다. 둥지 밖을 나서본 적 없는 새끼 새에게 필요한 것들은 하늘을 나는 법과 먹이를 구하는 법이다. 더 넓은 세상을 바라보며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지만 에블린이 다이앤에게 가르쳐준 것은 오직 기어올라 나무 꼭대기까지 오르는 법뿐이었다. 그녀가 자신의 증명이 에블린의 사후에 발표되길 바랐던 것은 자신의 어머니 에블린이 틀렸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다이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그 울부짖음 속에서도 에블린은 자신의 가치관과 억압이 천재성을 족쇄로 만들었음을 깨닫지 못한다.
5. 글을 마치며...
과연 ‘평범한 삶’이란 무엇일까? 에블린이 말하는 ‘평범한 삶’은 그저 남들처럼 놀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이앤은 자신의 딸인 메리가 남들처럼 ‘평범한 삶’을 살게 해달라고 프랭크에게 부탁한다. 에블린은 ‘평범함’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힘을 모를 것이다. 다이앤과 프랭크가 말하는 ‘평범한 삶’은 그저 남들을 따라 하고, 누군가의 그림자 안에 숨어 눈에 띄지 말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평범한 삶 속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은 끝내 너무나도 특별한 ‘나’를 만들어낸다. 그 경험은 때로는 우리를 슬프게 하고, 아프게 할 수 있지만, 또 다른 경험이 주었던 희망과 기쁨이 그것을 견뎌내는 힘을 준다
이 영화의 원제는 “Gifted”, 즉 ‘재능이 있는’ 혹은 ‘좋은 것을 지닌’이라는 뜻을 가진다. 이는 아마도 영화에서 메리가 지닌 ‘천재성’을 의미하는 것이겠지만, 프랭크의 관점에서도 이 제목은 꽤나 큰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 프랭크에게 메리는 단 하나뿐인 존재로서의 선물이다. 메리가 천재이든 그렇지 않든, 그에게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저 선물 같은 존재의 메리가 ‘메리’로서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나는 '프레드' 생각을 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 영화 "어메이징 메리" 중, 메리의 대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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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한 거 기억은 나지만 보진 않았는데 이 글 읽고 관심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