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 “2주 작업이 4년으로”
카란

“뉴욕 레퍼런스 몇 장만 찍어달라”… 그러나 프로젝트는 4년이 됐다
1990년대 중반, 사진가 겸 뮤직비디오 작업을 하던 리사 레오네는 친구 비비안으로부터 ‘연구용 사진 몇 장’을 부탁받았다.
비비안의 아버지는 바로 스탠리 큐브릭이었다.
레오네가 찍은 사진들은 큐브릭의 관심을 단번에 사로잡았고, 그는 직접 연락해 “뉴욕 리서치 작업을 2주만 도와달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그 ‘2주’는 곧 4년의 여정이 되었다.
레오네는 연구 사진가에서 시작해 세컨드 유닛 디렉터, 세트 데코레이터, 배우까지 큐브릭 곁에서 역할이 계속 확장됐다.
도시 전체를 스튜디오로 옮기는 작업..“45피트 컨테이너 두 개 가득 보냈다”
<아이즈 와이드 셧>의 뉴욕을 재현하기 위해 레오네는 택시, 간판, 쓰레기통 등 실제 거리 소품들을 컨테이너 두 대 분량으로 영국 촬영장에 보냈다.
지인의 아파트는 레오네가 촬영한 사진을 계기로 도미노(비네사 쇼) 집의 모델이 되었다.
철거 중이던 아파트에서 “욕조, 냉장고까지 가져가도 된다”는 말에 큐브릭이 “다 가져오라”고 했던 일화도 남아 있다.
또한 큐브릭은 스테디캠 발명가 가렛 브라운을 통해 장비를 전달해, 레오네가 직접 뉴욕 거리를 걸으며 영상 레퍼런스를 촬영하게 했다.
이 영상은 이후 톰 크루즈가 런던 스테이지에서 트레드밀 앞에 설 때 배경으로 활용됐다.
말릭 하산 사예드, “큐브릭은 뉴욕을 전적으로 레오네에게 의존했다”
레오네의 사진들은 실제 촬영의 청사진이 됐다.
세컨드 유닛 촬영을 맡은 말릭 하산 사예드와 아서 재파는 구도, 렌즈(18mm), 촬영 높이(10~12피트)까지 레오네의 사진을 완전히 재현해야 했다.
사예드는 “큐브릭은 건물과 거리의 비율이 왜곡되지 않도록 집요할 만큼 구체적이었다”며, 이 경험이 이후 자신의 도시와 건축 촬영 기준이 되었다고 말했다.
“대본 없이 뉴욕을 뒤졌다”..큐브릭이 가장 신뢰한 현장 파트너
레오네는 촬영 내내 대본도 받지 못한 채, “코스튬숍이 될 만한 곳을 찾아 사진 찍어 보내라” 같은 지시만 받고 밤낮없이 촬영과 측량, 자료 수집을 반복했다.
큐브릭은 “뉴욕 아트 디렉터를 해고했다”고 말하며 “대체할 사람 구해줄까?”라는 레오네의 질문에도 “그럴 필요 없어. 네가 있잖아”라고 답했다.
“테스트만으로 영화 3편 분량”..새벽 2시까지 이어진 집요한 점검
런던 촬영이 시작된 뒤에도 레오네는 큐브릭과 함께 새벽 2시까지 세트를 점검하고 카메라 테스트를 반복했다.
의자 하나, 러그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음날 다시 테스트했다.
레오네는 “테스트만으로 영화 세 편을 만들 수 있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또한 톰 크루즈의 바디 더블 연출, 세트 창밖에 쓰일 트랜스라이트 촬영 등 다양한 작업을 도맡았다.
사후 처리도 “편집은 절대 손대지 않는다”
레오네는 마지막으로 지글러 저택의 외경을 다시 찍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촬영을 이틀 앞둔 날, 큐브릭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접했다.
워너브라더스는 큐브릭이 생전에 만족했던 편집본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레오네는 미국으로 돌아와 최종 외경 샷만 촬영하며 4년에 걸친 자신의 작업을 끝냈다.
큐브릭은 당시 레오네와 차기작 <A.I.>(*스필버그의 2001년작)에 대해 논의 중이었고, 레오네는 촬영감독으로 말릭 하산 사예드를 추천하려 했다고 밝혔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예드는 26년 뒤 루카 구아다니노의 신작 <아티피셜>에서 영화 <A.I.>를 TV로 보는 장면을 촬영하게 된다.
“스탠리와의 작업은 가족 같았다”..그의 영화가 ‘개인적’인 이유
레오네는 큐브릭의 제작 방식이 매우 개인적이었다고 회상했다.
촬영 소품 대부분이 큐브릭 가족의 실제 가구와 예술품이었고, 스태프 수가 극히 적어 현장은 "학생 영화처럼 서로 가까운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사람을 끝까지 한계로 몰아붙였지만 “그 과정에서 내 안의 새로운 능력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내 인생을 다 바쳤다”..20대의 4년을 큐브릭에게 건 이유
레오네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을 모두 <아이즈 와이드 셧>에 바쳤다.
“일주일 내내 대기했고, 모든 걸 포기했다. 하지만..그 대상이 스탠리 큐브릭이라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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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등
ㄷㄷㄷ
























스탠리 큐브릭 역시 기인이었네요