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굴라]는 ‘야한 영화’일까?
다크맨

감정이 지워진 몸
며칠 전 <칼리굴라>의 제작 과정과 복원 작업을 정리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이 영화가 수많은 버전으로 나뉘게 된 이유와 최신 복원판의 의미를 간단히 다뤘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완전히 다른 방향에서 짧게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많은 분이 <칼리굴라>를 ‘수위 높은 문제작’으로 기억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인상이 생각보다 쉽게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그 이유를, 이 영화가 관객에게 남기는 특유의 ‘불쾌함’이라는 감정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려 합니다.
<칼리굴라>를 보다 보면 처음에는 강렬한 이미지들이 눈에 들어오지만, 곧 이상할 만큼 차갑게 식어 있는 화면의 분위기를 느끼게 됩니다. 많은 장면에서 포르노 수준의 극단적 노출이 등장하지만, 에로틱함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이 빠져나간 빈 껍데기 같은 인상이 반복되죠.

그 이유는 이 영화에서 섹스가 욕망이나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지배를 과시하는 방식으로 쓰이기 때문입니다. 칼리굴라는 사람을 벗기고, 군중 앞에 세우고, 움직임을 명령하며 자신의 권력을 확인합니다. 그 과정에서 몸은 욕망의 대상이 아니라 권력의 증거물이 되고, 인물들은 하나의 기능으로 축소됩니다.
그래서 자극적인 장면이 이어지는데도 관객은 오히려 한 발 물러나게 됩니다. 장면은 화려한데 감정이 달아오르지 않고, 대신 묘한 불편함이 쌓이는 이유가 바로 이 구조에 있습니다. 화면은 ‘섹스’를 보여주지만, 실제로는 ‘권력의 작동 방식’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권력의 포르노’가 남기는 이상한 감각
대부분의 포르노그래피가 자극과 쾌락을 목표로 한다면, <칼리굴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만듭니다. 강렬한 장면이 반복될수록 감정은 식어가고, 화면이 화려할수록 불쾌함이 더 선명해집니다. 이는 영화가 육체를 통해 절대 권력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회나 축제 장면에서도 사람들은 개별적인 인물이 아니라 움직이는 꼭두각시처럼 보입니다. 욕망의 주체가 아니라 권력을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하는 것이죠. 관객은 이 세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칼리굴라의 시선에 끌려가고, 결국 “사람이 사람을 어떻게 다루는가”라는 불편한 상황과 마주하게 됩니다.
오늘날 다양한 수위의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도 <칼리굴라>가 이상하게 오래 남는 이유는 이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한 노출 장면은 금방 잊히지만, 권력이 인간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장면은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결국 <칼리굴라>는 흔히 떠올리는 ‘야한 영화’와는 거리가 먼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욕망은 거의 기능하지 못하고, 화면 속 몸들은 감정이 지워진 채 권력의 명령 아래 놓여 있습니다. 이 영화의 진짜 스캔들은 수위 자체가 아니라, 몸이 어떻게 권력의 언어로 변하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준 데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칼리굴라>를 다시 본다는 건 단순히 문제작을 감상하는 경험이 아니라, 자신에게 조용히 되묻는 과정에 더 가깝습니다. “정말 자극적인 영화였나요?” 하고요. 만약 보고 나서 “어우, 진짜 너무 자극적이던데요? 끝내줘요!” 하신다... 그건 그것대로 좋습니다. 솔직한 감상이니까요.
하지만 혹시라도 ‘이상하게 불편했다’는 감정이 오래 남았다면, 이 영화가 보여주려 한 세계가 정확히 전달되었다는 뜻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욕망을 말하는 척하면서 결국 ‘권력의 얼굴’을 들이밀었던 작품이니까요.
다크맨
추천인 12
댓글 16
댓글 쓰기정치,종교 관련 언급 절대 금지입니다
상대방의 의견에 반박, 비아냥, 조롱 금지입니다
영화는 개인의 취향이니, 상대방의 취향을 존중하세요
자세한 익무 규칙은 여길 클릭하세요
1등
점점 궁금해져서 꼭봐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3등 깊이있는 글 잘 읽었습니당!
진짜 궁금하네요. 😳😳
예전에는 포르노라는 형식으로 권력을 분석하려는 시도가 많았지요. 베르톨루치, 오시마 나기사, 파졸리니...
이 영화를 아직 보진 못했지만, 만약 다크맨님의 분석대로라면 늦게라도 재평가를 받아 마땅할 듯합니다.
두번에 이은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
어떻길래 ㅋㅋ
























지금은 다시 못만들 영화..
이상했던 시기에 이상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거 같아요. 억지로 포르노 장면 넣은 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